9일 열린 '2025년 종로구 신년인사회'에 참석한 오세훈 서울시장이 시정운영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서울시, K trendy NEWS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9일 열린 '2025년 종로구 신년인사회'에 참석한 오세훈 서울시장이 시정운영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서울시, K trendy NEWS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박준식기자] 정치에서 ‘물타기’는 위기를 모면하려는 가장 흔한 수법이다. 본질적인 문제에서 시선을 돌리기 위해 논점을 흐리고, 국민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유도하는 방식이다. 최근 오세훈 서울시장이 보여준 행보가 바로 그 전형적인 사례다.

오 시장은 국회에서 통과된 상법 개정안을 두고 “이재명표 경제 죽이기”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는 법안의 핵심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거나, 의도적으로 국민을 호도하는 정치적 수사일 가능성이 높다.

상법 개정안의 실체—경제를 죽이는 법인가, 살리는 법인가

오세훈 시장의 주장과 달리, 이번 상법 개정안은 기업의 ‘쪼개기 상장’을 막고, 소액주주의 권리를 보호하며, 장기적으로 한국 증시의 신뢰도를 높이는 것이 목적이다.

그동안 한국 주식시장에서는 일부 대기업들이 회사를 인위적으로 분할 상장한 뒤, 신설법인의 가치를 올려 대주주가 막대한 차익을 실현하는 사례가 반복됐다. 하지만 기존 주주들은 신설법인의 가치를 온전히 반영받지 못해 손해를 보는 구조였다. 개정안은 이런 불공정한 시스템을 바로잡겠다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심지어 금융당국에서도 이 법안의 필요성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이 법안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가능성을 두고 ‘직을 걸겠다’는 심경까지 내비쳤다. 금융당국의 수장이 이 정도 입장을 보였다는 것은, 이번 개정안이 한국 금융시장에 꼭 필요한 조치라는 방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세훈 시장은 이 법안을 ‘경제 죽이기’로 몰아가고 있다. 과연 그의 반대 논리는 상식적인 것인가?

본질은 경제가 아니라 ‘정치적 방어’다

최근 오세훈 시장을 둘러싼 ‘명태균 게이트’ 검찰 수사가 점점 본격화되고 있다. 김한정 씨에 대한 추가 조사가 이루어지면서, 오세훈 시장의 여론조사 비용 대납 의혹을 둘러싼 의문이 더욱 증폭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상법 개정안을 ‘이재명표 경제 죽이기’라는 프레임으로 공격하고 나선 것은, 단순한 정책 비판이라기보다 ‘물타기 전략’에 가깝다. 정치적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대중의 이목을 돌리려는 시도가 아닐까?

국민적 관심이 경제 이슈로 옮겨가면, 자연스럽게 명태균 게이트 수사에 대한 언론과 국민의 시선이 분산될 것이라는 계산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대주주의 방패막이를 자처하는가?

오세훈 시장의 논리대로라면, 상법 개정안은 경제를 무너뜨리는 법안이다. 그러나 정작 금융시장 전문가들과 투자자들은 정반대의 평가를 내리고 있다.

이번 개정안이 시행되면 대기업 대주주들이 과거처럼 일방적인 분할 상장으로 이익을 취하는 것이 어려워진다. 대주주의 이익이 줄어드는 대신, 소액주주들의 권리가 강화되고, 시장의 신뢰가 회복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오세훈 시장은 왜 개정안 반대에 그렇게 열을 올리는 것일까? 대주주의 이익을 지키는 방패막이를 자처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과거 저소득층과 고소득층을 이분법적으로 나누며 ‘교육 불평등’을 정당화하는 발언을 해 논란이 된 적이 있다. 이번에도 같은 방식으로 ‘소액주주 대 대주주’라는 구도를 만들어, 특정 계층의 이익을 대변하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정작 오세훈 시장이 국민 앞에 명확히 밝혀야 할 문제는 따로 있다.

검찰이 수사 중인 명태균 게이트에 대한 입장은 무엇인가?

여론조사 비용 대납 의혹과 관련해 명확한 해명을 할 수 있는가?

상법 개정안이 경제를 죽이는 법이라는 근거를 객관적으로 제시할 수 있는가?

 

단순히 정치적 프레임을 던지고 야당을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납득할 만한 명확한 설명과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 어떠한 물타기 전략도 국민을 속일 수 없다. 오세훈 시장은 더 이상 논점을 흐리지 말고, 자신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성실하게 답해야 한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책임 있는 정치인의 태도이지, 본질을 흐리는 말장난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