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 질서를 위반했지만, ‘정치적 손실’ 때문에 파면할 수 없다는 헌재
법률을 위반했지만 ‘탄핵할 만큼은 아니다’는 논리

한덕수 총리 탄핵 여부 24일 선고… 윤 대통령 탄핵 심판에 미칠 영향은?  사진=2025 03.20   헌법재판소 영상 갈무리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한덕수 총리 탄핵 여부 24일 선고… 윤 대통령 탄핵 심판에 미칠 영향은?  사진=2025 03.20   헌법재판소 영상 갈무리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박준식기자] 헌법재판소는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소추를 기각했다. 기각이라는 결과는 정치적으로 예측 가능했지만, 그 논리의 내막은 오히려 더욱 충격적이다. 헌재는 국회가 추천한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대통령이 임명하지 않은 행위가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것임을 인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파면 사유로 보기는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즉, 위헌임을 인정하면서도 책임은 묻지 않겠다는 판단이었다.

이 판결은 법리의 문제를 넘어 헌정 체계 전반에 신호를 보낸다. 헌법재판소가 내린 결론은 분명하다. 국정 혼란을 우려한다면, 헌법을 위반해도 된다. 이러한 논리는 법 위반에 면죄부를 부여하는 것 이상의 함의를 담는다. 그것은 책임 없는 권력 행사의 정당화, 그리고 헌법적 원칙보다 정치적 고려가 우선할 수 있다는 위험한 선례로 작용한다.

법 위반은 인정하되, 책임은 면제한 사법 판단

헌재는 임명 거부가 헌법에 반하는 행위였음을 부정하지 않았다. 동시에 특별검사 후보자 추천 의뢰 미이행에 대해서는 법률 위반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 두 사안 모두 국회가 요구한 정당한 권한을 집행부가 무력화한 사안이었다. 그러나 헌재는 “파면할 만큼의 위중함은 아니다”라며 물러섰다.

이는 명백한 사법의 후퇴다. 헌재 스스로 위헌임을 인지하고도 제도적 통제를 포기한 셈이다. 그 배경에는 "국정 운영의 안정",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의 공백 우려" 같은 정치적 논리들이 개입되어 있었다. 헌법을 심판해야 할 기관이 정무적 타산을 고려한 순간, 그 판단은 법이 아니라 정치의 언어로 쓰이기 시작한다.

침묵하는 헌재가 만든 선례…“위반해도 괜찮다”

문제는 이번 판결이 ‘기각’이라는 결과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헌재는 명백한 헌법 위반에도 불구하고 파면을 거부함으로써, 향후 어떤 권력자가 유사한 위헌적 행위를 반복하더라도 사법적 제재를 받지 않을 수 있다는 인상을 남겼다. 정치적 맥락만 충분히 제공된다면, 헌정질서의 침해도 정당화될 수 있다는 선례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이번 판단은 위태롭다.

한덕수 총리는 탄핵을 면했지만, 여전히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을 지연하고 있으며, 후임자인 최상목 권한대행도 같은 길을 따르고 있다. 이대로라면 4월 퇴임 예정인 두 재판관 이후 헌재는 다시 6인 체제로 축소되고, 대통령 탄핵 등 국가적 쟁점에 대한 헌재 판단은 구조적으로 봉쇄될 가능성이 커진다. 이는 사법의 독립이 정치적 의도에 따라 좌우되는 구조가 이미 작동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헌정 시스템의 기능 불능…제도는 작동해야 의미가 있다

제도는 존재하는 것만으로 효력을 갖지 않는다. 작동해야 한다. 헌재가 존재하더라도, 그 판단이 헌법을 위반한 자를 제재하지 못한다면 제도는 껍데기에 불과하다. 헌정질서가 무력화되는 순간은 파괴적 전복이 아닌, 이렇게 조용히 반복되는 책임 회피 속에서 찾아온다.

이번 판결은 법치주의가 제도 자체로는 완결되지 않는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헌법은 국가가 아니라 국민이 지키는 최후의 질서다. 권력이 그것을 어길 때, 사법부가 침묵한다면 국민은 어디에 기대야 하는가.

마지막 책임은 행정부에 있다

한덕수 총리와 최상목 권한대행에게 주어진 과제는 분명하다. 마은혁 재판관을 즉시 임명하고, 상설특검 후보자 추천을 더는 미뤄서는 안 된다. 헌재가 파면하지 않았다고 해서 면책되는 것은 아니다. 헌정의 균형을 회복하고, 제도의 공백을 메우는 것은 이제 그들이 감당해야 할 정치적, 도덕적 책무다.

만약 이 책임마저 회피한다면, 이번 판결은 헌정사에 이렇게 기록될 수밖에 없다.
“헌법은 무너졌고, 아무도 그 대가를 치르지 않았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KtN (K trendy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