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증거 인멸 우려 속 강제수사 공백… 권력 경계 허물어진 사법 시스템의 단면

서울경찰청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 류희림 위원장의 ‘민원 사주’ 의혹에 대한 수사를 제대로 진행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서울경찰청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 류희림 위원장의 ‘민원 사주’ 의혹에 대한 수사를 제대로 진행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김 규운기자] 윤석열의 대통령 파면이 결정된 지 만 4일. 그러나 경찰의 수사는 여전히 정지 상태에 머물고 있다. 내란의 ‘우두머리’로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을 받은 인물이 ‘일반인’이 된 이후에도 관저를 떠나지 않은 채 비화폰 서버 등 핵심 증거 접근이 차단되고 있다는 사실은, 수사 공백이 초래할 위험의 본질을 다시금 직면하게 만든다.

내란 피의자에 경호 지속… 권력의 후광은 사라졌는가

윤석열은 헌재의 파면 결정 이후, 더 이상 형사 면책특권을 갖지 않는 일반 피의자 신분이다. 대통령경호처 또한 더는 그를 국가 주요 경호 대상으로 분류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저 퇴거 지연과 경호 유지, 그리고 압수수색 영장 집행 지연 등은 경찰이 권력의 경계선에 스스로 발을 묶고 있는 듯한 인상을 준다.

이는 단순한 수사 지연의 문제가 아니다. 비화폰 서버와 대통령실 경호처 관련 자료는 12.3 계엄령 기도와 관련한 핵심 증거로 지목되어 왔다. 경호처 내부 고위 간부들이 이를 조직적으로 은폐하거나 외부로 반출할 경우, 내란 및 직권남용 범죄에 대한 실체적 진실은 영구히 은폐될 수 있다. 김성훈 경호차장, 이광우 본부장 등 수뇌부에 대한 구속 수사 역시 미뤄질 이유가 없다.

민주주의 파괴의 증거들… 그 침묵은 누구의 책임인가

헌재가 명시한 ‘국민주권주의 부정’과 ‘기본권 침해’라는 판단은, 단순한 정치적 행위의 도를 넘었다. 그것은 국가기능의 전복 시도였다. 하지만 현재까지도 윤석열과 함께 내란에 가담했거나 이를 방조한 다수의 인사들이 공직에 머물고 있으며, 일부는 윤석열의 경호 혹은 방어 논리를 공개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이는 단지 수사기관의 무능이 아니라, 권력과 수사권, 그리고 사법부 일부가 혼재된 구조 속에서 형성된 ‘안전지대’가 여전히 작동 중임을 의미한다. 윤석열 정부 시기의 검찰과 사법부가 보여준 '부역'과 '방조'는 여전히 수사 대상이 되지 않았다. 내란 종식은 선언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것은 권력자에 대한 법 집행이 실질적으로 이뤄질 때 가능하다.

강제수사 재개는 선택이 아닌 의무

경찰 특수본이 지금 해야 할 일은 명확하다. 체포영장을 무력화시킨 지시자에 대한 소환, 경호처와 윤석열 관저에 대한 즉각적 압수수색, 내란 증거 보존을 위한 보안망 해제, 그리고 내란 공범자에 대한 전면 수사. 이는 법적, 도덕적, 역사적 책무다.

윤석열의 파면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그동안 내란의 실체가 무엇인지, 어떻게 공권력이 내부 붕괴를 통해 민주주의를 위협할 수 있었는지를 밝히는 과정은 이제부터다. 그 시작은 강제수사의 재개다. 수사기관이 침묵할수록, 민주주의는 한 발 더 후퇴한다.

내란 종식은 ‘결정문’이 아닌 ‘집행력’에서 시작된다

윤석열 파면이라는 역사적 사건은 제도적 통제와 사법적 판결의 승리이자, 동시에 권력구조가 얼마나 취약하게 흔들릴 수 있는지를 증명하는 사례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실질적인 집행 없이는 공허한 선언에 불과하다. 내란의 공범 구조는 여전히 작동하고 있고, 민주주의의 회복은 수사기관의 용기와 결단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