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덤의 총량이 아닌 ‘관계의 질’이 지배하는 시대
[KtN 홍은희기자] 2025년 4월, 한국기업평판연구소가 발표한 아이돌그룹 브랜드평판 순위에서 방탄소년단이 다시 정상을 탈환했다. 그 뒤를 세븐틴과 아이브가 이었지만, 이번 결과는 단순한 순위 경쟁의 맥락을 넘어 브랜드라는 개념 자체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요구하고 있다. ‘누가 인기 있는가’의 문제가 아니라, ‘누가 살아남는가’의 구조가 본격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한 시점이다.
팬덤의 총량이 아닌 ‘관계의 질’이 지배하는 시대
방탄소년단은 활동 공백기에도 불구하고 6,873,091의 브랜드평판지수를 기록하며 1위에 올랐다. 활동량과 노출빈도 측면에서 불리함이 있음에도 커뮤니티지수 3,704,846과 소통지수 2,213,153이라는 압도적 수치는 방탄소년단 브랜드가 더 이상 ‘현역 활동’에 의해만 유지되지 않는다는 것을 방증한다.
팬덤의 수치적 크기가 아니라, ‘정서적 지속성’과 ‘의미 공유’의 깊이가 브랜드를 떠받치는 구조로 이동했음을 시사한다. 특히 긍부정비율 90.54%, 키워드 분석에서 ‘기부하다’, ‘공연하다’, ‘군백기’ 등이 상위에 오른 것은 방탄소년단이 단순한 엔터테인먼트 브랜드를 넘어 ‘사회적 정서 자산’으로 기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세븐틴은 지난달 대비 19.31% 상승해 5,276,745의 브랜드평판지수를 기록했다. 참여지수, 미디어지수, 커뮤니티지수가 균형적으로 상승했으며, 팬층의 충성도와 콘텐츠 전략이 안정적으로 조화를 이루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들은 콘텐츠의 양적 확대보다는 플랫폼 간 이동성과 기획력, 그리고 팬 커뮤니티의 자발적 확산 역량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 아이브는 전월 대비 브랜드평판지수가 42.91% 하락하며 3위에 머물렀다. 수치만으로 보면 급락이지만, 이 변화는 단순한 하락이 아니라 ‘전환기의 진입’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전통적인 미디어 주도형 성장 모델이 정점을 지나며, 팬 커뮤니티 내부의 감정 피로와 연결성 약화가 브랜드에 미치는 영향이 명확히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재생산되는 전설’과 ‘무너지는 버즈’: 브랜드의 생애주기 분석
샤이니의 반등은 매우 상징적이다. 브랜드평판지수 3,489,514로 4위에 올랐고, 전월 대비 50.71% 상승했다. 활동 공백기 이후에도 소통지수 1,452,114, 커뮤니티지수 1,673,015라는 수치는 과거에 구축된 브랜드 정체성이 현재에도 유효하게 기능하고 있다는 것을 입증한다. 샤이니는 단순히 ‘그리운 이름’이 아니라, 여전히 콘텐츠 생산과 감정적 연결의 축을 중심에 두고 있는 브랜드다.
에스파는 커뮤니티지수에서 여전히 강세를 유지했지만 전월 대비 13.62% 하락한 3,281,550을 기록하며 5위로 떨어졌다. 이들의 커뮤니티는 Z세대 소비자들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으나, 디지털 피로와 콘텐츠 과잉의 부담이 지표에 영향을 미쳤다. 이는 현재 K-POP 브랜드들이 직면한 구조적 딜레마다. 고정 팬층 확보와 콘텐츠 다변화 사이에서 브랜드는 점점 더 ‘정서적 유지 비용’을 필요로 한다.
하츠투하츠, 하이키, 피프티피프티와 같은 신생 그룹들의 약진도 주목할 만하다. 이들은 높은 참여지수와 커뮤니티 반응을 기록하며 브랜드 형성 초기 단계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고 있다. 특히 하츠투하츠는 소통지수와 커뮤니티지수에서 중위권 이상을 기록하며 신규 팬덤 기반의 질적 성장을 입증했다.
산업적, 브랜드의 ‘질적 구조’가 판을 바꾼다
이번 분석 결과에서 도출되는 가장 중요한 시사점은 브랜드의 평가 기준이 완전히 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브랜드 평판을 구성하는 지표에서 소통과 커뮤니티가 차지하는 비중이 급속히 확대되고 있으며, 이는 팬덤 구조가 수직적 소비자 관계에서 수평적 창작 연대로 전환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단기적인 화제성과 미디어 노출은 브랜드의 성장을 설명하지 못한다. 아이브의 사례에서 보듯, 높은 미디어지수와 소통지수에도 불구하고 커뮤니티의 피로감이나 참여도의 하락은 전체 브랜드 가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브랜드는 이제 단일 이벤트가 아닌, 복합적 정서와 지속적 연결 속에서만 의미를 갖는다.
이 변화는 K-POP 산업이 직면한 ‘지속 가능성’이라는 구조적 과제와 직결된다. 브랜드가 일시적 인기를 넘어, 어떻게 생애주기 전체를 설계하고 사회적 가치와 연결될 수 있을지에 대한 전략적 전환이 요구된다. 단순한 콘텐츠 소비의 시대는 이미 끝났다. 팬덤이 브랜드의 공동 생산자이며, 정서적 관계의 유지를 통해 사회적 대화로 확장되는 시대다.
K-POP 브랜드는 산업이 아니라 관계의 생태계다
2025년 4월 아이돌그룹 브랜드평판은 단순한 랭킹을 넘어, 한국 대중음악 산업이 어떠한 구조적 전환점 위에 서 있는지를 명확하게 보여준다. 콘텐츠 중심의 산업 구조는 팬덤 중심의 생태계로 이동하고 있으며, 이 생태계는 단지 음악을 소비하는 시장이 아니라 정서적 자본이 교환되는 플랫폼이다.
아이돌 브랜드의 경쟁력은 ‘어떤 콘텐츠를 내놓았는가’가 아니라, ‘어떤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가’로 수렴된다. K-POP이 전 세계적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 관계의 질을 중심으로 브랜드를 재정의해야 한다. 브랜드는 소비되는 것이 아니라, 공유되고, 재구성되며, 사회적 가치로 확장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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