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 킨텍스 감사 인사, 지방공공기관 인사권의 구조적 위기
[KtN 박준식기자]고양특례시의회의 특별조사 개시 소식은 단순한 지방의회의 움직임을 넘어선다. 그 이면에는 지방권력의 인사권이 어떻게 공공적 책임을 회피하며, 정치적 연고 속에서 사유화되고 있는가에 대한 구조적 질문이 자리 잡고 있다. 킨텍스 감사직에 대한 이동환 고양특례시장의 추천은 ‘보은 인사’라는 비판을 넘어서, 지방자치제도의 기본 원리에 근본적인 균열을 드러내고 있다.
권한의 사유화: 지방자치제도의 그늘
킨텍스는 단순한 전시장이 아니다. 수도권 서북부 산업전략의 요충지로, 고양시가 출자한 전략기관이다. 그러나 이번 감사 추천 논란에서 드러난 것은, 기관의 중요성과는 무관하게 그 운영이 철저히 정치적 인맥에 의해 결정되고 있다는 현실이다. 이동환 시장이 감사직에 지명한 인물은 감사 경험이 전무할 뿐 아니라, 시장 선거 캠프에서 회계책임을 맡았던 정치적 측근이다. 시의원 친동생이라는 혈연 관계까지 겹쳐, 단순한 인사권 행사를 넘은 정치적 보은 인사의 전형으로 읽힌다.
이는 단순한 개인의 판단 오류가 아니다. 지방정부 단위에서 인사권이 실질적으로 어떤 검증도 거치지 않고 행사될 수 있는 구조적 조건, 그리고 지방의회와 시민사회가 제어할 수 없는 비공개 시스템이 이 결정을 가능하게 했다.
행정사무조사 특별위원회의 조사 대상은 단순한 ‘감사 추천 과정’이 아니다. 이번 논란은 고양시가 출자·출연기관을 통해 어떻게 권력을 행사하고 있는지, 그리고 해당 기관들이 정치적 종속 관계 안에서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를 폭로한 사건이다. 최규진 위원장은 “감사 추천의 정당성뿐만 아니라, 출자·출연기관 전반의 인사제도 구조와 개선 방안을 포함해 종합적으로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이 발언은 현재 고양시 행정 시스템 전반을 대상으로 한 구조적 수술을 예고하고 있다.
‘투명성’이라는 이름의 부재
고양시 관계자는 “시장님에게 어떻게 물어보느냐”며 질의 자체를 회피하는 태도를 보였고, 시의원은 킨텍스 측에 임원추천위원회 회의록과 지원자 현황 등의 자료를 요구했으나, ‘개인정보 보호’ 및 ‘업무수행 지장’을 이유로 정보 제공이 거부되었다고 밝혔다. 고양시는 현재까지 인사 관련 질의에 대해 공식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대응은 법적으로 공공기관으로 분류되면서도 실질적으로 정보공개법의 적용을 회피할 수 있는 ‘준공공기관’ 구조의 회색지대를 악용한 전형적 운영 방식이다. 공공의 이름을 갖고 있으나 감시와 검증은 철저히 차단되는 이 구조는, 행정의 투명성과 시민의 알 권리를 구조적으로 무력화하고 있다.
이와 같은 비공개 중심의 운영은 절차적 미비에 그치지 않는다. 공공기관은 시민의 위임에 따라 운영되는 조직인 만큼, 인사와 운영의 모든 과정은 시민의 감시와 검증을 전제로 해야 한다. 그럼에도 정보공개를 거부하고, 자격 기준을 모호하게 설정하며, 심사 절차를 은폐하는 방식은 행정의 공공성을 회피하고, 정치적 연고를 중심으로 한 폐쇄적 구조를 제도적으로 고착시키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킨텍스 감사직의 자격 기준이 경영 전문성이나 내부 통제 역량이 아닌 ‘조직 화합’, ‘윤리 의식’ 등 추상적 표현에 머물렀다는 점은, 해당 인선이 특정 인물을 전제로 한 ‘설계된 절차’였음을 뒷받침한다. 이는 단순한 기준의 불명확함이 아니라, 자의적 인사권 행사를 가능케 하기 위해 공공기관 내부에 제도적 여백을 의도적으로 남겨둔 구조적 문제를 드러낸다.
감사기능의 무력화는 시민 통제의 상실
‘감사’는 공공기관 내부에서 가장 강력한 자율통제 수단이다. 시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기관의 재정, 계약, 인사, 윤리 등을 감시하고, 집행권력의 남용을 방지하는 역할을 맡는다. 그런 직책에 정치적 인연으로 얽힌 인물을 배치한다는 것은, 자율감시 기능 자체를 무력화하겠다는 선언에 가깝다.
전문성 없는 감사는 공공성 없는 행정을 낳는다. 정치적 편의를 우선시하는 인사가 반복될 경우, 출자·출연기관은 본래의 목적을 상실하고 정치권력의 하청기구로 전락할 수 있다. 이는 곧 시민의 권한을 위임받은 행정이, 그 권한을 시민이 아닌 권력 내부로 다시 환원하는 구조를 형성하는 것이다.
이번 사건은 감사직이라는 상징적 자리에 특정인을 앉히려는 시도가 어떻게 기관 전체의 신뢰를 무너뜨리는가를 명확히 보여준다. 고양시가 출자한 다른 기관들 또한 비슷한 인사 구조를 가지고 있다면, 이번 행정사무조사는 단순한 특정 사건의 해명이 아니라, 지방행정의 구조 개혁을 위한 계기가 되어야 한다.
제도 개선을 넘어, 인사 시스템의 정치적 독립 요구돼
특별위원회는 오는 7월 말까지 조사를 진행한 뒤, 자격 기준의 구체화, 인사청문회 제도 도입, 공공기관 정보공개 범위 확대 등 제도적 개편을 추진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러한 보완은 부분적 해법일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인사 시스템 자체가 시장 권한의 일방적 행사에 종속되어 있다는 점에 있다.
핵심은, 공공기관 인사 시스템이 행정권력으로부터 독립될 수 있는가, 그리고 시민에 의해 실질적으로 감시될 수 있는 구조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에 달려 있다. 대한민국은 지방자치제의 명목 아래 권한은 분산시켰지만, 권력의 감시와 통제 시스템은 여전히 중앙집중적 논리에 머물러 있다. 출자·출연기관이 ‘준공공’이라는 이름으로 감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현재의 구조는, 지방행정의 투명성과 민주성을 스스로 훼손하는 장치에 가깝다.
KtN 리포트
고양특례시에서 불거진 이번 감사 인사 논란은 단일한 지방정부의 일탈로 보기 어렵다. 감사직 인선의 불투명성, 출자기관의 정보 비공개, 정치적 연고에 기반한 인사 관행 등은 이미 전국 다수의 지방정부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구조적 문제로 자리 잡고 있다. 특정 인물의 문제가 아니라, 특정 정치세력이 장기적으로 구축한 인사 운영 방식이 각 지역 권력 구조 안에 깊숙이 뿌리내리고 있다는 점에서 그 위험성은 더욱 심각하다.
이러한 사안이 제도적 개선 논의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유사한 형태의 ‘낙하산 인사’는 다른 지방정부에서도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 지방정부의 권한 확대는 자치의 진전으로 평가받지만, 시민에 대한 책임성과 감시체계가 수반되지 않는 권한은 결국 행정의 자율이 아닌 권력의 사유화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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