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립형 기술 구조’로 전환하는 중국의 전략

사진=유니트리,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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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N 박준식기자] 2025년, 로봇 산업의 권력 구조가 근본적으로 흔들리고 있다. 중심에는 유니트리(Unitree Robotics)가 있다. 2016년 설립 이후 10년 만에 4족 보행 로봇과 휴머노이드 시장을 동시에 관통한 유니트리는 이제 상장을 통해 기업 구조 자체를 글로벌 표준 위에 올려놓으려 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IPO 추진은 단순한 자금 유입이나 기업가치 고도화와는 거리가 멀다. 이 상장은 ‘기술의 주권화’라는 이름의 새로운 산업 정치학을 공고히 하려는 선언이다.

‘자립형 기술 구조’로 전환하는 중국의 전략

유니트리는 핵심 부품의 수직 통합 비율이 80%를 넘는 로봇 기업이다. 감속기, BLDC 모터, 로봇 핸드, 배터리 시스템, AI 제어 알고리즘까지 독자적으로 설계·생산하며, 사실상 외부 의존도가 거의 없다. 수입 부품에 기반해 빠르게 조립하고 조달해내는 수준이 아닌, 부품-모듈-전체 시스템을 하나의 통합 구조로 내재화한 모델이다. 이는 단지 기술력의 문제를 넘어서, 공급망 통제력의 문제로 이어진다. 유니트리가 글로벌 시장에 던진 메시지는 명확하다. “기술의 외주화 없이도, 로봇 한 대를 온전히 설계하고 생산할 수 있는 시대가 시작됐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IPO 그 자체가 아니라, IPO를 통해 형성되는 ‘기술-자본 연합’이다. 유니트리는 세쿼이아 캐피탈, 소프트뱅크 비전펀드, 중관춘 하이테크 산업자금 등 글로벌 및 국가계 자본과 동시에 연결되어 있다. 상장이란 단어는 이제 더 이상 회계적인 의미가 아니다. 기술 주권을 기반으로 한 산업 권력의 외연 확장, 공급망 재편의 결정적 계기다.

이러한 유니트리의 전략은 미국과의 기술 분쟁 국면에서 중국이 선택한 ‘산업 자립형 권력화 모델’의 대표 사례다. 단순한 소재·부품 국산화를 넘어, ‘전체 시스템 설계와 통제’라는 상위 개념의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구조적 이행이다. 그리고 이 시점에서 한국 산업계는 중요한 질문 앞에 서 있다. “부품 독립을 넘어, 설계 권력을 확보하고 있는가?”

알에스오토메이션, 한국이 가진 몇 안 되는 ‘설계 가능한 부품 기업’

알에스오토메이션은 2025년 5월 현재,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로봇 제조 기업들과 ‘D8 4AXIS Drive’의 현장 테스트를 확대하고 있다. 이 모듈은 단일 드라이브로 다관절 4축을 제어할 수 있으며, 소형화, 고정밀 제어, 저전력 운용 등에서 기존 글로벌 제품과 분명히 다른 기술적 차별성을 확보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드라이브 판매가 아니라, 로봇의 구조적 설계를 바꾸는 제어 철학의 제안이다.

특히, ‘D8 4AXIS Drive’는 복잡한 센서망 없이도 힘 제어를 수행할 수 있는 알고리즘 연동형 모듈이며, 이는 유니트리의 힘-위치 하이브리드 제어 기술과도 상호 호환이 가능하다. 이런 기술력은 단순한 서플라이어의 위치를 넘어서, 플랫폼 설계 단계부터 산업 생태계에 관여할 수 있는 조건이다. 다시 말해, ‘부품을 공급하는 기업’이 아니라 ‘부품으로 설계를 제안하는 기업’이라는 새로운 위상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다.

한국 산업계는 오랫동안 조립과 최종 완제품 중심의 산업 구조에 안주해왔다. 그러나 로봇 산업의 본질은 ‘조립 능력’이 아니라 ‘구동과 제어의 정밀도’에 있다. 부품이 아니라 ‘구조’를 이해하고 설계할 수 있는 기업만이 공급망 상의 교환 불가능한 지위를 획득할 수 있다. 알에스오토메이션은 지금 그 가능성을 한국에서 가장 근접한 형태로 보여주고 있는 예외적 기업이다.

사진=유니트리,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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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망 주권’이라는 말이 공허해지지 않기 위해 필요한 조건

최근 몇 년간 한국 정부와 산업계는 ‘부품·소재·장비 국산화’라는 구호를 반복해왔다. 하지만 유니트리의 사례는 분명히 보여준다. 진정한 기술 자립이란 ‘생산 가능성’이 아니라 ‘설계 권력’을 갖는 것이다. 로봇 기술의 시대에 핵심은 제어 알고리즘, 힘 제어 기반 모션 드라이브, 자율 인지 센서 통합이다. 이 세 영역을 통합할 수 없다면, ‘부품 국산화’는 시장에 영향을 주지 못한다.

한국 ‘공급망 주권’ 확보 조건

▶기술 설계 기업 중심의 정책 재편
단순 조립 기반 제조기업이 아니라, 설계에서부터 로봇 구조에 영향을 미치는 기업에 인센티브를 집중해야 한다.

▶공공 조달 시장의 기술 기준 재설정
단가 중심이 아닌, 기술 설계 기반의 조달 기준을 마련해, 고성능 부품 기업의 내수 생태계를 확보해야 한다.

▶글로벌 제조사와의 수평적 전략 제휴
단순 납품이 아닌, 설계 초기 단계부터 참여하는 서드파티 전략을 통해 공급망 내 전략적 파트너로 재위치해야 한다.

▶부품 산업의 ‘엔지니어링 철학’ 전환
기능 중심이 아닌 구조 중심의 사고 전환. 즉, 어떤 부품을 만들 것인가가 아니라, 어떤 구조를 만들어 낼 것인가를 설계할 수 있는 기술 기반의 형성.

 

기술 권력의 이동, 그리고 선택의 기로에 선 한국

유니트리의 상장은 그 자체로 상징적이다. 기술이 더 이상 외부 부품을 조립해 작동하는 기계의 집합이 아니라, 내부 설계를 통해 자율성과 민첩성을 갖춘 하나의 ‘움직이는 지능’으로 전환되고 있다는 선언이다. 그리고 이때의 주도권은, 겉으로 보이는 플랫폼이 아니라, 내부를 설계하고 작동시키는 ‘근육과 신경’을 가진 자에게 돌아간다.

한국 기업이 이 거대한 전환기에 단순 부품 제조자가 아니라, 설계자와 전략가로 설 수 있을지 여부는 지금 이 시점에서의 산업 전략이 결정할 것이다. 알에스오토메이션은 그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그것을 하나의 기업의 성취로 남길 것인가, 산업 전체의 구조적 도약의 신호로 만들 것인가는 여전히 선택의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