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O, Apple TV+, Amazon Prime… 오리지널이 만든 플랫폼의 얼굴

영화 '미키 17' 푸티지 상영 후 진행된 기자간담회에 배우 '로버트 패틴슨'이 참석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영화 '미키 17' 푸티지 상영 후 진행된 기자간담회에 배우 '로버트 패틴슨'이 참석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신미희기자] 2025년 5월의 글로벌 스트리밍 콘텐츠 순위에서 가장 명확히 드러난 사실은, 이제 '무엇을 보느냐'보다 '어디에서 보느냐'가 시청자의 선택을 규정한다는 점이다. 넷플릭스, HBO Max, Apple TV+, Amazon Prime 등 주요 플랫폼은 각자 독자적인 오리지널 콘텐츠를 통해 자사의 브랜드 정체성을 명확히 구축하고 있으며, 그 결과물은 순위에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

HBO는 오리지널 콘텐츠의 가치가 플랫폼 경쟁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가장 일찍 입증해낸 사례다. 5월 25일 기준, HBO의 영화 순위 1위는 봉준호 감독의 'Mickey 17'이다. 한국 감독이 연출한 SF 대작이 미국 유료 스트리밍 시장 최상단을 차지한 것은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다. HBO는 오랜 시간 쌓아온 고급 장르물에 대한 신뢰와 창작자 중심의 기획 구조를 바탕으로, 봉준호라는 브랜드와 직접 연결될 수 있는 창구를 만든 것이다. 여기에 더해 'The Last of Us'는 TV 부문 1위를 차지하며, HBO의 내러티브 기반 오리지널이 여전히 압도적인 문화적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음을 재확인시켰다.

Apple TV+는 다른 길을 택했다. 애플은 기술 기반 플랫폼이지만, 오리지널 콘텐츠 전략에 있어서는 '감정'과 '프리미엄 정서'에 기반한 선별적 투자를 고수하고 있다. 5월 기준 영화 부문 1위인 'Fountain of Youth'와 TV 부문 1위 'Your Friends & Neighbors'는 모두 중년의 재구성과 인간관계의 해체, 재건이라는 테마를 담고 있다. 화려한 시각 효과나 대규모 예산보다, 섬세한 서사 구조와 프리미엄 감성에 집중한 이 전략은 Apple이라는 브랜드가 기존 미디어 시장과는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여기에 'Murderbot', 'Severance', 'The Studio'까지 포함하면, Apple TV+는 오리지널 시리즈만으로도 독자적 정체성을 설계하고 있는 셈이다.

영화 부문 1위 'A Working Man',  사진=IMDB,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영화 부문 1위 'A Working Man',  사진=IMDB,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반면 Amazon Prime은 보다 실용적이고 대중적인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영화 부문 1위 'A Working Man', TV 부문 1위 'Motorheads'는 모두 '노동', '기술', '남성성'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에 둔 콘텐츠다. 이는 명확히 30~50대 중장년 남성을 주요 타깃으로 삼는 구성이며, 'Clarkson's Farm', 'Reacher'와 같은 기존 시리즈 역시 이 구조 내에서 지속적으로 소비되고 있다. Amazon은 프랜차이즈 중심의 대형 IP보다는, 시청자의 일상적 현실을 반영하면서도 몰입 가능한 내러티브를 구축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와 같은 오리지널 전략의 차이는 단순히 콘텐츠의 성격만을 규정하는 것이 아니다. 결국 이는 각 플랫폼이 선택한 '고객'의 얼굴이기도 하다. Apple은 프리미엄 고소득층, HBO는 내러티브 중심의 문화 소비자, Amazon은 실용적 시청자 집단을 주요 고객군으로 삼는다. 그리고 각 오리지널 콘텐츠는 이 고객군과 정서적, 취향적으로 일치하도록 정교하게 설계되어 있다.

넷플릭스는 이러한 경쟁 구도에서 상대적으로 더 대중적이고 넓은 층을 아우르려는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Sirens', 'Secrets We Keep', 'Dear Hongrang' 같은 넷플릭스 오리지널은 장르와 지역, 타깃을 넘나들며 방대한 양의 콘텐츠를 통해 가입자 유입을 극대화하려는 플랫폼 본연의 로직을 따른다. 그러나 넷플릭스가 지금처럼 다양성과 양적 우위를 유지하는 동안, HBO와 Apple TV+, Amazon은 명확한 콘셉트의 오리지널 콘텐츠로 충성도 높은 이용자층을 끌어들이고 있다.

영화 '미키 17' 푸티지 상영 후 진행된 기자간담회에 '봉준호 감독'과 배우 '로버트 패틴슨'이 참석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영화 '미키 17' 푸티지 상영 후 진행된 기자간담회에 '봉준호 감독'과 배우 '로버트 패틴슨'이 참석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플랫폼 전쟁은 기술력과 가격 경쟁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이제는 콘텐츠 자체가 플랫폼의 브랜드를 정의하고, 플랫폼의 얼굴이 오리지널 콘텐츠를 통해 소비되는 구조다. 결국 이용자는 콘텐츠를 고르는 것이 아니라, 콘텐츠로 위장한 플랫폼 전략을 선택하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