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애니메이션이 외교 테이블에 오른 날
이재명 정부 첫 한미일 외교장관회의‥북한 문제 등 논의
박윤주 차관 “K팝 데몬 헌터스, 한미일 협력 상징”… 美·日 장관도 미소로 화답
[KtN 신미희기자] 한미일 3국이 11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외교장관 회의를 열고,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목표를 재확인하며 강력한 대북 억제와 안보 협력을 지속하기로 했다.
MBC 보도에 따르면 회의는 약 40분간 진행됐으며, 한국은 외교부 장관 임명 절차 미완료로 박윤주 1차관이 대리 참석했고, 미국은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일본은 이와야 다케시 외무상이 각각 참석했다.
박윤주 차관은 남북 간 긴장 완화와 대화 재개를 위한 한국의 노력을 설명했고, 세 나라는 공급망 안정 및 인공지능 등 기술 분야 협력도 확대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특히 이날 한미일 외교장관 회의 말미. 진지하고 긴장된 안보·군사 현안이 오간 회의장에서 예상치 못한 한 편의 애니메이션이 외교 대화의 중심에 올랐다고 연합뉴스에서 전했다.
보보에 따르면 박윤주 외교부 1차관은 “넷플릭스에서 1위를 기록한 애니메이션 ‘K팝 데몬 헌터스’를 아시는가”라며 발언을 시작했다.
박윤주 차관은 “이 작품은 악령을 물리치는 K팝 아이돌을 주인공으로 한 애니메이션”이라며 “일본 소니 그룹이 미국에 설립한 소니 픽처스 애니메이션이 제작하고, 미국의 온라인 플랫폼인 넷플릭스를 통해 세계로 확산되었다. 이처럼 하나의 콘텐츠 안에 한국(K팝), 일본(제작), 미국(플랫폼)이 모두 결합돼 있다는 점에서 한미일 협력의 상징적 사례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박윤주 차관은 외교적 발언의 말미에 의도적으로 해당 작품을 언급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북한 문제나 군사 공조 등 경직된 논의가 이어진 직후였기 때문에, 말미에 문화 콘텐츠를 언급해 분위기를 환기시키고 공감대를 확장하려는 전략적인 접근이었다”고 밝혔다.
실제 박윤주 차관의 언급 직후 회의장의 분위기는 눈에 띄게 부드러워졌다.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그 작품은 아직 보지 못했지만, 오징어 게임은 정말 재미있게 봤다”고 웃으며 답했고, 일본 외무상 이와야 다케시도 “K팝을 좋아한다”고 화답했다. 세 나라 장관들이 콘텐츠를 매개로 자연스럽게 웃으며 대화하는 장면은, 문화가 외교의 언어를 어떻게 바꾸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이 작품은 지난달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K팝 데몬 헌터스(K-pop: Demon Hunters)’다. K팝 아이돌이 악령을 퇴치하는 세계관을 기반으로 제작된 액션 애니메이션으로, 아시아적 미학과 글로벌 감성을 결합해 전 세계 시청자의 호평을 이끌어냈다. 특히 공개 직후 넷플릭스 영화 부문 1위에 오르며 콘텐츠 파급력을 입증했다.
박윤주 차관의 이례적인 발언은 이후 열린 동아시아정상회의(EAS) 외교장관 회의장에서도 화제였다. 회의 시작 직전, 박윤주 차관과 루비오 장관이 따로 서서 약 30초간 짧은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포착됐다. 비공식적인 대화였지만, 양국 외교 수장이 회의 전부터 친근한 분위기를 이어간 모습은 외교무대에서 이례적인 장면으로 꼽혔다.
한국은 이번 회의에 당초 조현 외교부 장관이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장관 임명 절차가 마무리되지 않아 박윤주 차관이 대리로 참석했다. 이로 인해 한미·한일 양자 회담이 성사되지는 않았지만, 3국 외교장관 회의 자체의 성사가 중요하다는 평가가 외교가에서는 우세하다. 박윤주 차관은 차관급임에도 회담 테이블에서 유연한 외교 감각과 문화적 접근을 통해 협력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끌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외교 전략 측면에서도 이번 발언은 주목할 만하다. 박윤주 차관은 협력과 공동 인식을 강화해야 하는 민감한 외교 환경 속에서 문화 콘텐츠라는 부드러운 소재를 전략적으로 활용했다. 일본 기업이 제작하고, 미국이 배급하고, 한국의 정체성이 담긴 콘텐츠가 세계에서 소비되는 과정은 3국 간 협력의 미래가 단순히 안보나 경제에 국한되지 않음을 보여준다.
정치와 외교, 안보가 전통적 외교의 본류였다면, 박윤주 차관은 ‘케이팝 데몬 헌터스’라는 애니메이션 한 편으로 외교 언어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 실용주의 외교와 문화적 연대를 강조해온 이재명 정부의 외교 기조를 상징적으로 구현한 장면이었다.
한편,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미국 영화 매체 버라이어티로부터 “2025 오스카 애니메이션 장편 부문 유력 후보작”으로 지목되며 주목받고 있다.
이 작품은 K팝 걸그룹 멤버들이 악령을 사냥하는 세계관을 배경으로 한 액션 뮤지컬 애니메이션으로, 소니 픽처스 애니메이션이 제작하고 매기 강·크리스 애플한스 감독이 공동 연출했다.
공개 후 90개국 넷플릭스 상위권, 40개국 1위를 기록했고, OST는 빌보드 3위·스포티파이 미국 차트 1위에 오르며 음악적 성과도 동시에 거뒀다.
배우 안효섭은 저승사자 콘셉트의 아이돌 ‘진우’ 역으로 목소리 연기를 맡았고, 미국 평단으로부터 “카리스마 넘치는 캐릭터를 완벽히 소화했다”는 호평을 받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