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쇼핑 넘어 체험형 관광으로… 지역·유통업계 파급 효과
[KtN 신명준기자] 외국인 관광객의 소비 행태가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방한 관광의 핵심은 명동·동대문 쇼핑, 면세점 명품 구매, 화장품 대량 구매 등 전형적인 쇼핑 중심 구조였다. 그러나 최근 외국인 지출 패턴은 단순 물건 구매에서 벗어나, 한국 문화와 라이프스타일을 직접 경험하는 ‘체험형 소비’로 이동하고 있다. 한국 관광 산업의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으며, K-컬처는 이제 단순한 문화 콘텐츠를 넘어 관광의 핵심 동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쇼핑에서 체험으로, 관광 지출의 판도 변화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2019년까지만 해도 외국인 관광객 지출의 절반 이상이 쇼핑에서 발생했다. 그러나 팬데믹 이후 재개된 방한 관광 시장에서는 체험 지출 항목이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특히 2024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외국인 관광객의 체험형 소비 비중은 전체 지출의 30% 이상을 차지하며 숙박·식음료와 함께 주요 소비 항목으로 올라섰다.
대표적인 사례가 한류 콘텐츠 체험이다. 서울 홍대 일대에서는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K-팝 댄스 클래스가 매일 예약 마감되고 있으며, 드라마 속 음식을 재현해보는 쿠킹 클래스와 한복을 입고 전통 거리를 걸어보는 체험 상품 역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과거에는 기념품을 사가는 것이 목적이었다면, 이제는 여행지에서의 경험 자체가 가장 값진 ‘상품’으로 여겨지는 것이다.
K-컬처가 만든 참여형 관광 수요
체험형 관광의 확대에는 K-컬처의 전 세계적 확산이 자리한다. BTS, 블랙핑크, 뉴진스 등 글로벌 아이돌 그룹의 인기는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배우고 싶어하는 외국인 수요를 폭발적으로 키워냈다. 단순히 음악을 듣는 차원을 넘어, 그들의 춤을 따라 추고, 노래를 한국어로 불러보고, 관련 장소를 직접 방문하는 문화적 경험으로 이어진다.
드라마와 영화 역시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오징어 게임’이 전 세계적으로 흥행한 이후, 한국의 전통 놀이와 게임을 직접 체험해보려는 관광 상품이 등장했다.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 촬영지가 지역 관광 명소가 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콘텐츠가 곧 관광 자원이 되고, 관광은 다시 한류 콘텐츠의 지속적인 확산을 뒷받침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낸다.
뷰티 산업도 예외가 아니다. K-뷰티를 사랑하는 외국인들은 단순히 화장품을 구매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뷰티 클래스에 참여해 피부 관리 방법과 메이크업 노하우를 배우려 한다. 이러한 체험형 소비는 브랜드 충성도를 높이는 동시에, 한국을 재방문하게 만드는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유통업계의 전략 변화
체험소비 확산은 유통업계에도 적지 않은 변화를 강요하고 있다. 과거 면세점과 대형 백화점 중심의 외국인 소비 구조가 약화되면서, 오프라인 매장은 ‘체험형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 글로벌 화장품 브랜드들은 명동과 강남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고, 단순 판매가 아닌 ‘메이크업 체험’, ‘스킨케어 시연’, ‘셀피존’을 마련해 외국인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특히 젊은 세대 관광객들은 단순 쇼핑보다 SNS에 공유할 수 있는 경험을 더 중시한다. 이에 맞춰 유통업계는 팝업스토어, 인터랙티브 전시, 한정판 굿즈 증정 등 체험적 요소를 강화하고 있다.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외국인 관광객의 소비를 잡기 위해서는 이제 단순 할인이나 물량 공세가 아니라, 기억에 남는 체험을 제공하는 것이 핵심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지역 경제로 확산되는 파급 효과
체험 중심 소비는 서울을 넘어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전주 한옥마을의 한복 체험, 부산 해운대의 K-팝 버스킹 공연, 강릉의 한식 쿠킹 클래스 등 지역 기반의 체험 관광 상품은 외국인들에게 특별한 매력으로 다가가고 있다. 이러한 체험형 프로그램은 외국인 관광객의 체류 기간을 늘리고, 숙박·교통·식음료 등 지역 경제 전반에 파급 효과를 미친다.
전주에서는 외국인 관광객이 한복 대여와 전통 음식 체험을 결합한 패키지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아졌고, 이로 인해 지역 내 중소 상권의 매출이 상승하고 있다. 부산 역시 국제영화제와 연계한 영화 촬영지 투어 프로그램을 강화하면서, 외국인 관광객의 체류일 수가 늘어나고 있다. 이는 단순 쇼핑 중심 소비로는 기대하기 어려운 장기적 경제 효과를 창출한다.
전문가 진단: 관광의 질적 전환
전문가들은 한국 관광의 새로운 동력으로 ‘경험소비’를 꼽는다. 관광학 교수는 “체험 중심 소비가 확대되면 외국인 관광객의 만족도가 높아지고, 이는 곧 재방문으로 이어진다”며 “장기적으로는 관광객 1인당 소비 지출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전문가 역시 “경험소비는 단순히 유통업계뿐 아니라, 공연·전시·숙박 등 다양한 산업으로 확산되기 때문에 국가 경제 차원에서도 전략적으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관광 산업의 미래, K-컬처가 플랫폼이 된다
K-컬처를 기반으로 한 경험소비는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한국 관광 산업의 구조적 전환을 보여준다. 외국인 관광객에게 한국은 더 이상 ‘쇼핑 천국’만이 아니라, ‘직접 경험할 수 있는 문화의 무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결국 관광객이 한국에서 무엇을 사느냐보다 무엇을 경험했느냐가 여행의 가치와 만족도를 결정하게 된다. 이는 한국을 찾는 이들에게 새로운 매력을 제공할 뿐 아니라, 지역 경제와 산업 전반에도 장기적인 활력을 불어넣는다.
K-컬처는 이제 단순히 소비되는 콘텐츠가 아니라, 외국인을 한국으로 끌어들이는 플랫폼이며, 그들이 직접 참여하고 체험할 수 있는 무대로 확장되고 있다. 쇼핑에서 경험으로, 단순 방문에서 깊이 있는 체류로 이어지는 변화는 한국 관광이 나아가야 할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후원=NH농협 302-1678-6497-21 위대한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