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플랫폼 시대, 콘텐츠 종사자의 불안한 현실
성장 곡선 뒤의 정체된 일자리
고용의 정체, 원인과 맥락

자동화와 디지털 전환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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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N 김동희기자]2025년 1분기 한국 콘텐츠산업은 매출과 수출에서 분명한 성장세를 보였다. 전체 매출은 37조 9천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7% 늘었고, 수출은 30억 9천만 달러로 18.8% 급증했다. 방송과 음악은 해외 시장에서 눈부신 성과를 냈다. 그러나 종사자 수는 66만 4천 명으로 전년 대비 0.1% 증가에 그쳤다.

이러한 수치는 콘텐츠산업이 “일자리 없는 성장”의 길로 접어들고 있음을 보여준다. 생산과 소비는 확장되는데, 그 성과가 고용으로 환류되지 않는 것이다. 이는 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차원에서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콘텐츠산업이 국가 경제의 핵심 동력으로 부상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성장이 청년층의 일자리 안정이나 노동 환경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산업 발전의 의미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자동화와 디지털 전환

첫째 원인은 자동화다. 콘텐츠 제작과 유통 과정에서 인공지능(AI)과 자동화 기술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과거 사람이 담당하던 업무가 기술로 대체되고 있다. 영상 편집, 자막 제작, 음성 합성 같은 분야는 이미 AI가 상당 부분을 대체한다. 이로 인해 콘텐츠의 생산 속도는 빨라졌지만, 고용 창출 효과는 줄어들었다.

플랫폼 중심의 유통 구조 역시 영향을 미쳤다. 넷플릭스, 유튜브, 스포티파이 같은 글로벌 플랫폼은 소수의 인력으로 막대한 시장을 장악할 수 있다. 플랫폼 자체가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그 안에서 일자리가 크게 늘어나기 어렵다.

산업별 차이

산업별로도 차이가 뚜렷하다. 음악과 애니메이션 산업은 성장했지만, 이 성장이 고용 확대와 직결되지는 않았다. 글로벌 팬덤과 스트리밍 매출 확대는 기업의 수익성을 높였지만, 제작·운영 과정에서 고용은 제한적이었다. 오히려 기존의 인력이 다변화된 업무를 떠맡는 경우가 많았다.

반면 게임과 영화는 매출이 줄면서 고용도 축소됐다. 영화 산업의 경우, 제작비 축소와 투자 위축이 현장에서 일하는 스태프와 프리랜서들의 일감을 줄였다. 게임 산업은 개발·운영 과정에서 자동화 도구의 활용이 늘어나면서 신규 채용이 줄었다.

부산 청년들. 사진=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AI 기반 창작 도구의 확산은 새로운 가능성과 동시에 노동 위기를 심화. 사진=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플랫폼 노동의 확산

콘텐츠 노동의 또 다른 특징은 플랫폼 노동의 확산이다. 프리랜서 작가, 영상 편집자, 번역가 등은 프로젝트 단위 계약으로 일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들은 기업에 고용되지 않고,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일거리를 찾는다. 고용의 유연성은 높아졌지만, 안정성은 현저히 낮아졌다. 사회보험이나 장기적인 커리어 보장이 어렵기 때문에, 청년층 종사자들의 불안정 노동이 심화된다.

프리랜서와 계약직 중심의 종사자들은 프로젝트 단위 계약에 의존하면서 소득 변동이 크고, 고용 안정성이 낮은 것으로 지적된다. 이는 「2025년 1분기 콘텐츠산업 동향분석 보고서」가 보여주는 고용 정체 현상과 맞물린다. 산업은 성장하지만 종사자의 삶은 불안정하다는 구조적 모순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AI 창작 도구의 그림자

AI 기반 창작 도구의 확산은 새로운 가능성과 동시에 노동 위기를 심화시킨다. AI 웹툰 제작 플랫폼, AI 음악 생성 서비스 등이 빠르게 보급되면서, 기존 창작자들의 역할은 축소될 수 있다. 물론 새로운 직무(AI 툴 운영자나 데이터 큐레이터)가 생겨나지만, 전체적으로는 기존 인력을 대체하는 속도가 더 빠르다.

실제로 콘텐츠 기업들은 비용 절감을 위해 AI 도입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는 이익률 상승에는 기여하지만, 고용 창출 효과는 거의 없는 구조다. 결과적으로 “성장은 하지만 일자리는 늘지 않는” 산업의 모순이 더욱 강화된다.

콘텐츠 협력으로 보는 한일 관계의 미래…K-팝·애니메이션 공동 프로젝트 주목 /사진=문화체육관광부,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콘텐츠 협력으로 보는 한일 관계의 미래…K-팝·애니메이션 공동 프로젝트 주목 /사진=문화체육관광부,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제 비교와 시사점

국제적으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난다. 일본 콘텐츠산업은 고용 정체를 겪으며, 프리랜서와 파트타임 종사자가 늘고 있다. 미국의 경우 헐리우드 제작사들이 AI 활용을 두고 작가·배우 조합과 갈등을 빚었다. 이는 AI가 창작 현장의 노동을 위협하는 동시에, 산업 구조를 흔드는 변수임을 보여준다. 한국 콘텐츠산업 역시 같은 도전에 직면해 있다.

고용 없는 성장의 사회적 파급

콘텐츠산업은 한국 경제의 중요한 성장 동력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5년 1분기 콘텐츠산업 동향분석 보고서」가 보여주듯, 매출과 수출의 성과가 고용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은 심각한 문제다. 산업의 성과가 사회 전체로 확산되지 않는다면, 콘텐츠산업의 미래는 불완전한 성장이 될 수밖에 없다.

앞으로 필요한 것은 두 가지다. 첫째, 정책적 대응이다. 프리랜서와 플랫폼 노동자의 사회적 안전망을 강화하고, 청년층 종사자들이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둘째, 산업 구조의 혁신이다. AI와 자동화를 무조건 비용 절감 수단으로만 활용할 것이 아니라,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방향으로 도입 전략을 설계해야 한다.

고용 없는 성장은 산업의 불안정성을 키우고, 사회적 불평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 콘텐츠산업이 진정한 미래 산업으로 자리매김하려면, 수출 호황과 이익률 상승이라는 성과만으로는 부족하다. 창작자와 종사자의 삶을 지탱하는 노동 구조 개선이 병행되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K-콘텐츠가 지속 가능한 세계적 산업으로 발전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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