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 제80차 유엔총회 기조연설

영상 출처=KTV 이매진

[KtN 박준식기자]뉴욕 유엔본부 연단에 선 이재명 대통령은 한반도의 냉전을 끝내기 위한 새로운 해법을 꺼내 들었다. 교류(Exchange), 관계 정상화(Normalization), 비핵화(Denuclearization)를 단계적으로 밟아 나가는 구상, 바로 ‘END 이니셔티브’다. 단순한 평화 선언이 아니라 현실에 맞춘 설계도에 가깝다.

70년 넘게 이어진 적대와 불신 속에서 많은 해법이 등장했지만, 성과는 제한적이었다. 이번 구상이 주목받는 이유는 비핵화라는 최종 목표를 고수하면서도 신뢰 회복이라는 현실적 과정을 우선시했다는 점이다. 외신은 “이상과 현실의 균형을 잡으려는 시도”라 평가했다.

교류에서 시작하는 신뢰의 축적

첫 단계는 교류다. 경제·문화·인도적 교류를 넓혀 신뢰를 쌓겠다는 발상이다. 과거 남북 교류는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이산가족 상봉으로 이어지며 긴장을 완화한 경험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충돌이나 군사적 도발이 터질 때마다 중단되곤 했다. 이번 제안은 교류가 끊기지 않도록 국제사회가 보장 장치를 마련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블룸버그는 이를 “단절된 남북 관계를 현실적으로 복원하는 출발점”이라고 해석했다. 선언에 그치지 않고 작은 교류의 축적이 관계 정상화와 비핵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전략으로 주목했다.

관계 정상화의 관문

두 번째 단계는 관계 정상화다. 불필요한 군사적 긴장을 줄이고 적대 행위를 중단하며, 상호 체제를 존중하는 틀을 만드는 과정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상대 체제를 존중하고 흡수 통일은 추구하지 않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워싱턴포스트는 “한국 정부가 흡수 통일 의지를 부인한 것은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이는 현실적 장치”라고 평가했다. 체제 존중을 전제로 한 관계 정상화는 북한뿐 아니라 중국·러시아 같은 주변국에도 긍정적 신호를 보낸다.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국제적 지지를 확보할 토대가 마련되는 셈이다.

단계적 비핵화 모델

세 번째 단계는 비핵화다. 과거 협상은 비핵화를 출발 조건으로 내세웠지만, 신뢰 부족 탓에 번번이 무산됐다. END 이니셔티브는 접근 방식을 바꿨다. ‘핵 동결 → 능력 축소 → 폐기’라는 단계적 과정을 밟으면서, 국제사회가 그때마다 안전 보장과 보상을 제공하는 구조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를 “실용적이고 점진적인 비핵화 해법”이라 평했다. 단기간 성과를 기대하기보다 장기적 안목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미국·중국·일본 등 이해관계국이 공감할 접점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재명 대통령 제80차 유엔총회 기조연설. 사진=KTV 이매진,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이재명 대통령 제80차 유엔총회 기조연설. 사진=KTV 이매진,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제사회의 반응

END 이니셔티브 발표 직후 국제사회는 신중하지만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유럽 외교 매체들은 “한국이 비핵화 담론을 다시 국제 의제로 끌어올렸다”고 보도했다. 독일 언론은 단계적 접근이 독일 통일 과정과 유사하다며, 한반도 평화의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

물론 회의적 시각도 존재한다. 북한의 의지 부족, 미국의 국내 정치 변수, 중국과 러시아의 전략적 계산이 얽혀 있어 난관은 여전하다. 그러나 과거의 실패가 보여주듯,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는 점에는 많은 국가가 공감하고 있다.

분쟁 해결의 새로운 모델

END 이니셔티브는 한반도를 넘어 국제 분쟁 해결에도 적용할 수 있는 모델로 평가된다. 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갈등, 대만해협 긴장 등 세계 곳곳에서 갈등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단계적이고 실용적인 평화 접근법은 다른 지역에도 교훈이 될 수 있다. CNN은 “END 이니셔티브는 한반도만이 아니라 분쟁 해결의 새로운 틀로 확장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 과정에서 한국의 외교 위상도 달라진다. 단순한 당사자를 넘어, 국제 평화 담론을 주도하는 중재자 역할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민주주의 회복 경험과 더불어 평화의 설계도를 제시한 국가는 국제사회에서 신뢰받는 리더십을 확보하게 된다.

KtN 리포트

이재명 대통령이 유엔 무대에서 제안한 END 이니셔티브는 한반도 냉전을 끝내기 위한 실천 가능한 해법이다. 교류와 관계 정상화, 비핵화로 이어지는 단계적 접근은 과거의 일괄타결 방식과 차별된다. 외신은 이를 “현실적이고 실현 가능한 전략”으로 평가하며 한국의 제안에 주목했다.

북한의 대응, 미국의 정치 상황, 주변국의 이해관계라는 난관은 여전히 존재한다. 그러나 END 이니셔티브는 냉전 종식을 향한 새로운 설계도로 국제사회의 공감을 얻고 있다.

UN 80주년 무대에서 제시된 이 구상은 선언적 외교가 아니라 분쟁 해결의 실제 모델로서 의미를 가진다. 작은 교류가 신뢰를 낳고, 신뢰가 관계 정상화로 이어지며, 궁극적으로 비핵화라는 목표에 도달할 수 있다는 메시지는 국제사회에 희망을 던진다. 한국이 내놓은 END 이니셔티브는 평화가 가능하다는 믿음을 되살리는 새로운 문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