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서 친구와 모델 촬영…과장된 동작 걷어내고 몸의 자세·표정·옷의 움직임 포착
[KtN 박인경기자]마가렛 하웰(Margaret Howell)의 2026년 가을·겨울(FW26) 캠페인에서 모델들은 일정한 자세로 옷을 보여주지 않는다. 누군가는 정면으로 서고, 누군가는 의자에 앉는다. 몸을 한쪽으로 기울이거나 손을 주머니에 넣은 인물도 있다. 미국 사진가이자 아티스트 콜리어 쇼어(Collier Schorr)는 뉴욕에서 진행한 촬영에서 복잡한 배경과 큰 동작을 줄이고 사람의 자세와 표정, 옷을 입었을 때 달라지는 실루엣을 남겼다.
캠페인에는 쇼어의 친구와 모델들이 함께 참여했다. 한 가지 표정과 자세를 요구하기보다 각 인물이 가진 인상을 유지하면서 촬영 거리를 달리했다. 전신을 멀리 두고 바라본 사진과 얼굴 가까이 접근한 인물사진이 섞이고, 흑백과 컬러도 함께 사용됐다. 같은 컬렉션을 입었지만 결과는 일률적인 룩북보다 여러 사람의 초상을 한데 모은 구성에 가깝다.
마가렛 하웰의 옷은 이런 촬영 방식 안에서 지나치게 정돈되지 않는다. 여유 있는 재킷은 몸의 방향에 따라 밑단이 움직이고, 넓은 팬츠에는 앉거나 설 때 생기는 변화가 그대로 남는다. 셔츠 소매를 걷어 올리거나 손을 주머니에 넣은 상태도 고쳐 세우지 않았다. FW26가 내세운 일상적인 착용감이 모델의 자세와 함께 드러난다.
검은 반소매 옷을 입은 인물은 나무 바닥 위에 정면으로 섰다. 목에는 밝은 칼라가 놓이고 소매 끝에도 밝은 부분이 더해졌다. 무릎 아래까지 내려오는 옷에 검은 양말과 슈즈를 맞추면서 전체 착장은 단순하게 정리됐다. 팔은 몸 옆으로 내려놓고 두 발의 간격도 크지 않다.
복잡한 자세가 없는 만큼 옷의 길이와 몸의 비례가 바로 드러난다. 검은 옷 한가운데 놓인 밝은 칼라가 얼굴 아래에 시선을 모으고, 발목 위로 남은 공간이 옷의 길이를 분명하게 나눈다. 뒤쪽 벽에 생긴 그림자도 지우거나 약하게 처리하지 않고 그대로 두었다. 인물과 옷, 바닥과 그림자만 남은 구성이다.
정면 촬영은 패션사진에서 가장 익숙한 방식 가운데 하나지만 쇼어는 정면성을 완벽한 대칭으로 정리하지 않았다. 모델의 몸과 표정, 옷의 주름을 지나치게 맞춰 세우지 않고 촬영하면서 반듯한 구도 안에 작은 차이를 남겼다. 옷이 먼저 나오기보다 옷을 입은 사람의 체격과 자세가 함께 읽히는 이유다.
이번 캠페인에서 사람의 몸은 단순한 옷걸이로 처리되지 않는다. 모델마다 어깨의 기울기와 서 있는 방식이 다르고 카메라와 마주하는 태도에도 차이가 있다. 동일한 배경을 사용해도 인물이 바뀌면 사진의 인상이 달라진다. 친구와 모델을 함께 캐스팅한 방식도 이런 차이를 유지하는 데 맞춰져 있다.
쇼어가 택한 직접적인 인물 촬영은 의상을 극적으로 보이게 만드는 장치와도 거리를 둔다. 배경은 대부분 비워두고 소품 사용도 제한했다. 뉴욕이라는 촬영 장소를 도시 풍경이나 건축물로 설명하기보다 실내의 벽과 바닥을 남겨 인물이 차지하는 비중을 높였다. 장소보다 사람이 먼저 들어오는 사진이다.
흑백과 컬러를 섞은 구성도 한 가지 분위기로 캠페인을 고정하지 않는다. 흑백사진에서는 옷과 피부, 배경 사이의 밝기 차이가 크게 드러나고 컬러사진에서는 머리색과 피부, 소재의 색이 더 분명하게 나뉜다. 촬영 방식은 달라져도 배경을 줄이고 인물 가까이에 머문다는 원칙은 이어진다.
밝은 셔츠와 짙은 팬츠를 입은 인물은 두 손을 주머니에 넣고 섰다. 목에는 길게 내려오는 타이가 더해졌고 셔츠는 몸에 붙지 않은 채 여유 있게 떨어진다. 팔을 몸에서 벌리지 않고 주머니 쪽으로 모으면서 상체의 실루엣도 자연스럽게 좁아졌다. 넓은 팬츠와 느슨하게 떨어지는 셔츠가 이어져 허리선을 강하게 강조하지 않는다.
정장을 구성하는 셔츠와 타이, 팬츠를 사용했지만 자세는 격식과 거리가 있다. 재킷 없이 셔츠 소매를 그대로 드러내고 손을 주머니에 넣으면서 옷을 단정하게 고정하지 않았다. 마가렛 하웰이 FW26에서 이어가는 느슨한 테일러링이 촬영 자세와 맞물리는 부분이다.
쇼어는 옷의 모든 세부를 한 장에 담으려 하지 않는다. 어떤 사진에서는 전신을 남겨 길이와 폭을 보여주고, 다른 사진에서는 카메라가 얼굴 가까이 들어가 옷의 상당 부분을 프레임 밖으로 밀어낸다. 컬렉션 전체를 동일한 거리에서 기록하기보다 사람에 따라 카메라와의 간격을 달리했다.
패션 광고와 초상사진의 경계도 여기에서 흐려진다. 옷은 분명 캠페인의 대상이지만 모델의 표정과 머리, 서 있는 자세까지 함께 남는다. 특정 제품을 크게 확대하거나 로고를 앞세우는 방식과는 다르다. 마가렛 하웰의 재킷이나 셔츠가 등장하면서도 인물의 얼굴을 지우지 않는 촬영이다.
사진 속 움직임 역시 완성된 포즈를 만드는 데 집중하지 않는다. 몸을 기울이고, 앉고, 주머니에 손을 넣는 작은 행동이 이어진다. 옷이 가장 반듯하게 정리되는 순간보다 사람이 입고 있는 상태를 남기면서 재킷의 폭이나 셔츠의 주름, 팬츠가 떨어지는 모양도 인물마다 달라진다.
콜리어 쇼어가 마가렛 하웰에 품어온 26년간의 관심은 이번 협업의 배경에 놓여 있다. 캠페인 자체는 오랜 시간을 감상적으로 설명하지 않는다. 뉴욕의 단순한 공간에 사람을 세우고, 가까이 다가갔다가 다시 거리를 두는 방식으로 FW26의 옷과 착용자를 함께 기록했다.
마가렛 하웰 FW26 캠페인은 일정한 포즈와 표정으로 모델을 묶기보다 각기 다른 인물을 한 컬렉션 안에 남겼다. 정면으로 선 몸, 주머니에 들어간 손, 벽에 떨어진 그림자와 느슨하게 내려오는 옷이 촬영의 주요 요소가 됐다. 쇼어의 카메라는 의상을 별도로 떼어 강조하기보다 사람이 실제로 입고 있는 상태를 유지하는 쪽을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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