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한대행 체제의 본질적 금기를 무너뜨린 한덕수 체제…'헌법 리스크'가 '경제 리스크'로 전이되는 구조적 위기

이완규·함상훈 헌법재판관 지명 논란에 이재명, “한덕수, 자기가 대통령 된 줄 아나” 사진=2025 04.08   , kbs , 대한민국 정부  유트브 영상 갈무리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이완규·함상훈 헌법재판관 지명 논란에 이재명, “한덕수, 자기가 대통령 된 줄 아나” 사진=2025 04.08   , kbs , 대한민국 정부  유트브 영상 갈무리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김 규운기자] 대한민국 헌정 질서의 마지막 금기가 무너졌다. 대통령 파면 이후 잠정적 관리자로 남아야 할 국무총리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 지명을 강행하고 외교권까지 행사하며 스스로 정치 권력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 권한대행 체제를 둘러싼 위헌 논란과 외교 논란, 대권 도전설은 더 이상 개인적 일탈이나 정치 공방의 영역에 머무르지 않는다. 이는 대한민국 대통령제의 구조적 결함과 권한 승계 시스템의 법적 공백을 드러낸 사건이자, 헌정 시스템 전반에 내재한 구조적 위기의 출현을 예고하는 신호로 해석된다.

권한대행 정치화, 헌정 질서의 금기를 무너뜨리다

한덕수 권한대행 체제가 헌법재판관 지명을 강행한 사태는 한국 정치 시스템이 안고 있는 제도적 한계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입법조사처, 헌법학계, 법제처까지 일관되게 헌법 위반을 지적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권한대행 체제가 대통령 권한을 모방하며 전면적 권력 행사에 나선 것은 헌법상 권한 제한 원칙을 무력화하는 초유의 사태로 기록될 전망이다.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는 본래 국가 시스템 유지의 임시 관리자에 불과하다. 헌법은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된 상황에서 권한대행 체제의 권한 행사를 엄격히 제한해 왔다. 외교, 인사, 통상 등 주요 정책 결정 권한은 국민의 직접 선출을 통해 부여받은 대통령만이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이 헌법적 상식이었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대통령 파면 이후 권력 공백을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권력을 새롭게 창출하거나 사유화하려는 정치적 시도가 어떻게 제도적 허점을 파고드는지를 압축적으로 보여줬다.

한국형 대통령제, 구조적 결함 드러나

이번 사태는 한국 대통령제 권력 승계 시스템의 구조적 취약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선진 민주국가들은 대통령 유고 상황에서 권한대행 체제의 권한을 법률로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미국은 부통령 승계 이후에도 주요 정책 결정 권한은 상원의 인준을 거치거나 법률적 제한을 받는다. 프랑스, 독일, 일본 역시 권한대행 체제를 '현상 유지'에 국한하고 있다.

반면 한국 대통령제는 대통령 직선제 하에서 권한대행 체제에 대한 법적·제도적 경계 설정이 미흡했다. 대통령 파면 이후 헌법재판관 임명권, 외교권 행사, 경제 정책 결정 등 주요 권한 행사 범위를 둘러싼 법적 가이드라인이 부재하거나 모호했던 것이 결정적 허점으로 작용했다.

특히 정치권 전반에 만연한 권력 사유화 정치문화는 권한대행 체제마저 정치적 욕망 실현의 수단으로 변질시키는 구조적 리스크로 작동하고 있다.

정치 리스크가 경제 리스크로 번지다

정치 시스템 위기는 경제 시스템 위기로 직결된다. 글로벌 자본시장은 정책 일관성, 법적 안정성, 리더십의 예측 가능성을 무엇보다 중시한다.

최근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 지연 사태는 단순히 금융 기술적 문제가 아니다. 한국 정치 시스템 위기에 대한 글로벌 투자자들의 구조적 평가가 반영된 결과다. 정치적 불확실성 확대, 정책 일관성 상실, 법적 안정성 훼손은 '코리아 디스카운트' 요인으로 직결되고 있다.

대한민국 정치 시스템 위기 → 글로벌 투자 불확실성 확대 → 외환시장 불안정 → 금리·환율 변동성 증가 → 실물 경제 충격이라는 악순환 구조가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권한대행 정치화 사태의 파장은 경제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시스템 복원이 최우선 과제

이번 사태가 남긴 가장 중요한 시사점은 한국 정치 시스템의 근본적 복원 필요성이다. 권한대행 체제의 정치화는 개인적 일탈이 아니다. 이는 한국형 대통령제의 구조적 결함이 만들어낸 필연적 사태다. 정치 리더십이 아닌 시스템 리더십 복원 없이는 정치도 경제도 정상화될 수 없다.

헌법적 권한 제한 규정 명문화, 권한대행 권한 행사 원칙 재설정, 국회와 사법부의 견제 시스템 강화, 권력 사유화 정치문화 청산 등 제도적·정치문화적 대개혁이 병행되지 않는다면, 한국 정치 시스템은 향후에도 반복적 위기 상황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한국 정치가 지금 답해야 할 질문은 단 하나다. 권력을 지킬 것인가, 시스템을 지킬 것인가. 진짜 리더십은 권력을 내려놓을 때 비로소 완성된다. 민주주의는 그 오랜 원칙 위에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