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장을 장악하지 못한 이유…ODM·OEM 산업 성장의 빛과 그늘
[KtN 임우경기자] 한국 화장품 산업은 세계 최고 수준의 제조 역량을 기반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해왔다. 그러나 그 찬란한 성장의 이면에는 '브랜드 부재'라는 구조적 한계가 드리워져 있다. 글로벌 소비자들은 '메이드 인 코리아' 화장품을 사용하면서도 이를 만든 한국 기업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한다. 제조 강국이라는 성공 방정식이 왜 브랜드 강국으로 이어지지 못했는지, 한국 ODM·OEM 산업의 성장과 구조적 한계를 깊이 들여다본다.
OEM·ODM 산업은 어떻게 한국 화장품 산업을 성장시켰나
한국 화장품 산업은 1990년대 후반부터 OEM(주문자 생산)·ODM(제조업자 개발생산) 모델을 통해 글로벌 기업들의 파트너로 성장해왔다.
특히 한국 ODM·OEM 기업은 기술력, 품질, 생산 속도, 가격 경쟁력에서 독보적인 경쟁 우위를 확보하며 세계 시장을 장악했다. 코스맥스, 한국콜마, 코스메카코리아 등 대표 기업들은 글로벌 화장품 브랜드들의 생산기지가 되었고, 이들이 쌓아올린 제조 노하우와 글로벌 네트워크는 K-뷰티 산업 성장의 핵심 동력이었다.
2024년 한국 화장품 수출액은 68억 달러. 이 중 상당 부분이 OEM·ODM 형태의 수출 물량이다.
제조업 중심 산업구조의 그늘은 브랜드 부재로 나타났다
문제는 이러한 제조 중심 산업구조가 한국 화장품 산업의 브랜드 경쟁력 약화를 초래했다는 점이다.
OEM·ODM 모델은 기본적으로 B2B 구조다. 최종 소비자가 인지하는 브랜드는 발주 기업의 몫이다. 한국 화장품 제조 기업이 아무리 뛰어난 기술력과 생산능력을 갖췄다 하더라도, 그 이름은 소비자 기억 속에 남지 않는다.
브랜드 가치가 없는 제조 강국은 플랫폼 경제 시대에 극복하기 힘든 약점으로 작용한다. 제조업 중심 성장 전략이 글로벌 소비자 시장과의 연결 고리를 스스로 차단하는 구조가 되어버린 것이다.
글로벌 시장은 브랜드와 플랫폼이 경쟁력이다
글로벌 뷰티 산업은 제조 역량보다 브랜드 가치와 플랫폼 전략이 시장 지배력을 결정하는 구조로 변화하고 있다.
LVMH, 에스티로더, 로레알 등 글로벌 화장품 기업들은 생산 파트너 확보에 머무르지 않는다. 이들은 소비자와 직접 연결되는 브랜드 스토리텔링, 지속가능성, 고객 맞춤형 데이터 서비스, 글로벌 플랫폼 전략을 통해 산업 생태계를 장악해가고 있다.
브랜드가 없다는 것은 곧 소비자 데이터와 직접 연결되는 플랫폼 전략을 수립할 수 없다는 뜻이다. 한국 화장품 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제조업 중심 구조를 넘어 브랜드 중심 산업 생태계로 전환이 불가피하다.
ODM·OEM 산업이 브랜드 산업으로 진화하기 위한 조건
이제 한국 화장품 산업의 과제는 명확하다. 제조업 강국이라는 기존 성공 모델을 넘어 브랜드 기업을 발굴·육성하고 플랫폼 전략을 수립하는 새로운 산업구조 혁신이 필요하다.
▶제조업 강자들의 브랜드 기업 투자 및 육성
▶ODM·OEM 기업의 자체 브랜드(B2C) 사업 확대
▶브랜드 기업과 제조사의 전략적 협업 강화
▶글로벌 소비자 접점 플랫폼 개발 및 데이터 서비스 고도화
한국 화장품 산업이 '메이드 인 코리아'를 넘어서 '브랜드 오브 코리아'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산업 전반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수적이다.
KtN 리포트
K-뷰티 산업은 지난 20년간 제조업 경쟁력을 기반으로 글로벌 시장을 개척해왔다. 그러나 플랫폼 경쟁의 시대는 제조 역량만으로는 한계가 명확하다.
이번 'K-뷰티 펀드' 출범은 한국 화장품 산업이 ODM·OEM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브랜드와 기술 기업, 플랫폼 기업을 육성하겠다는 산업구조 전환 선언이다.
한국 화장품 산업이 진정한 글로벌 플레이어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제조업 강국이라는 과거 성공모델과 결별하고 브랜드 플랫폼 산업으로 진화하는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후원=NH농협 302-1678-6497-21 위대한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