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정원, 의료파업, 여수 국가산단… 정책 부재가 만든 이중 붕괴

김용민 민주당 원내정책수석부대표,  의료계가 오랫동안 주장해온 수가 인상, 법적 보호 조항이 포함된 안까지 전면 부정한다면, 그 요구의 진정성을 국민이 납득하긴 어렵다. 사진=김용민의원 민트TV 갈무리,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김용민 민주당 원내정책수석부대표,  의료계가 오랫동안 주장해온 수가 인상, 법적 보호 조항이 포함된 안까지 전면 부정한다면, 그 요구의 진정성을 국민이 납득하긴 어렵다. 사진=김용민의원 민트TV 갈무리,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최기형기자]대한민국 사회는 이중적 균열 위에 놓여 있다. 하나는 의료공백의 장기화, 또 하나는 국가산단을 중심으로 가속화되는 산업 침몰이다. 공통된 원인은 정책의 책임 공백, 행정의 설계 부재, 그리고 통치 체계의 비정상성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 이후 권한대행 체제로 이행되었지만, 국정 운영은 여전히 통제력을 회복하지 못한 채 방치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를 ‘국정 기능의 구조적 붕괴’로 규정하며, 의료와 산업 양축에서 정부의 실책과 무대응을 정밀 비판하고 있다.

‘없던 일’이 된 의대 증원, 피해만 남은 혼란

교육부는 내년도 의과대학 정원을 3,058명으로 발표하며, 사실상 작년 발표했던 2,000명 증원 방침을 철회했다. 불과 1년 전 정부가 ‘의료개혁’이라는 기치 아래 전격적으로 추진했던 정책이 아무런 제도적 보완 없이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문제는 되돌린 방식이다. 연속된 정부 발표는 없었고, 정원 철회의 이유에 대한 해명이나 사과도 없었다. 국민적 논란과 정책적 혼란만 남았다.

의료계는 정부 발표 직후에도 강경한 투쟁 노선을 유지하고 있다. 전국의 의과대학생들은 수업 복귀를 거부하고 있으며, 일부 의료단체는 필수의료 패키지 자체를 폐지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김용민 민주당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의료계가 오랫동안 주장해온 수가 인상, 법적 보호 조항이 포함된 안까지 전면 부정한다면, 그 요구의 진정성을 국민이 납득하긴 어렵다”고 지적했다.

정책 설계 실패와 의료계의 강경 투쟁이 겹치며 보건의료 시스템은 구조적으로 흔들리고 있다. 응급환자의 이송 실패, 중증 진료의 공백은 단기간 내 해결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보건은 무너지고, 행정은 사라졌다

의료공백에 대한 정부의 대응은 실질적 조치가 아닌 ‘설득’에 머물고 있다. 의사단체의 집단행동에 대해 정책 방향이나 인력배치 등 구체적 계획 없이 감정적 호소에 기대고 있는 양상이다.

한덕수 총리는 수차례 브리핑을 통해 의료계의 복귀를 요청했으나, 의료정책의 핵심 당사자로서의 책임과 계획을 명확히 제시하지 않았다. 이처럼 권한대행 체제는 국가 의료시스템의 위기 앞에서 사실상 정책 결정권자로서의 기능을 상실하고 있다.

보건 행정은 신뢰를 기반으로 움직인다. 철회된 정책, 사라진 책임, 무기력한 대응은 국민의 신뢰를 파괴한다. 의료계가 감정적 주장으로 일관한다면 정책적 설득력은 무력화되며, 정책 당국이 회피로 일관한다면 행정의 권위는 상실된다.

여수 국가산단, 산업의 붕괴가 현실화되는 현장

전남 여수 국가산업단지는 국내 에틸렌 생산의 49%를 담당하는 거점이다. 그러나 지난 6개월간 이곳에서의 산업 기반은 눈에 띄게 무너지고 있다. 석유화학 업계의 수익성 악화, 고유가, 글로벌 공급과잉 등 복합 요인이 작용하면서, 현장의 기업들은 생산을 중단하거나 철수를 검토하고 있다.

조계원 민주당 원내부대표에 따르면, 올해 플랜트 건설 노동자 고용 인원은 지난해 7,500여 명에서 올해 1,780명으로 급감했다. 인력 축소는 곧 지역경제의 붕괴로 이어지고 있으며, 협력업체와 일용직 근로자들의 생존 기반까지 흔들리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업체가 자율적으로 구조조정안을 마련하면 지원하겠다”는 수준의 소극적 대응만을 반복하고 있다. 조계원 부대표는 “산업위기 선제대응 지역으로의 지정은 최소한의 행정책임이며, 고용·수출 기반 유지를 위한 긴급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기요금 인상, 무관세 일몰… 정부는 역행 중

산업 기반 보호를 위한 구조적 대책 없이 정부는 오히려 기업 부담을 가중시키는 정책을 예고하고 있다. 2024년 10월부터 산업용 전기요금은 10.2% 인상될 예정이며, 납사·LNG·LPG에 적용된 무관세 조치도 올해 종료된다.

독일은 제조업 보호를 위해 산업용 전기요금 감면 정책을 시행 중이며, 미국과 EU도 각각 공급망 개편과 맞물린 전력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다. 반면 한국 정부는 정책적 반작용조차 없는 상태에서 글로벌 환경과 역행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조계원 부대표는 “정부가 아무런 산업 전략 없이 단기 수익성만을 기준으로 기업들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며, 산업 정책의 완전한 공백 상태를 지적했다. 여수 국가산단은 탈산업 시대의 상징이 아니라, 국가 제조업의 근간으로 보아야 한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정치가 정지되었을 때, 위기는 구조가 된다

보건과 산업, 이 두 영역은 정부 정책의 실력과 행정 체계의 작동 여부를 가장 명확히 드러내는 분야다. 권한대행 체제는 헌법상 ‘현상 유지’의 임시 체계이지만, 실제 국가 운영은 지금 이 체제에 의해 좌우되고 있다.

문제는 정책의 정지, 책임의 실종, 의지의 부재다. 보건은 방치되었고, 산업은 외면받고 있다. 정책이 존재하지 않으면 위기는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구조가 된다.

정권 교체를 앞둔 지금, 정치권은 미래 권력의 구도를 설계하기에 앞서, 현재의 행정공백이 초래할 회복불능의 피해를 직시해야 한다. 위기의 골든타임은 지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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