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림의 선택, 조운호 체제에서 시작되는 브랜드 제조업의 시대
[KtN 박준식기자] 7일, 하림은 육가공사업 부문 대표이사로 조운호 전 하이트진로음료 대표를 공식 선임했다. 소비재 브랜드 분야에서 전략 기획력을 입증해온 인물이 대형 축산식품기업의 제조 부문을 이끌게 된 이번 인사는, 단순한 인적 교체를 넘어 산업 구조 전환의 분기점으로 기능하고 있다.
조운호 대표는 취임 인사를 통해 “세상을 이롭게 하는 K-푸드를 만드는 일에 열과 성을 다하겠다”며 “항상 격려해 주신 모든 분들께 깊이 감사드린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간결하지만 확고한 의지는, 전통 제조업의 체질 전환이라는 하림의 의도를 대변한다.
하림은 조운호 대표를 육가공 부문 수장으로 선임함으로써, 브랜드 중심 제조업으로의 전환을 공식화했다. 제품 중심 공급체계에서 벗어나, 정체성과 감각을 기획하는 식문화 산업으로 나아가겠다는 전략적 방향이 분명해졌다.
기능에서 감각으로, 제조업의 새로운 과제
국내 육가공 산업은 오랫동안 식자재 납품과 급식 시장 중심의 B2B 구조에 머물러 왔다. 위생과 효율을 중시하는 공급자 중심 모델은 안정적 수익을 가능하게 했지만, 브랜드 경쟁력은 성장하지 못했다. 소비자는 오랫동안 ‘제품’을 구매했지만, 지금은 ‘메시지를 가진 브랜드’를 고른다.
1인 가구 확대, 간편식 트렌드, 건강·ESG 기반 소비 확산은 육가공 제품에도 정체성과 철학을 요구하고 있다. 기능적 품질만으로는 더 이상 선택받지 못한다. 하림 역시 더미식, 하림e닭 등을 통해 초기 변화를 시도해 왔으나, 소비자 관점에서 완결된 브랜드 경험을 제공하기에는 여전히 조직 구조의 벽이 존재했다.
조운호 체제, 브랜드 중심 제조업의 설계자
하이트진로음료 재직 당시, 조운호 대표는 '블랙보리'라는 단일 원료 음료를 건강·디자인·스토리텔링 전략으로 포지셔닝하며 시장을 확장시켰다. 제품이 아니라 브랜드를 먼저 설계하는 방식은, 소비자의 감각과 가치관을 기반으로 시장을 새롭게 조직한 전략이었다.
하림이 이번에 선택한 인사는 이러한 전략적 감각을 제조업 내부로 도입하기 위한 구조적 결단이다. 조운호 대표는 기능적 제품을 넘어, 기획 단계부터 브랜드 언어를 설계하고 소비자와의 정서적 접점을 구축할 수 있는 인물이다. 하림 육가공사업은 이제 생산 중심 조직이 아니라, 소비자 중심의 설계조직으로 재편될 가능성을 갖게 됐다.
브랜드 없는 제조업은 더 이상 산업이 아니다
K-푸드의 글로벌 전략이 김치와 라면을 넘어 단백질 기반 식문화로 확장되기 위해서는, 고기 제품 역시 문화적 맥락과 브랜드 언어를 갖춰야 한다. 하림은 이번 구조 개편을 통해 ‘공급자’가 아닌 ‘의미를 기획하는 기업’으로 스스로의 정체성을 전환하려 한다.
브랜드는 이제 선택의 도구가 아니라 시장을 움직이는 구조다. 소비자는 기호를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태도와 가치를 선택한다. 제품을 넘어 경험을 제안하고, 산업을 넘어 감각을 조직하는 기업만이 글로벌 식문화 시장에서 지속 가능한 위치를 확보할 수 있다.
조운호 대표의 선임은 단순한 인사의 교체가 아니라, 산업 정체성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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