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구조 개편과 정권교체를 연결한 전략적 정치 행보… 노동계 내부 파장 불가피
[KtN 최기형기자] 15일, 전국건설기업노동조합(위원장 박명호)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와 정책협약을 체결하고 공식 지지를 선언했다. 민주노총 산하 산업별노조 가운데 특정 후보 지지를 공개적으로 표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국건설기업노조의 이번 행보는 노동계 내부의 정치 지형뿐 아니라 건설산업과 노사관계 전반에 중대한 파장을 예고한다.
건설기업노조는 대우건설, 현대엔지니어링 등 주요 건설사의 사무직 노동자들로 구성된 전국 단위 산별노조다. 이날 노조는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시민본부와 건설노동자 처우 개선, 현장 공공성 강화 등 16개 항목의 정책협약을 체결한 뒤 곧바로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박명호 위원장은 “이번 대선은 건설산업을 포함한 대한민국 산업 전반의 존속을 결정짓는 분기점”이라며 “지속적인 산업 개혁과 사람 중심의 노동정책을 추진할 후보에게 힘을 실어야 한다”고 밝혔다.
“건설노동자는 더 이상 침묵하지 않겠다”
정책협약서에는 건설현장의 과로·임금체불·구조조정 등 장기간 누적된 산업병폐에 대한 공동 해결 의지가 담겼다. 특히 노조는 “장시간 노동과 불안정한 고용 구조 속에서 건설산업은 청년의 외면을 받고 있으며, 이는 곧 산업의 쇠퇴로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고용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2004년 63.8%였던 2030 건설기술인 비중은 2023년 16%까지 감소한 상태다. 노동환경 개선 없이 산업 인력 재생산 자체가 불가능한 국면에 이른 것이다. 노조는 이러한 현실을 '노동자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산업 시스템의 붕괴'로 규정했다.
정동영 더불어민주당 시민본부장은 이날 협약식에서 “건설현장의 공공성과 노동자의 권리는 국가가 보장해야 할 기본값”이라며 “정책협약은 산업의 미래와 노동의 존엄을 지키기 위한 약속”이라고 밝혔다.
‘정권교체’ 명문화한 선언문… 정치참여의 본격화
전국건설기업노조가 배포한 지지선언문에는 “정권교체는 시대적 사명”이라는 문구가 전면에 명시됐다. 2024년 12월 발생한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 선포 사건을 비판하며, 건설업계의 신인도 하락과 환율 불안으로 민생경제가 무너졌다는 주장도 포함됐다. 노조는 “이제는 검찰 독점 권력, 재벌 세습 구조, 정부의 무책임한 산업정책을 바로잡아야 할 때”라고 명시했다.
정치 선언문에서 특정 후보 지지를 넘어 ‘내란세력 청산’, ‘헌정질서 회복’ 등 정치적 수사와 구체적 정세 판단이 포함된 것은, 산업별노조의 전면적인 정치화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는 산별노조 중심의 정치참여가 본격화될 수 있음을 의미하며, 향후 민주노총 내 다른 조직에도 파급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김현정 수석부본부장은 “산별노조 중 처음으로 정책협약과 지지를 결단한 것 자체가 한국 노동운동사의 전환점”이라고 평가했다.
정치 리스크와 산업 전략 사이의 줄타기
전국건설기업노조의 이번 행보는 노동조합의 정치참여에 내포된 고전적 딜레마를 다시 꺼내 든다.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지만, 특정 정당과의 연대가 조직 자율성과 노동자 대표성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비판도 불가피하다. 특히 대통령 선거라는 최고 권력 교체 국면에서의 입장 표명은 ‘산업 대의’와 ‘정당 연계’ 사이에서 신중한 해석이 요구된다.
한편 이재명 후보에게는 산업계 내부에서 나오는 공식 지지 선언이라는 상징적 의미가 크다. 지금까지 시민사회단체, 정당 외곽조직을 통한 연대가 중심이었던 가운데, 실제 산업별 조직의 선명한 지지는 향후 정책 정당성과 노동계 연계 전략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정치권 재편, 노동이 변수로 떠오를 수 있을까
산업노조의 정치 참여는 전례가 없는 일은 아니다. 그러나 전국건설기업노동조합이 보여준 방식은 기존의 물밑 지지나 선거협력과는 궤를 달리한다. 이번 선언은 정책연대, 공식 협약, 명시적 지지까지 포괄하는 전면적 정치참여로, 이후 노동계 내부 재편과 정치권 연대 구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정치와 산업, 조직과 정당 사이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국면에서 노동조합이 정치 변수가 될 수 있을지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산업의 위기를 더 이상 ‘현장 안’에서만 대응할 수 없다는 점이다. 건설노조는 지금, 산업 구조 개편과 정치개혁을 연결짓는 ‘노동정치’의 시험대 위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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