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산업, 정치 구조, 거버넌스까지 아우르는 포괄적 기획… 통합의 정치가 실현되기 위한 조건은 무엇인가
시스템을 다시 묻다: 이재명 후보의 국가 리빌딩 전략과 그 가능성

이재명. 사진=더불어민주당,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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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N 박준식기자] 한국 사회가 직면한 위기는 단선적이지 않다. 경기 침체와 양극화, 기술 전환의 불균형, 제도 신뢰의 붕괴, 정치적 분열이 동시에 진행되는 구조적 위기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통령선거후보가 2025년 5월 25일 공개한 국정 구상은 이러한 위기를 단기 처방이 아닌 국가 시스템 전면 재구성의 과제로 인식하고 설계된 통합 전략이다.

경제와 정치, 산업과 제도, 권력과 시민을 동시에 조정하려는 이중 설계는, 단지 정책 나열이 아니라 ‘어떻게 통치할 것인가’에 대한 하나의 통합적 해답으로 제시된다. 핵심은 성장과 통합을 분리하지 않겠다는 정치적 선언, 그 자체다.

경기 부양과 구조 전환의 병렬 구상: ‘성장’이라는 정치적 명분의 재설계

이재명 후보는 지금의 경제 상황을 “IMF에 준하는 국난”으로 규정하며, 위기의 성격을 민생 기반의 붕괴로 진단했다.  대통령 직속 ‘비상경제대응 TF’ 설치, 즉시 실행 가능한 내수대책, 국가 재정의 마중물 역할 등을 통해 단기 위기 대응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동시에 AI, 딥테크, 에너지 고속도로, 자본시장 혁신 등은 미래 전략 산업으로 제시되었고, ‘코스피 5000시대’라는 상징적 수치는 경제 정책 전반의 자신감을 담아낸 표현이었다.

이 후보의 전략은 단기 위기 대응과 중장기 산업 전환을 병렬로 추진하는 이중 구조를 띤다. 중앙정부의 직접 개입을 통해 시장을 안정시키고, 동시에 산업 구조를 고도화함으로써 한국 경제를 ‘추격형 모델’에서 ‘창조형 모델’로 전환시키겠다는 정치적 선언으로 읽힌다.

이 구상이 갖는 정치적 장점은 그 입체성만큼이나 복잡한 균형을 요구한다. 기술 주도 산업은 효율과 성장을 전제로 하지만, 이면에는 데이터 편향, 노동 불안, 감시 자본주의의 위험이 상존한다. 이재명 후보는 산업 주도 전략을 강조하면서도, 이에 상응하는 시민 권리 보호, 공공 규범 설계, 기술 감시 체계 구축에 대한 구체적 장치는 제시하지 않았다.

성장은 통치의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다. 민주적 감시와 공공의 안전망이 결합하지 않은 기술 주도 모델은 장기적으로 시장 독점과 사회 불균형을 심화시킬 수 있으며, 산업 중심 국가 전략이 갖는 구조적 리스크다.

권력구조 개편과 시민참여 시스템: 분권형 통치 모델의 제안

이재명 후보는 이날 발언에서 단일 정당의 집권 구도를 넘어서, 헌정 구조의 개편을 전면적으로 제안했다. 국무총리 국회 추천제, 검찰·경찰 고위직 임명 국회 동의제, 대통령 거부권 제한, 감사원 국회 이관 등은 모두 행정부 권한 집중 해체와 의회 기능 강화를 골자로 한다.

함께 제시된 디지털 기반 ‘국민참여 플랫폼’, 공론화위원회, 공직자 국민추천제 등은 단지 행정기술이 아니라, 시민주권의 제도화라는 의지를 담고 있다. 대의제의 위기, 정당정치에 대한 불신이 고조된 지금, 행정 내부의 결정을 시민 권한 구조와 접속시키겠다는 제안은 정치적 포퓰리즘과는 결을 달리한다.

이 후보의 구상은 분명히 정치적 설계력의 고밀도를 보여주는 장면이다. 동시에, 실현 가능성과 제도적 설계의 현실성이라는 냉정한 질문을 피해갈 수 없다. 대부분의 권력구조 개편안은 개헌 절차를 전제로 하며, 국회 권력구도와 정당 간 합의, 시민사회의 동의라는 복합적 조건을 충족해야만 한다.

게다가 참여형 거버넌스의 실효성 역시 설계와 운영의 기술에 좌우된다. 디지털 플랫폼의 대표성, 공론화위원회의 구성 방식, 국민추천제의 투명성 등은 모두 정치적 상징이 아니라 제도적 현실로 검토되어야 한다. 이재명 후보가 강조한 ‘시민 권한 강화’는 기획으로는 명확하지만, 실행의 층위에서는 여전히 설계 중에 있다.

이재명, 경기 북부 유세 집중… 고양·파주·김포 ‘비전 3종세트’ 발표  사진=2025 05.20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이재명, 경기 북부 유세 집중… 고양·파주·김포 ‘비전 3종세트’ 발표  사진=2025 05.20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통합 전략으로서의 유효성: 복합 위기의 유일한 대안인가

이재명 후보의 전략은 정치적으로 ‘급진’해 보이지만, 동력은 오히려 현재 위기의 구조에 있다. 지금 한국 사회는 저성장, 통치 불신, 권력 남용, 기술 전환의 불균형이 중첩된 위기를 겪고 있다. 이러한 다층적 위기 상황에서 이재명 후보가 제시한 산업 중심 성장 전략과 시민 참여 기반 통치 구조는, 각각의 위기를 개별 대응이 아닌 하나의 구조로 통합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이 후보의 메시지는 기존 정치 담론에서 자주 분리되어 다뤄졌던 주제―경제와 민주주의, 기술과 권력, 통제와 참여―를 하나의 설계도 안에 병렬 배치하고자 한 최초의 시도이기도 하다. 이재명 후보 개인의 정치성향이라기보다는, 지금 시점에 한국 정치가 감당해야 할 구조적 과제를 직시한 결과로 평가할 수 있다.

문제는 통합 설계가 정치의 언어를 넘어 실제 통치 기술로 전환될 수 있는가다. 이질적인 가치와 속도를 갖는 산업 전략과 거버넌스 개혁을 하나의 통치 체계 안에서 조율하려면, 탁월한 제도 설계 능력과 고도의 정치적 절제력이 함께 요구된다.

‘누가’가 아닌 ‘어떻게’가 문제인 선거

이재명 후보의 발언은 이번 대선이 단순한 세력 교체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한다. 대한민국이라는 구조를 어떻게 작동시킬 것인가에 대한 정치적 청사진이 제안되었으며, 유권자는 작동 가능성과 균형 구조를 냉정하게 검토할 책임을 가진다.

중요한 것은 ‘누가 대통령이 될 것인가’가 아니라, ‘그가 제시한 구조가 통합의 정치를 가능하게 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다. 이번 대선은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 여부를 넘어, 시스템 선택의 순간이다. 그리고 이재명 후보의 전략은  선택지를 가장 구체적으로 드러내는 문서다.

정치는 설득이지만, 통치는 구조다. 설득이 감정을 겨냥한다면, 구조는 지속 가능성을 묻는다. 이재명 후보의 제안은 감정이 아니라 구조를 설계하려는 시도이며, 그 시도는 위기의 시대에 하나의 정치적 대안으로서 정밀하게 평가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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