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대 대선 내란종식 공약의 정책적 깊이
[KtN 김 규운기자] 계엄 선포권과 군 통수 체계의 헌법적 한계는 한국 정치의 구조적 취약 지점으로 다시 부각되었다. 정치적 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비상통치 체계를 어떻게 규율할 것인지, 그리고 내란 수준의 사태에 제도적으로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대한 각 후보의 입장은 제21대 대선 공약에서 뚜렷한 차이를 드러내고 있다.
비상계엄, 군사재판, 정보기관, 국회의 통제력, 갈등관리 기구까지, 각 정당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내란종식’을 설계했다. 일부는 구체적 입법으로, 일부는 구조 개편의 방향성으로, 또 다른 일부는 정치적 판단에 머물렀다. 대선이라는 정치적 공간은 지금, 제도화된 민주주의를 향한 의지와 설계 능력을 검증하는 자리로 작동하고 있다.
입법 설계를 중심에 둔 접근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이재명 후보는 계엄제도의 오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법률 조정에 집중했다. 국회에 대한 계엄 선포 통고 절차의 구체화,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 무시 시 자동 해제 간주 조항 등은 입법부 기능의 실질적 보장을 겨냥한 설계다.
군사적 요소에 대해서도 법적 장치를 통해 권한을 분명히 하려는 시도가 담겼다. 계엄사령관 권한의 명확화, 군사재판 대상의 축소, 계엄포고령에 대한 국회 사후승인 조항은 통수체계 안에서 군의 자의적 판단을 최소화하려는 방향으로 구성되어 있다. 군 정보기관의 구조 개편, 12·3 관련 부대 임무 재조정, 부당명령 거부권의 법제화 등은 통제 메커니즘을 실질적으로 강화하는 방안으로 이어진다.
정치적 통합과 행정 참여 구조를 제안한 공약도 병행되었다. 상설 협치 기구, 국민통합위원회의 기능 다양화, 공론화 절차의 제도화, 인공지능 기반 민원 시스템 등은 정무 행정의 응답성을 제고하는 장치로 읽힌다.
전체적으로 법적 명문화와 제도적 조율을 중첩시키는 전략은 제도와 현실 사이의 간극을 줄이려는 시도로 이해된다. 단일 사건에 대한 대응이 아닌, 권력 구조 전반의 작동 원리를 재조정하는 방식으로 정책의 무게가 이동한 사례다.
헌정구조 개편 중심 접근 –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
권영국 후보는 기존 제도의 개선보다, 권력구조 자체의 전환에 방점을 찍었다. 평시 계엄권을 삭제하고, 대통령 궐위 시 권한대행을 국회의장 중심으로 전환하겠다는 방향은 행정부 권한을 축소하고 입법 중심 체계를 지향하는 입장과 연결된다.
내란·국헌문란 사범에 대한 사면 금지, 헌법재판관 임명 절차의 민주화 또한 권력의 수직 위계를 완화하고, 정치적 면책 구조를 제거하려는 취지로 해석할 수 있다.
권력 기능을 조정하는 방식은 분명하지만, 실무 차원의 통제 방식이나 군 조직 내부 설계에 대한 구체적 설명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계엄이 실제로 발동될 때 작동하는 지휘 체계나 정보기관 통제, 비상대응 절차의 조율 방식이 공백으로 남아 있다는 점은 실행 측면에서 논의가 더 필요해 보인다.
비판 이후 설계로 이어지지 않은 입장 –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
이준석 후보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 시도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했다. 내란 수준의 헌정 파괴 시도에 대한 분명한 문제 제기를 한 유일한 보수 진영 후보였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그러나 비판 이후 제도화로 연결되는 정책 설계는 제시되지 않았다. 계엄 통제 장치, 군사권력 운영 방식, 정보기관 개혁안 등 실질적인 대응은 정치적 입장 표명 수준에 머물렀다. 문제의식이 설계 역량으로 이어지지 못한 사례로 해석된다.
정책 공백과 현실 인식의 결여 –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김문수 후보는 12·3 사태에 대해 내란으로 규정하지 않는 입장을 유지했다. 계엄제도 개편, 군 통제, 정보기관 관련 공약이 일절 포함되지 않은 공약 구조는 구조적 문제 자체에 대한 인식이 없었음을 반영한다.
권력 통제 방식에 대한 공약이 비어 있는 상황에서는 정치 시스템 전반에 대한 제도화 의지가 확인되지 않는다. 정치적 일관성을 유지하려는 전략으로 해석할 수는 있으나, 민주주의 위기에 대한 책임 인식과 제도적 대응이라는 대선의 핵심 기준에서는 평가를 유보하기 어렵다.
정치의 설계 능력은 입법의 명료성과 현실 대응력에서 판별된다
계엄제도는 단순한 헌법 조항이 아니라, 민주주의와 예외권력 사이의 균형을 가늠하는 기준점이다. 계엄이 작동하는 순간, 행정·군·입법의 경계는 무너질 수 있으며, 정보기관과 군사재판 구조는 국가 권력을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전환될 수 있다.
이재명 후보는 입법과 행정, 군 통제 방안을 교차 구성하며, 제도의 실현 가능성과 권력 균형이라는 두 기준을 병렬적으로 충족시키려는 구도를 만들었다. 권영국 후보는 구조 자체를 재편하는 방향으로, 헌정의 수직 구도를 문제 삼았고, 권한 재조정을 통한 정치 시스템의 근본 개편을 시도했다. 이준석 후보는 비판은 분명했으나 제도화로 연결되지 않았고, 김문수 후보는 위기 자체를 부정하면서 공약 전체에서 해당 의제를 배제했다.
후원=NH농협 302-1678-6497-21 위대한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