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출’ 이후의 공백, 정책금융이 메워야
[KtN 조영식기자] 금융위원회가 지난 6월 30일 의결한 「대부업 등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 시행령 및 감독규정 개정안」은 단순한 고금리 억제책이 아니다. 이번 조치는 대부업 시장의 질서를 바로잡고, 금융 취약계층을 위한 최소한의 안전망을 구축하겠다는 정부의 정책 방향을 반영한 조치로 읽힌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강조돼온 ‘금융 포용’은, 저신용자·저소득층에게 단순히 돈을 빌려주는 것을 넘어, 불필요한 부채 위험으로부터 보호하는 구조적 환경을 설계하는 것으로 확장되고 있다. 이번 규제 강화는 바로 그 ‘보호적 금융’의 일환이라는 평가다.
불법 고금리와 불투명 거래… 대부업의 회색지대를 정조준하다
현재 국내 대부업 시장은 두 개의 모순을 동시에 안고 있다. 하나는 제도권 밖 저신용자를 위한 최후의 유일한 유동성 창구로 기능하고 있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과도한 금리, 불투명한 상환 조건, 폭력적 추심 등 구조적 문제의 온상이라는 현실이다.
특히 2022년 이후 법정 최고금리가 20%로 인하된 이후에도, 일부 대부업체는 수수료 명목이나 우회구조를 통해 사실상 이를 초과하는 고금리 거래를 이어왔다는 지적이 제기되어 왔다. 정부는 이번 개정을 통해 이러한 불건전 관행을 제도권 내부에서 정화하려는 전략적 시도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자본금 요건·상환능력 평가 의무화… “부실 진입은 막고, 정보는 공개”
개정안은 대부업 등록요건을 높이고, 모든 대부업체에 대해 상환능력 평가를 사전 실시하고 보고하도록 의무화했다. 또한 실태조사 주기화와 자료 제출 확대를 통해 시장 내 감시체계를 실시간으로 강화하겠다는 것이 금융위원회의 방향이다.
이는 ‘시장 폐쇄’가 아닌, ‘규범 내 편입’을 전제로 한 접근이다. 금융위원회는 이번 개정의 목적을 “대부업을 신뢰 가능한 서브 채널로 기능하게 만들기 위한 제도적 정비”로 명시했다.
‘취약 차주 보호’가 중심… 이재명 정부의 금융 포용 철학과 직결
이재명 정부는 출범 이후 줄곧 “금융은 공공재적 성격을 가진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2023년 이후 연이어 발표된 가계부채 관리 대책과 서민금융 지원 확대 정책은, 채무조정·이자 경감·정책금융 접근성 강화를 핵심축으로 한다.
이번 대부업 규제 강화도 그 연장선에 있다. 불건전 대출로 인한 취약 차주의 장기 채무화, 회생 불능 상태 전환을 사전에 차단하고, 안전한 구조 내에서의 자금 이용을 유도하겠다는 의도다.
즉, 정부가 이번 개정을 통해 보내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시장 전체를 제약하는 것이 아니라, 금융의 구조를 안전하게 재설계하겠다”는 선언적 접근이다.
‘퇴출’ 이후의 공백, 정책금융이 메워야
그럼에도 정책의 현실적 이행을 위해선 보완책이 절실하다. 과도한 규제로 대부업체가 퇴출될 경우, 취약 차주에게 제도적 대안이 없다면 불법 사금융으로의 유입은 오히려 증가할 수 있다.
이재명 정부는 이에 대응해 2025년 하반기부터 정책서민금융 공급 확대, 디지털 기반의 소액 신용평가 강화, 지역 단위 서민금융 플랫폼 재편 등 후속조치를 예고한 바 있다.
이러한 병행정책이 실효적으로 작동해야만, 규제가 시장 축소로 이어지지 않고, '건강한 정비'로 귀결될 수 있다.
금융약자 중심 규제로 방향성은 옳다… 과제는 ‘이행 균형’
이번 규제는 기존의 “고금리 = 위험 = 차단”이라는 일방적 프레임이 아니라, “고위험 구조 → 안전한 구조로의 이행”이라는 방향성 있는 접근이라는 점에서 정책적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
다만, 그 효과가 실제 시장에 안착되기 위해서는 취약계층 보호와 유동성 공급 간 균형 설계가 관건이다.
금융당국은 2025년 하반기부터 대부업 규제와 정책금융 보완의 병행 구조를 본격화할 계획이다. 관건은 규제의 강도보다, 그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공백을 어떤 정책적 세심함으로 메우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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