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N 박채빈기자] 인공지능 반도체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 글로벌 산업 질서 속에서, 유럽연합(EU)과 일본이 기술 자립을 넘어 전략적 기술동맹 형성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미국과의 기술 블록 결속이 강화되는 동시에, 반도체 주권 확보를 위한 독자적 투자 및 법제화 움직임도 병행되며, 글로벌 공급망 재편의 축이 더욱 복잡하게 얽히고 있다.

유럽연합은 2022년 ‘유럽 반도체법(European Chips Act)’을 제정한 이후, 인프라와 기술 양면에서 반도체 내재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EU 집행위원회는 2030년까지 전 세계 반도체 생산의 20%를 유럽 내에서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선언했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430억 유로(약 60조 원)에 달하는 공공·민간 자금을 집행 중이다. 독일 드레스덴에는 인텔과 TSMC가 공동으로 차세대 반도체 공장을 신설 중이며, 프랑스·이탈리아·벨기에 등도 R&D 클러스터 유치에 뛰어들며 ‘유럽판 반도체 삼각축’ 구성이 가시화되고 있다.

일본은 ‘반도체 부활’을 국가적 의제로 상정했다. 기시다 후미오 내각은 2024년부터 총 3조 엔(약 28조 원)을 투입해 첨단 반도체 기술 확보와 생산역량 복원을 본격화했다. 일본 정부는 구마모토현에 미국 IBM·AMD, 대만 TSMC와 공동 설립한 첨단 공장 ‘JASM(재팬 어드밴스트 세미컨덕터 매뉴팩처링)’을 중심으로, 장비·소재·인력 육성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동시에 ‘라피더스’를 통해 2nm 이하 선단공정 기술 확보에 나서며, 세계 반도체 기술경쟁에서 재입지를 꾀하고 있다. 도쿄는 이미 미국과 공동으로 차세대 AI 반도체와 포토닉스, 고속통신용 칩 관련 기술협정을 체결했고, EU 및 한국과의 기술 공유 확대도 논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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