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박스중앙·롯데컬처웍스의 전략과 현실

영화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딩' 내한 프레스 컨퍼러스에 배우 톰크루즈가 참석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영화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딩' 내한 프레스 컨퍼러스에 배우 톰크루즈가 참석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임우경기자] 22일, 메가박스중앙과 롯데컬처웍스는 양사 합병 이후 국내 극장 산업과 콘텐츠 제작 분야에 대한 본격적인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중앙그룹과 롯데그룹은 각각의 문화 콘텐츠 계열사를 통합하면서, 대규모 자본 재편을 통해 한국 영화산업의 침체를 극복하고 산업 생태계의 재정비를 도모하겠다는 구상을 제시했다.

양사가 제시한 전략은 크게 네 가지 축으로 구성된다. ▲극장 인프라 개선 ▲특별관 확대 및 지역 문화 접근성 강화 ▲콘텐츠 제작 투자 확대 ▲창작 생태계와 수익 구조의 선순환 구축이다. 이 구조는 전형적인 위기 극복형 산업 투자 모델로, 코로나19 이후 심각한 관객 감소를 겪은 극장 산업에 대한 물리적 회복과, 제작 생태계의 불균형 해소를 동시에 노린다.

다만 이러한 계획이 산업 전반의 회복으로 실제 이어질 수 있을지에 대해선 유보적 시선도 존재한다. 국내 영화산업은 팬데믹 이전에도 관객 수 포화, 장르 편중, 배급 주체 집중 등의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었으며, OTT 플랫폼 확산 이후에는 ‘관객 유입의 회복’이 아니라 ‘관객의 소비 방식 변화’라는 비가역적 흐름이 형성됐다. 다시 말해, 관객이 극장을 떠난 것이 아니라, 관객이 다른 방식으로 콘텐츠를 소비하기 시작했다는 구조적 변화가 이미 자리 잡은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메가박스중앙과 롯데컬처웍스가 합병을 단행한 배경에는, 극장 산업의 규모 축소가 아닌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는 현실 인식이 반영돼 있다. 기존의 영화 상영 모델이 더 이상 콘텐츠 유통의 중심이 아닌 상황에서, 양사는 극장을 하나의 몰입형 체험 공간으로 재정의하며, 고급화 전략을 전면에 내세운다. 특별관 확대, 돌비시네마 및 MX4D 같은 하이엔드 관람 경험의 전국 확산은 이러한 방향성의 일환이다. 그러나 이 전략은 고비용 구조와 관객의 지불 의사 간 괴리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라는 물음을 남긴다.

영화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딩' 내한 프레스 컨퍼러스에 배우 톰 크루즈, 크리스토퍼 맥쿼리 감독, 헤일리 앳웰, 사이먼 페그, 폼 클레멘티에프, 그렉 타잔 데이비스가 참석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영화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딩' 내한 프레스 컨퍼러스에 배우 톰 크루즈, 크리스토퍼 맥쿼리 감독, 헤일리 앳웰, 사이먼 페그, 폼 클레멘티에프, 그렉 타잔 데이비스가 참석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콘텐츠 투자 확대 방안 역시 구조적으로는 유효하나, 실질적인 제작 환경의 개선으로 이어지려면 다층적 조건이 필요하다. 현재 국내 영화 제작 생태계는 상업성과 예술성 사이의 균형, 중소 제작사의 생존 여건, 배급망 불균형, 제작비 회수 구조의 한계 등 다층적 병목을 안고 있다. 단순히 제작 건수를 늘리는 것이 창작 환경 개선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특히 플랫폼 다양화 이후, 콘텐츠의 유통 경로가 넓어졌지만 이에 따른 수익 분배 구조는 여전히 비대칭적이다. 메가박스중앙과 롯데컬처웍스가 지향하는 수익 선순환 구조가 창작자에게 실질적 이익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투명한 분배 기준, 콘텐츠 IP 수익 구조 재설계 등이 병행돼야 한다.

재무 안정성과 외부 투자 유치도 관건이다. 두 그룹이 합병을 통해 일정 규모 이상의 재원을 확보할 수 있음은 분명하지만, 이는 산업 전반에 퍼질 ‘파급력’을 보장하지 않는다. 국내 영화시장의 회복력은 대형 자본의 유입뿐 아니라, 관객의 신뢰 회복과 콘텐츠 질적 다변화, 그리고 배급·마케팅 구조의 혁신 등 다양한 요인이 결합될 때 가능하다. 특히 지방 중소극장의 존속 문제, 독립영화의 상영 기회 축소 문제 등은 대형 자본의 유입으로 쉽게 해결되지 않는 영역이다.

또한, 중앙그룹과 롯데그룹은 과거에도 각각의 콘텐츠 플랫폼 사업에서 안정적 수익 모델을 확보하는 데 일정한 한계를 드러낸 바 있다. 방송과 영화, 스트리밍 분야에서 대규모 투자가 단기적 수익성으로 이어지지 않았던 경험이 반복될 경우, 이번 합병 역시 단발성 모멘텀으로 소진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영화 '검은 수녀들' VIP 시사회에 앞서 배우 송혜교, 전여빈, 이진욱, 문우진, 김국희, 신재휘, 권혁재 감독이 가장 먼저 등장해 예비 관객들에게 인사를 전하고 있다. /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영화 '검은 수녀들' VIP 시사회에 앞서 배우 송혜교, 전여빈, 이진욱, 문우진, 김국희, 신재휘, 권혁재 감독이 가장 먼저 등장해 예비 관객들에게 인사를 전하고 있다. /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기술 변화와 관객 트렌드도 변수를 제공한다. AI 기반 제작 도구의 도입, 가상 프로덕션 기술의 확산, VR·AR 콘텐츠의 부상 등은 콘텐츠 산업 전반의 제작 방식에 근본적인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특히 OTT와의 공동제작, 해외 로케이션 및 글로벌 타겟 IP 기획이 보편화된 상황에서, 단지 극장 중심의 유통망 확장은 글로벌 경쟁력 확보의 해법이 되기 어렵다. 국내 극장산업의 회복은 기술·기획·유통의 수평적 연결 구조 안에서 이루어질 때 실질적 힘을 갖게 된다.

메가박스중앙과 롯데컬처웍스의 합병은 산업 구조 전환을 위한 하나의 계기로는 의미가 있지만, 이것이 영화산업 전체의 회복을 자동적으로 견인할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자본과 규모, 인프라의 통합만으로는 창작 생태계의 다양성과 관객의 소비 행태라는 ‘비정량적 변수’를 통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 언론 시사회에 배우 신예은, 도경수, 원진아가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 언론 시사회에 배우 신예은, 도경수, 원진아가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관객의 선택은 극장의 재단장이 아니라, 콘텐츠의 차별성과 이야기의 힘에서 비롯된다. 극장은 그 선택을 가능하게 하는 물리적 공간일 뿐이며, 콘텐츠 생태계 전반의 다양성과 공정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그 공간은 점차 비어갈 수 있다.

이번 합병은 산업 재편의 한 갈래이자, 변화의 신호일 수는 있으나, 궁극적으로 한국 영화산업의 회복은 다층적 구조 개혁과 콘텐츠 중심 전략의 정교화에 달려 있다. 투자와 전략이 단기 실적을 넘어, 구조적 지속 가능성을 어떻게 설계할 수 있을지에 따라, 이번 합병의 실질적 효과는 평가받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