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안)」이 제시하는 다핵 분산형 국토 전략

수도권 집중의 역사와 현재 사진=2025 04.04  지하철 교통 시민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수도권 집중의 역사와 현재 사진=2025 04.04  지하철 교통 시민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박준식기자]대한민국 수도권은 세계에서 손꼽히는 초밀집 지역에 속한다. 국토 면적의 12%에 불과한 공간에 전체 인구의 절반 이상이 거주하며, 대학·기업·문화 인프라가 모여 있다. 산업화와 도시화 과정에서 수도권은 국가 성장을 이끄는 중심축이었지만, 그만큼 누적된 비용이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서울의 주거 불안정, 출퇴근 교통 혼잡, 대기오염과 녹지 부족은 수도권 주민의 삶의 질을 낮추는 직접적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재명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안)」은 이러한 수도권 과밀을 단순한 도시 현상이 아니라 국가 전체의 불균형 문제로 진단하고, 다핵 분산 전략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수도권 집중의 역사와 현재

수도권 중심 발전 모델은 효율성을 중시한 정책 선택의 결과였다. 물류와 교통망이 집약된 곳에 공업과 서비스업을 집중시키면서 성장 속도를 끌어올렸고, 그 과정에서 전국의 인재와 자본이 수도권으로 이동했다. 이로 인해 수도권은 세계적인 도시권으로 성장했지만, 동시에 지방의 공동화가 심화되었다.

서울은 주거 불안정의 상징으로 불린다.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은 전국 평균을 크게 상회하며, 청년과 신혼부부는 안정적인 주거 기반을 마련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 이러한 현상은 시장의 단기 변동이 아니라 인구와 자원이 수도권에 몰리는 구조적 결과로 해석된다. 교통 문제 역시 누적되고 있다. 수도권 직장인의 하루 출퇴근 시간은 두세 시간에 달하며, 이로 인한 생산성 저하와 생활 만족도 하락은 사회적 비용으로 환산된다.

환경적 부담도 눈에 띈다. 인구와 산업이 밀집된 수도권은 미세먼지와 대기오염, 도시 열섬 현상으로 불안정성이 높다. 생활폐기물 처리와 녹지 관리 문제는 이미 지역사회의 갈등 요인으로 부상했다. 이는 특정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전체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는 요소로 평가된다.

사회적 불평등의 확대

수도권 집중은 단순한 혼잡과 불편을 넘어 사회적 불평등을 강화하는 구조로 작동한다. 교육 기회는 수도권 대학에 집중되고, 대기업과 연구소는 대부분 서울과 경기 지역에 자리한다. 지방 출신 청년은 더 나은 기회를 찾아 수도권으로 이동하고, 지역은 청년 인구를 잃는다. 이 흐름은 지역의 경제·사회적 기반을 약화시키고, 장기적으로는 인구 절벽 문제를 가속화시킨다.

임금과 자산 격차 역시 심화된다. 수도권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높은 생활비를 감당하면서도 더 많은 일자리와 교육 기회를 확보하는 반면, 지방 거주자는 낮은 임금과 제한된 기회를 감수해야 한다. 이러한 격차는 세대 간 갈등과도 맞물리며, 한국 사회의 구조적 불평등을 고착화하는 방향으로 작동한다.

국가적 비용으로 전환되는 과밀

수도권 집중은 국가 재정에도 직접적인 부담을 준다. 매년 수도권 인프라 확충에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지만, 수요는 여전히 따라잡기 어렵다. 도로와 철도 확장, 주택 공급, 환경 정비를 위한 지출은 국가 자원의 불균형 배분으로 이어지고, 결과적으로 다른 지역의 발전 기회를 제약한다.

집중 구조는 위기 대응에도 취약하다. 코로나19 시기 수도권 병상 부족이 전국적 의료 위기로 확산된 사례는 이를 보여준다. 특정 지역에 인구와 경제 활동이 지나치게 쏠릴 경우, 충격은 더 빠르게 전국으로 확산된다.

다핵 분산 전략의 해법

계획안은 이러한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다핵 분산 전략을 강조한다. 전국을 다섯 개 권역으로 나누고, 각 권역에 자족 가능한 성장 거점을 육성한다는 방향이다. 여기에 세 개 특화축을 더해 산업·교육·문화가 연계된 새로운 국토 구조를 만들겠다는 목표가 담겨 있다.

세종시와 혁신도시의 경험은 분산 전략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세종시는 행정 기능을 분산하며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는 효과를 입증했고, 혁신도시는 공공기관 이전을 통해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계획안은 이러한 성과를 확장해 권역별 발전 모델을 구축하려는 의도를 드러낸다. 수도권과 지방의 관계를 경쟁 구도가 아닌 상생 구조로 재편하겠다는 방향성이 담겨 있다.

생활 인프라와 기본사회

인구와 자원의 분산은 생활 인프라가 뒷받침될 때 현실성을 가진다. 지방에서 의료·교육·돌봄 같은 서비스가 충분히 보장되지 않으면, 인구 분산은 일어나지 않는다. 계획안은 기본사회 보장을 통해 거주 지역과 무관하게 국민이 동일한 생활 수준을 누릴 수 있도록 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이는 복지 확대를 넘어, 균형 발전의 핵심 조건으로 제시된다.

더불어 청년층이 지방에서도 안정적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첨단 산업과 혁신 클러스터를 지방에 배치하는 정책이 포함됐다. 청년 유출의 주된 원인이 일자리 부족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고용 기반 분산은 수도권 집중 완화의 중요한 축으로 기능한다.

새로운 균형을 향한 기회

수도권 집중은 오랜 기간 국가 성장을 뒷받침했지만, 이제는 구조적 비용이 더 크게 부각되고 있다. 그러나 디지털 전환, 원격 근무, AI 기반 산업 확산은 지역에서도 충분히 경쟁력 있는 일자리와 생활 기반을 마련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이러한 변화는 수도권 과밀 해소의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계획안이 제시한 다핵 분산 전략과 기본사회 보장이 현실에서 구현된다면, 수도권 집중이 낳는 사회적 비용은 줄어들고, 지방은 새로운 성장 기회를 맞이할 수 있다. 관건은 실행과 제도적 일관성이다. 정책의 방향이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로 이어질 때, 균형 발전은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실질적 미래 전략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집중의 대가에서 균형의 미래로

수도권 일극 체제는 성장의 효율성을 가져왔지만, 그 대가가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면서 국가적 불균형을 심화시켰다. 주거난, 교통 혼잡, 환경 부담, 불평등은 이미 현재의 비용으로 측정된다. 그러나 집중 구조는 바꿀 수 없는 운명이 아니다. 권역별 거점 육성과 기본사회 보장을 결합하는 전략은 새로운 균형 질서를 모색하는 기반이 될 수 있다.

대한민국은 지금 중요한 갈림길에 서 있다. 수도권 집중을 유지하며 비용을 감수할 것인지, 아니면 균형 발전을 통해 지속 가능한 미래를 준비할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 「이재명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안)」이 제시하는 청사진은 후자를 지향하며, 불균형의 굴레를 넘어서는 길을 탐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