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 메가펀드와 규제 개편으로 주권 AI 금융 기반 마련
[KtN 박준식기자]2025년 10월 1일, 이재명 대통령과 샘 알트만 대표의 회동 이후 한국은 세계 AI 인프라 구축의 전략 거점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월 90만 웨이퍼 반도체 생산, 전남·포항 데이터센터 건설, 부유식 데이터센터 구상은 기술이나 전력만으로는 가능하지 않다. 자본의 뒷받침 없이는 현실화될 수 없다.
산업통상자원부와 기획재정부는 향후 10년간 AI 인프라 구축에 필요한 비용을 400조 원 이상으로 추산했다. GDP의 20%에 달하는 규모다. 한국 경제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는 거대한 수치이지만, 국가 전략으로 추진된다면 오히려 미래 세대를 위한 투자로 기능할 수 있다.
금산분리 규제 재검토
이재명 대통령은 회동 직후 “금산분리 규제를 포함해 금융 구조 전반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는 단순한 발언이 아니라, AI 인프라 투자 구조 전환의 신호였다.
금산분리는 외환위기 이후 산업자본이 금융기관을 지배하지 못하도록 막아온 원칙이다. 그러나 AI 인프라 같은 초대형 프로젝트를 기존 틀 안에서 추진하기에는 한계가 분명하다. 금융위원회는 은행과 증권사가 AI 인프라 전용 펀드에 직접 투자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규제 개편은 금융 안정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지만, 국가 전략 산업을 위한 제한적·조건부 완화라는 명분은 충분하다. 한국형 소버린 AI 모델은 규제와 산업 정책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실험대다.
메가펀드 구상
기획재정부는 100조 원 이상 규모의 ‘AI 인프라 메가펀드’ 조성을 준비 중이다. 정부 재정, 산업은행·수출입은행 같은 정책금융기관, 국민연금과 한국투자공사(KIC) 같은 국부펀드, 그리고 민간 대기업 자본이 결합하는 구조다.
메가펀드는 단순한 지원책이 아니라 위험 분담과 수익 창출을 동시에 추구한다. 초기 위험은 정부와 공공 금융이 흡수하고, 민간 자본은 중장기적 수익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이는 일본의 JIC, 대만의 국가 개발기금 모델과 닮았지만, 민관 협력 비중이 더 크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가진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메가펀드의 핵심 수요처이지만, 단순한 수혜자가 아니라 공동 투자자로 참여해 위험을 분담하고 수익을 공유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한국 기업과 정부가 동등한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주권 AI 전략을 추진한다는 상징적 의미도 가진다.
프로젝트 파이낸싱과 국부펀드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방식을 활용해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공장 건설 자금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PF는 특정 프로젝트의 수익성을 기반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구조다.
국부펀드의 참여도 논의되고 있다. 국민연금은 이미 국내외 인프라 자산에 투자하고 있으며,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한다. 한국투자공사 역시 글로벌 인프라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AI 인프라 투자가 이들 기관의 투자 기준을 충족할 수 있다면, 국가적 차원의 전략 자본이 뒷받침되는 셈이다.
물론 국민연금 투자에는 정치적 논란이 따를 수 있다. 그러나 주권 AI 전략이 단순한 산업 지원이 아니라 국가적 미래 전략이라는 명확한 합의가 형성된다면, 국민적 수용성도 확보할 수 있다.
해외 사례와 비교
미국은 빅테크 기업이 자체 자금을 투입하는 민간 중심형 모델이다.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아마존은 재무 여력이 워낙 커서 정부 지원 없이도 초대형 데이터센터를 건설하고 있다.
일본은 정부 주도의 투자 모델을 택했다. 일본 정부와 국부펀드 JIC는 라피더스 프로젝트에 5조 엔 이상을 투입했다. 대만은 국가 개발기금과 TSMC가 함께 참여하는 민관 혼합형 구조를 운영한다.
한국은 이들과 달리 메가펀드와 금융 규제 개편을 병행하는 복합형 모델을 시도하고 있다. 민간 자본의 역동성과 공공 금융의 안정성을 동시에 활용하는 방식은 한국형 주권 AI 모델의 특징이다.
투명성과 독립성 확보
거대한 자금이 움직이는 만큼, 투명성과 독립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국민적 신뢰를 얻기 어렵다. 메가펀드가 정치적 수단으로 변질되거나 특정 기업 지원에 집중될 경우, 시장 왜곡과 비효율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독립적인 운용 기구와 전문 인력으로 펀드를 관리하는 것이 필수다. 미국과 유럽의 국부펀드 운용 사례처럼, 정치로부터 독립된 구조가 마련되어야 한국형 소버린 AI 자본 전략이 지속 가능성을 가질 수 있다.
긍정적 전망과 한국의 전략
이재명 정부가 제시한 금융 구조 개편과 메가펀드 구상은 단순한 산업 자금 조달을 넘어선다. 이는 한국이 주권 AI 전략을 통해 기술·에너지·자본을 통합하는 국가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산업 자립, 지역 균형, 금융 혁신을 아우르는 이 전략은 한국이 단순한 기술 수용국이 아니라, 글로벌 AI 질서에서 주도권을 가진 국가로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주권 AI, 자본의 고속도로 위에 세워지다
90만 웨이퍼 반도체, 전남·포항 데이터센터, 부유식 데이터센터 구상은 기술과 전력만으로는 완성되지 않는다. 자본이라는 보이지 않는 고속도로가 설계되어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강조한 주권 AI 전략은 이제 금융·투자 구조 개편이라는 현실적 과제와 맞닿아 있다. 메가펀드, 금융 규제 개편, 프로젝트 파이낸싱, 국부펀드 참여는 그 해법이자 새로운 기회다.
한국은 지금 자본의 고속도로를 설계하는 시험대에 섰다. 성공한다면, 기술과 전력, 금융을 아우르는 종합적 소버린 AI 모델로 세계 속에서 독자적 위치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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