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부, 모은영 전 서울독립영화제 집행위원장 한국영상자료원장 임명
현장 경험 풍부한 전문가 영입…디지털 전환·미래 세대 전승 등 핵심 과제 산적
[KtN 임우경기자] 문화체육관광부 최휘영 장관은 9일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모은영 서울독립영화제 집행위원장을 한국영상자료원 신임 원장으로 임명하고 임명장을 수여했다. 신임 원장의 임기는 오늘(9일)부터 2029년 3월까지 3년이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이 임명식 장소로 선택된 것 자체도 의미심장하다. 영상·시각 문화 기관 간 협력과 K-콘텐츠 허브 구축을 강조하려는 문체부의 메시지가 공간 선택에서부터 읽힌다.
최휘영 장관은 이날 임명 직후 "신임 원장이 축적된 현장 경험과 기획 역량을 바탕으로 변화하는 콘텐츠 환경 속에서 한국영상자료원의 역할을 재정립하고, 자료원이 영화와 대중문화예술을 포괄하는 K-콘텐츠의 대표 거점으로 도약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해주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현장 전문가의 귀환…‘시네마테크’부터 ‘독립영화’까지 섭렵
모은영 신임 원장은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중앙대 첨단영상대학원에서 영화영상이론학 석사학위를 취득했으며, 같은 대학원에서 애니메이션 이론학 박사 과정을 수료한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영화 전문가다. 한국영상자료원 시네마테크부 팀장을 시작으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프로그래머, 서울국제환경영화제·서울인디애니페스트 프로그래머 등을 두루 역임했다. 즉, 자료원 내부 경험과 국제 영화제 기획·운영 경험을 동시에 보유한 보기 드문 이력의 소유자다.
특히 2025년 서울독립영화제 집행위원장으로서 영화 시장 위축과 지원 축소라는 악조건 속에서도 역대 최다 관객을 동원하며 영화제를 성공적으로 이끈 리더십이 이번 발탁의 결정적 배경으로 꼽힌다. 독립영화·다큐멘터리·애니메이션 등 비주류 영상 문화 전반에 대한 깊은 이해는 자료원의 수집 및 아카이빙 정책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한국영상자료원, 왜 지금 주목받나
한국영상자료원은 1974년 재단법인 한국필름보관소로 출발해 2002년 특수법인으로 전환된 문체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국내 유일의 영상 아카이브 전문기관으로서 영화·영상 유산의 수집·보존·복원·연구·상영을 담당하고 있으며, 서울 상암동 DMC단지 내 본원에서 시네마테크 KOFA, 한국영화박물관, 영상도서관 등을 운영하고 있다.
봉준호·박찬욱 등 한국영화의 글로벌 위상이 높아진 이후 자료원의 역할도 단순 보존 기관에서 K-콘텐츠 홍보·연구의 플랫폼으로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봉준호 감독의 초기작 필름 원본 복원, 고전 한국영화의 디지털화 사업 등이 국제 영화계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이번 임명과 함께 문체부는 향후 '대중문화예술 명예의전당'과 '영상박물관'을 연계한 복합문화공간 조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영상 중심의 기존 기능에 대중문화 자료 수집과 활용까지 아우르는 새로운 문화 거점으로의 전환을 예고한 셈이다. 이는 한류 콘텐츠의 물리적 허브를 국내에 구축하겠다는 이재명 정부의 K-컬처 전략과 직결된다.
민간 출신 장관과 현장 출신 원장…정책 시너지 기대
최휘영 장관은 연합뉴스·YTN 기자 출신으로 야후코리아·NHN 대표, 인터파크트리플·놀유니버스 대표를 거쳐 2025년 7월 제55대 문체부 장관에 취임한 이례적 이력의 민간 출신 인사다. IT·관광·플랫폼 분야 경험이 풍부해 K-콘텐츠의 디지털 유통·해외 수출 전략을 강조해왔다.
디지털 플랫폼을 익숙하게 다루는 장관과 독립영화·시네마테크 현장을 발로 뛴 원장의 조합은 얼핏 이질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두 인사 모두 '아카이브의 대중화'와 'K-콘텐츠 글로벌화'라는 공통 의제를 공유한다는 점에서 실질적 시너지가 기대된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OTT 플랫폼이 급성장하면서 OTT 오리지널 영상물의 영상자료원 납본 문제가 현안으로 부상한 상황에서, 모 원장의 디지털 영상 이해도와 최 장관의 플랫폼 네트워크가 결합될 경우 관련 법제 정비와 아카이빙 시스템 고도화에 속도가 붙을 수 있다.
아카이브에서 'K-컬처 허브'로의 전환 가속화
이번 인사에서 눈여겨볼 것은 영화 이론가나 관료 출신이 아닌, '기획·프로그래밍' 전문가를 수장으로 선택했다는 점이다. 이는 자료원의 무게중심이 수집·보존의 내부 지향성에서 상영·활용의 대중 지향성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모은영 원장이 서울독립영화제를 이끌며 보여준 관객 확장 능력은 시네마테크 KOFA의 젊은 관람층 유입, 한국영화박물관의 기획전시 다양화 등에 즉각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독립·환경·애니메이션 등 비주류 영역에 대한 전문성은 자료원 소장 자료의 발굴과 재조명 사업에도 새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과제도 적지 않다. 영상박물관 건립 예산 확보, OTT 납본 법제화, 해외 산재 한국영화 필름의 환수 등 굵직한 현안이 산적해 있다. 특히 복합문화공간 조성 구상이 실현되려면 기획 역량만큼이나 예산 협상력과 행정 추진력이 요구되는데, 이 부분에서 현장 기획자 출신 원장의 역량이 충분히 발휘될 수 있을지가 향후 3년의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 인사 요약
임명일 2026년 3월 9일
임명자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제55대)
신임 원장 모은영 (전 서울독립영화제 집행위원장)
임기 2026년 3월 9일 ~ 2029년 3월 (3년)
기관 한국영상자료원 (문체부 산하 공공기관, 상암동 DMC)
핵심 과제 영상박물관 건립, 대중문화 명예의전당 연계, OTT 납본 법제화
후원=NH농협 302-1678-6497-21 위대한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