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자 토론 90분, 교통·일자리·돌봄·행정혁신 4대 비전으로 준비된 후보임을 입증… 24일 OBS 본방송
[KtN 임우경기자] 107만 인구를 품고 있으면서도 고질적인 베드타운 구조와 교통난에 직면한 경기 고양시의 미래를 두고 여야 후보들이 정면으로 충돌했다.
23일 OBS TV 스튜디오. 카메라 앞에 세 후보가 나란히 섰다. 더불어민주당 민경선, 국민의힘 이동환, 개혁신당 신현철 후보가 고양시장 자리를 두고 90분 동안 맞붙었다. 덕양구선거방송토론위원회가 주관하고 유영선 OBS 아나운서가 진행한 이번 토론회는 6·3 지방선거를 열흘 앞둔 시점에 열린 사실상의 분수령이었다.
공통 질문으로 시작된 토론은 각 후보의 핵심 공약 발표, 개별 및 보충 질문 3회, 주도권 토론, 마무리 발언 순으로 이어졌다. 고양시의 도시 비전과 현안을 두고 날이 선 공방이 오가는 가운데, 민경선 후보는 구체적 수치와 실행 경로를 갖춘 정책 발언으로 토론 내내 주도권을 쥐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골든타임이 왔다"… 107만 자족도시 전환의 비전
민경선 후보는 토론 서두부터 고양시의 현재를 냉정하게 진단하고 전환의 시급성을 전면에 내세웠다. "107만 고양시는 베드타운의 한계를 벗어나 자족도시로 대전환해야 하는 골든타임을 맞이했다"는 것이 민 후보 발언의 출발점이었다. 서울 접경 위성도시라는 구조적 조건 속에서 수십 년간 고착된 '잠자는 도시' 이미지를 바꾸겠다는 선언이기도 했다.
민 후보가 제시한 고양 재도약의 4대 미래 비전은 ▲청년들이 돌아오는 도시 ▲일자리가 넘쳐나는 도시 ▲통합돌봄 선도도시 ▲명실상부한 명품도시였다. 네 가지 키워드는 각각 인구 유출, 고용 공백, 고령화 대응, 도시 브랜드라는 고양시의 구조적 과제에 대응하는 방식으로 설계됐다. 추상적인 구호에 머물지 않고 각 비전마다 실행 경로를 제시한 점이 토론장에서 민 후보의 발언에 밀도를 더했다.
자신의 이력을 근거로 삼은 대목도 설득력이 있었다. 민 후보는 "3선 경기도의원과 경기교통공사 사장을 지내며 검증된 실력과 강한 추진력으로 고양시민의 삶을 확실하게 바꾸겠다"고 밝혔다. 교통 분야 최고 행정직을 직접 수행한 이력은 고양시 교통 공약의 실현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실질적 근거가 된다.
"매일 30분 돌려드리겠다"… 생활밀착 교통 공약의 파괴력
주도권 토론에서 민 후보가 가장 강한 인상을 남긴 대목은 교통 공약이었다. "출퇴근길 도로에서 버려지는 고양시민의 소중한 시간을 매일 30분씩 돌려드리겠다"는 발언은 정책 내용과 감성적 호소를 동시에 담아냈다. 광역·시내·마을버스 노선 전면 개편과 서울 출퇴근용 전세버스 도입이 그 실행 수단으로 제시됐다.
고양시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직장인 수는 고양 경제활동인구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매일 반복되는 교통 불편은 주거 만족도를 낮추고 청년 인구 유출을 가속화하는 요인 중 하나로 꼽혀 왔다. 출퇴근 시간 30분 단축이라는 목표는 단순한 교통 정책을 넘어, 고양에 사는 이유를 만들어내겠다는 도시 경쟁력 회복 선언으로도 읽힌다.
경기교통공사 사장을 역임한 민 후보에게 교통은 구호가 아닌 실무 경험이 축적된 분야다. 버스 노선 개편과 광역 교통 체계 조율은 도지사·교통공사·기초자치단체·민간 운수사 간의 복잡한 이해관계를 조율해야 하는 과제인데, 이 메커니즘을 직접 운영해본 인물이 고양시장 자리에서 이 공약을 추진한다면 실행 속도와 협상력 면에서 상당한 차이가 생길 수 있다. 지방선거에서 후보의 이력과 공약이 이처럼 직결되는 경우는 흔치 않다.
"밀실 행정 끝내겠다"… 시민 주권 행정 혁신의 구체성
민 후보는 토론 과정에서 현 이동환 고양시장 체제의 행정 방식을 '불통 행정'으로 규정하고, 행정 혁신 공약을 통해 정면 대비를 시도했다. 비판에 그치지 않고 구체적인 대안을 함께 제시한 점이 유효했다.
"시장실을 1층으로 내려 시민 소통 공간으로 개방하고, 주요 시정 회의를 시민에게 실시간 생중계하겠다"는 공약은 행정 투명성을 물리적 공간과 디지털 채널 두 가지 방식으로 동시에 구현하겠다는 선언이다. 시장실 위치 변경이라는 상징적 조치와 시정 회의 공개라는 제도적 조치를 묶어 "전국에서 가장 투명하고 적극적인 지방정부"를 만들겠다는 목표로 연결한 것이다.
지방행정에 대한 불신이 전국적 과제로 부상한 시점에서, 열린 행정을 구체적 실행 방식과 함께 제시한 것은 유권자들에게 실질적인 변화의 그림을 그려주는 데 효과적이다. 행정 내부의 결정 과정을 시민과 실시간으로 공유하겠다는 방향은, 참여형 거버넌스라는 지방행정의 진화 방향과도 정확히 맞닿아 있다.
토론회가 드러낸 정책 역량의 차이와 선거 구도의 변화
이번 토론회는 세 후보의 정책 준비도와 도시 이해도가 처음으로 직접 비교된 자리였다는 점에서 선거 구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민경선 후보가 경기도의원 3선과 경기교통공사 사장이라는 이력을 바탕으로 교통·일자리·돌봄·행정 전 분야에 걸쳐 구체적 실행 방안을 제시한 반면, 현직 시장과 신진 후보가 각각 어떤 수준의 정책 언어를 구사했는지가 방송을 통해 유권자에게 그대로 전달될 것이기 때문이다.
선거 토론회의 최대 효과는 '비교'에 있다. 단독 유세나 보도자료로는 드러나기 어려운 후보 간 역량 격차가 같은 무대에서 같은 질문을 받을 때 비로소 가시화된다. 고양시처럼 인구 100만을 넘는 대도시의 시장직은 정책 전문성과 행정 추진력이 실질적으로 중요한 자리다. 이번 토론에서 민 후보가 4대 비전을 구체적인 수치와 이행 경로로 뒷받침한 것은, '정책을 아는 후보'라는 이미지를 유권자에게 각인하는 데 효과적인 장면들을 만들어냈다.
고양시는 1기 신도시 재생, UAM·자율주행·메디컬 클러스터 유치, 통합돌봄 체계 구축 등 임기 4년 안에 방향을 잡아야 하는 굵직한 과제들을 동시에 안고 있다. 이 과제들은 구호만으로는 풀 수 없고, 중앙정부·경기도·민간 투자자와의 복잡한 협상과 행정 조율을 필요로 한다. 현장 경험과 제도 이해를 갖춘 후보가 이 시점에 고양시 행정을 맡는 것이 도시 전환의 속도와 방향에 얼마나 결정적인 차이를 만드는지, 유권자들이 이번 토론을 통해 체감할 수 있는 계기가 만들어진 셈이다.
24일 낮 12시 30분 OBS 본방송… 유권자 판단의 분수령
이번 토론회는 24일 일요일 낮 12시 30분 OBS TV를 통해 2시간 동안 방송될 예정이다. 주말 낮 시간대 편성으로 고양시민들의 시청 접근성이 높은 조건이다. 본방송을 놓친 유권자를 위한 재방송은 29일 금요일 밤 11시 55분에 방영된다.
민경선 후보 캠프 관계자는 "준비되지 않은 말뿐인 공약과 민경선 후보의 발로 뛴 현장 중심 정책이 극명하게 대비된 자리였다"며 "방송을 통해 고양시의 정체 문제를 해결할 진짜 일꾼이 누구인지 시민들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6·3 지방선거까지 열흘 남짓 남았다. 이번 토론회 방송이 전파를 탄 뒤 형성될 여론 흐름과, 남은 기간 각 후보의 유세 전략이 최종 표심을 결정할 변수로 남아 있다. 토론 무대에서 드러난 정책 역량의 차이가 투표함에서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고양시 유권자들의 판단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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