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대학원 89명 공동 전시… 메이크업에 인공지능 결합, K-뷰티 교육의 기술 전환을 가늠하는 자리
[KtN 박인경기자]성신여자대학교(총장 이성근) 뷰티산업학과가 5월 29일 운정그린캠퍼스 성신미술관에서 제13회 졸업작품 전시회 'NOVA—새로운 별, 또 다른 시작' 오픈식을 열었다. 일반대학원 뷰티산업학과 47명과 학부생 42명, 총 89명이 참여한 이번 전시는 메이크업·인공지능(AI)·증강현실(AR)을 결합한 융합 작품을 선보이며 6월 2일까지 이어진다. 오픈식은 한국어·영어·베트남어 3개 국어로 진행됐다.
오픈식 1부 사회는 한국어와 영어로 진행됐고, 2부로 넘어가자 베트남어가 더해졌다. 외국인 위원장 르응웬 응옥히엡이 베트남어로 전시를 소개하는 동안 대형 스크린에는 증강현실(AR)로 구현된 메이크업 이미지가 흘렀다.
이날 전시에 이름을 올린 학생은 일반대학원 뷰티산업학과 47명과 학부생 42명, 총 89명이다. 전시는 대학원 과정은 한국화장품미용학회와 공동으로, 학부 과정은 생활산업대학 주최로 각각 구성됐다. 한국화장품미용학회 초대 회장인 김주덕 전 회장과 현 회장 모상현 등 학회 임원진이 오픈식에 참석했다. 생활산업대학장 김경희 교수, 학과장 한지수 교수를 비롯해 황선희·이경·이유나·송연재 교수 등 작품 지도교수진도 자리를 지켰다.
전시 제목 'NOVA'는 천문학 용어로 갑자기 밝아졌다가 다시 어두워지는 별 폭발 현상을 뜻한다. 새로운 시작을 앞둔 졸업생들이 뷰티 예술이라는 장에서 일시적으로 강렬하게 빛나는 존재라는 의미를 담았다. 학과장 한지수 교수는 "창의성과 가능성을 담은 자리이자, 메이크업과 AI 기술을 결합해 뷰티산업의 미래지향적 방향을 제시하는 전시"라고 설명했다.
메이크업 전시를 바꾼 것, AI와 AR이라는 도구
이번 전시에서 눈에 띄는 변화는 전시 형식이다. 기존 뷰티 졸업 전시가 완성된 메이크업 작품을 사진이나 실연(實演)으로 보여주는 방식에 머물렀다면, 이번 'NOVA'展은 대형 스크린 영상과 AR로 감상할 수 있는 이미지 콘텐츠를 병행했다. 관람객이 스마트폰을 작품 이미지에 갖다 대면 AR로 구현된 추가 정보와 시각 효과가 겹쳐 나타나는 방식이다.
학과 측에 따르면 AI 기술을 작품에 도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몇 년 전부터 실험적으로 도입을 시작해, 해마다 반복된 시도와 학내 연구를 거치며 완성도를 높여왔다. 현장을 찾은 관람객들 사이에서는 "이전보다 형식이 훨씬 다양해졌다", "기술과 예술이 만나 새로운 시도를 보여줬다"는 반응이 나왔다. 전시 출품작 중 영상 작품은 학과 유튜브 채널에, 사진 작품은 인스타그램 계정에 공개되어 전시 기간과 무관하게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뷰티 테크는 AI와 AR 같은 첨단 기술을 뷰티 산업에 도입해 소비자 경험을 혁신하고 개인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개념으로, AR 기술은 실시간으로 메이크업 제품을 가상으로 시험해볼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 구매 결정 과정의 불확실성을 줄이는 방향으로 진화해왔다. 이 흐름은 상업 브랜드만의 영역이 아니다. 뷰티 교육 현장이 같은 방향으로 전환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성신여대의 시도는 산업 현장보다 한 박자 늦지 않으려는 교육기관의 움직임으로 읽힌다.
글로벌 뷰티 테크 시장 확대, 교육 현장도 변한다
시장 환경 자체가 이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Statista 자료 기준으로 2021년 전 세계 뷰티 테크 기반 화장품 구매 규모는 약 37억 7,700만 달러였으며, 2026년에는 89억 3,000만 달러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5년 사이에 시장이 두 배 이상 팽창하는 속도다. 국내 뷰티 시장은 2022년 이후 성장세가 둔화되며 포화 상태에 도달했으나, AI 기술을 통한 혁신이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기업들이 AI를 통해 돌파구를 찾는 동안, 그 기술을 다룰 수 있는 인재에 대한 수요 역시 늘어나는 구조다.
뷰티 교육 기관 입장에서 이는 단순한 커리큘럼 변화가 아니다. AI·AR을 다루는 능력이 뷰티 아티스트의 기본 역량으로 자리를 잡으면, 그 역량을 제대로 가르치는 학과가 졸업생 경쟁력에서 앞서게 된다. 성신여대 뷰티산업학과가 수년간 실험을 반복하며 기술 도입을 이어온 것은, 적어도 이 방향 설정에서는 앞선 판단을 내렸다고 볼 수 있다.
AI 자동화는 향후 2년 안에 K-뷰티 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업계 전문가들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학원과 학부가 함께 AI·AR 결합 작품을 전시하는 것은, 인재 양성의 방향이 기술 추세와 맞물리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3개 국어 진행이 드러낸 것
오픈식의 진행 구조도 주목할 만하다. 1부는 박사과정 이휘영 교수가 한국어와 영어로 공동 사회를 맡았고, 2부는 학부생 기획팀장 오연주와 외국인 위원장 르응웬 응옥히엡이 한국어와 베트남어로 진행했다. 귀빈 축사, 교수진 소개, 작품 영상 상영, 뽑기 이벤트, 감사인사까지 두 부로 나뉜 행사는 졸업 전시의 형식이 단순 발표 의례를 벗어나 하나의 기획된 콘텐츠 행사로 운영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3개 언어 진행은 단순한 형식적 다양성을 넘어 K-뷰티 교육의 실제 국제화를 가늠하는 지표다. 한국화장품 교육이 동남아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수요가 있다는 것, 그리고 그 학생들이 이미 학과 운영의 중심에 들어와 있다는 것을 이번 전시는 행사 구조로 입증했다. 후원 명단에도 더페이스샵, 테이크뎃써말홈, 페이보릿, 원씽, 키핀터치, 유니자르, 베르티 등 7개사가 이름을 올렸다. 브랜드들이 대학 졸업 전시를 후원하는 것은 미래 고객이자 잠재 협력 파트너로서 신진 뷰티 아티스트와 접점을 유지하려는 전략으로 해석할 수 있다.
기술 격차와 연결 구조라는 과제
전시의 가능성과 별개로, 풀리지 않는 질문도 있다. 대학 전시에서 구현된 AI·AR의 기술 수준이 기업 시연과 어느 정도의 격차를 보이는지는 외부에서 확인하기 어렵다. 글로벌 뷰티 테크 기업들은 70,000개 이상의 고해상도 피부 이미지 데이터를 기반으로 AI 모델을 학습시키고, 피부과 전문의 검증 데이터를 활용해 정밀한 AI 진단 서비스를 제공하는 수준으로 나아가고 있다. 교육 현장의 실험적 시도와 상업적 기술 구현 사이의 간극은 좁아지고 있지만, 아직 동일선상에서 비교하기는 이르다.
전시 이후의 연결 구조도 점검이 필요한 부분이다. 졸업 작품이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에 공개되는 것은 포트폴리오의 온라인 확산이라는 측면에서 유효하지만, 이 공개 포트폴리오가 실제 채용이나 창업으로 이어지는 경로가 명확히 설계되어 있는지는 드러나지 않는다. 후원 기업들이 단순 후원을 넘어 채용 검토나 산학 프로젝트로 이어지는 구조를 갖추고 있는지도 마찬가지다. 대학 전시가 포트폴리오 발표에 머무르지 않고 산업과의 연결 장치로 기능하려면, 행사 구성만큼이나 사후 체계가 중요하다.
'휴먼인더루프' 시대, 뷰티 교육이 묻는 질문
트렌드 코리아 2026은 인공지능이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 인간이 적어도 한 번은 개입해야 한다는 '휴먼인더루프(Human-in-the-loop)' 개념을 2026년 핵심 트렌드로 제시한다. 인간은 명령자, 검증자, 완결자로서 개입해 AI 시스템의 정확성을 높이고, 최종 결정 단계에서 윤리적 판단과 창조적 감성을 부여해야 한다는 논리다.
이번 'NOVA'展은 이 개념을 뷰티 예술의 맥락에서 가장 직접적으로 구현한 사례 중 하나다. AI가 이미지를 생성하고 AR이 시각 경험을 확장하더라도, 메이크업 아티스트로서의 미감과 기획력은 학생 개인의 몫이다. 기술이 도구가 되고 인간의 창의가 완성자가 되는 구조—대학원과 학부 89명이 함께 만든 'NOVA'가 시도한 것은 바로 그 질문이다.
뷰티 업계가 기술에만 의존하기보다 인간 고유의 감각과 창의성, 감성을 더욱 소중히 여기는 자세로 이를 조화롭게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은 산업 안팎에서 반복되고 있다. 성신여대 뷰티산업학과의 실험이 의미를 갖는 이유도 여기 있다. 기술을 학습하는 동시에 기술과 어떻게 공존할 것인지를 묻는 교육—그 답을 찾는 과정이 이번 전시였다.
전시는 6월 2일까지 성신미술관에서 계속된다. 학과 유튜브 채널과 인스타그램 계정에는 출품작 영상과 사진이 올라가 있어, 현장을 찾지 못한 이들도 온라인으로 작품을 확인할 수 있다. 다음 학기 커리큘럼에서 AI 도입이 어느 수준까지 확장될지, 후원 기업들과의 협력이 채용·창업 연계로 구체화될지는 지켜볼 대목이다.
후원=NH농협 302-1678-6497-21 위대한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