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절세 꿀팁 믿어도 될까?…국세청이 직접 뽑은 상속·증여세 오해 TOP 10
-상속세 과세 2만 명 시대…"차용증·생활비 메모로 면제" 믿었다간 가산세 맞는다
[KtN 최기형기자] 국세청(청장 임광현)은 지난 5월 31일 「상속·증여세 오해 그리고 진실」 자료를 공식 배포했다. 유튜브와 SNS에서 유통되는 절세 정보 가운데 실제 세법과 다른 오해를 바로잡기 위해서다.
배포 시점은 상속세 과세 대상자가 역대 처음으로 2만 명을 넘어선 직후다. 과세 대상자는 2021년 1만 2749명, 2022년 1만 5760명, 2023년 1만 9944명으로 해마다 늘었고, 2024년 처음으로 2만 명을 돌파했다. 2020년(1만 181명)과 비교하면 4년 만에 두 배를 넘어선 수치다.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이 12억 원을 넘어서면서 상속공제 한도(10억 원)를 초과하게 됐고, 서울 지역에서는 피상속인 100명 중 15명꼴로 상속세를 내는 상황이 됐다. 상속세는 더 이상 재벌가만의 문제가 아니다.
과세 범위가 중산층으로 내려오는 동안 유튜브 절세 콘텐츠 시장도 빠르게 팽창했다. '이체 메모에 생활비 3글자만 적으면 세무조사 면제', '엄마카드 쓰고 월급은 전부 저축하기' 같은 표현이 수십만 조회수를 올리며 퍼졌다. 국세청은 이번 자료를 통해 이런 정보의 상당수가 실제 세법과 다르다고 밝혔다.
정보는 유튜브에서, 신뢰는 바닥에서
국세청은 자료 기획 단계에서 국민참여단 14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상속·증여세 정보를 얻는 경로 1위는 유튜브와 SNS로 31%였다. 국세청 공식 홈페이지와 블로그가 각각 21%로 뒤를 이었다.
신뢰도는 반대였다. 응답자 99%가 유튜브·SNS에서 접하는 세금 정보의 정확성에 의구심을 느낀다고 답했다. '매우 자주' 의구심을 느낀다는 응답이 57%, '가끔' 느낀다는 응답이 42%였다. 가장 많이 보는 채널을 가장 믿지 못하는 상황이 납세자의 일상이 됐다.
국민이 가장 먼저 팩트체크를 원한다고 꼽은 주제는 16%로 '생활비·용돈 계좌이체 시 증여세 과세 여부'였다. 가족 간 차용증 작성과 이자의 진실 14%, 부모님 카드 사용의 위험성이 11%로 2, 3위를 차지했다. 세 주제 모두 평범한 가정의 일상적인 돈 거래에서 벌어지는 장면이다.
"생활비로 메모하면 면제"… 국세청은 형식 아닌 실질을 본다
국세청 자료가 가장 먼저 다룬 오해는 직장인 자녀에게 보내는 생활비 송금이다. 이체 메모에 '생활비'라고 적으면 국세청이 알 수 없고, 매달 100~200만 원 정도는 당연히 부모가 주는 용돈이니 문제없다는 논리가 유튜브에서 반복적으로 유통됐다.
세법상 판단 기준은 다르다. 비과세 생활비의 전제 조건은 자녀가 본인의 소득으로 스스로 생활을 유지할 수 없는 상태여야 한다. 직장에 다니며 안정적인 수입이 있는 자녀에게 부모가 매달 생활비를 송금한다면, 이체 메모에 무엇을 적었든 증여세 과세 대상이 될 수 있다. 국세청이 확인하는 것은 메모의 내용이 아니라 실제 사용 용도와 수취인의 경제적 능력이다. 자녀가 받은 돈을 저축하거나 주식·부동산 구입에 사용했다면 증여세 부과 대상이 된다.
가족 간 무이자 금전 대차도 마찬가지다. 차용증만 쓰면 세금이 없다는 논리가 광범위하게 퍼져 있지만, 세법은 특수관계인 간 금전 대차에서 이자율이 적정 수준 이하이면 이자 이익만큼을 증여로 본다. 차용증의 존재 자체가 과세를 막지 않는다. 실제 원리금 상환 내역이 차용증의 내용과 일치하는지를 국세청이 확인한다.
오해 10가지의 공통점, 세법은 실질을 본다
국세청이 선정한 10가지 주제는 직장인 자녀 생활비 송금, 가족 간 무이자 차용증, 자녀에게 건넨 부모 카드, 상속세 0원 신고, 자금조달계획서, 전세 낀 아파트 부담부증여, 임종 직전 서두른 증여, 축의금으로 신혼집 장만, 상속 전 인출한 현금, 부모가 납입한 자녀 명의 생명보험이다. 열 가지 모두 유튜브에서 '합법적 절세법'으로 소개됐거나 '이렇게 하면 된다'는 식으로 유통된 사례들이다.
자금조달계획서 항목에 대해 자료는 '그럴듯하게 쓰면 안 걸린다는 위험한 착각'이라고 명시했다. 임종 직전 증여 역시 사망 전 일정 기간 내에 이뤄진 증여는 상속재산에 합산된다. '미리 줬으니 상속재산에서 빠지겠지'라는 오해가 세금 폭탄으로 돌아오는 구조다.
상속세 개편 논의와 국세청 자료의 시간적 교차
이번 자료 배포는 상속세 개편 논의가 진행 중인 시점과 맞물린다.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상속세 공제한도 상향 필요성을 직접 거론한 이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가 상속세 개편 방안을 주요 안건으로 올려 논의를 진행했다. 여야 모두 상속세 제도를 개편할 필요성에는 공감하는 기류다.
더불어민주당은 상속세 일괄공제를 현행 5억 원에서 7억 원으로, 배우자공제 최저금액을 5억 원에서 10억 원으로 상향하는 법안을 제출한 상태다. 현행 상속세 공제 제도는 1997년 개정 이후 28년간 기본 구조를 유지하고 있으며, 국회예산정책처는 일괄공제 한도를 5억 원에서 8억 원으로 상향할 경우 향후 5년간 약 3조 843억 원의 세수가 감소할 것으로 추계했다.
법 개정 전까지 현행 세법은 그대로 작동한다. 개편 논의가 길어지는 동안 오해에 기반한 행동이 세무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자료는 납세자 보호와 행정 안내를 동시에 겨냥한다.
유튜브 절세 시장, 신뢰의 역설
2023년 종합소득세를 신고한 1인 미디어 창작자는 2만 4797명으로 2019년(1327명) 대비 18.7배 증가했으며 총수입은 1조 7861억 원에 달했다. 세금 정보를 다루는 절세 콘텐츠는 이 시장의 주요 장르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절세 콘텐츠의 구조적 문제는 정보의 정확성보다 자극성이 노출을 결정한다는 데 있다. '이렇게 하면 증여세가 과세됩니다'보다 '이렇게 하면 절대 안 걸립니다'가 클릭을 더 많이 받는다. 예외적 사례나 경계선상의 조건이 일반적 원칙인 것처럼 제시되고, 가족끼리는 봐준다는 인식이 확산된다. 세무사나 회계사가 제작한 콘텐츠에서도 시청자 친화적 표현을 위해 조건이 단순화되는 경향이 있다.
오해에 기반한 행동이 나중에 드러나면 납세자는 원래 내야 할 세금에 더해 무신고·과소신고 가산세까지 부담하게 된다. 국세청의 팩트체크 자료는 납세자 보호 차원이기도 하지만, 잘못된 정보 유통이 세수 불안정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으려는 행정 목적도 담겨 있다.
가이드북과 숏폼, 동시 배포
국세청은 이번 자료를 PDF 가이드북과 1분 단편 영상 두 형식으로 동시 제공한다. 국민참여단 설문에서 1분 숏폼과 공식 가이드북 선호도가 각각 38%로 동률을 기록한 결과를 반영했다. 관심 주제 5가지를 1분 영상으로 제작해 5월 31일 1편을 시작으로 국세청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순차 배포할 예정이다.
자료 구성은 오해-진실-실무포인트-안전지대가이드-오해 ZERO 안심테스트 순서로 짜였다. OX 문제 형식의 자가 진단 코너도 포함됐다. 증여재산공제 한도—직계존속으로부터 10년간 누계 5천만 원, 배우자 6억 원, 기타 친족 1천만 원—와 2024년 신설된 혼인·출산 증여재산공제(평생 1억 원 한도)도 함께 안내됐다.
공공 정보의 구조적 한계
국세청이 유튜브 숏폼으로 공식 소통에 나선 것은 법령 조문 중심 안내에서 생활 장면 기반 설명으로의 전환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국민참여단 설문을 기획 단계에 도입한 것도 기존 정부 자료 제작 방식과 구별된다.
그러나 국세청 공식 유튜브 채널은 민간 절세 콘텐츠 채널과 알고리즘 경쟁에서 구조적으로 불리하다. 10가지 주제의 대부분이 '당신이 알고 있는 절세법은 실제로 과세 대상이 맞습니다'로 수렴되는 메시지 구조도 클릭 유인 측면에서 약점이다. 10가지 주제 이후 추가 시리즈가 이어질지 여부도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국세청 자료는 국세청 누리집 내 '국세신고안내 → 상속·증여 안심 가이드' 경로에서 내려받을 수 있다. 숏폼 영상은 5월 31일 1편 게시를 시작으로 순차 배포된다. 상속세 공제 한도 개편 논의가 국회에서 계속되는 가운데, 개정안 통과 전까지 현행 세법 기준의 오해가 납세자 리스크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이번 자료의 실질적 과제로 남는다.
후원=NH농협 302-1678-6497-21 위대한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