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별 후 홀로 견디는 남편, 행정 절차 앞에서 마주한 차가운 현실
"사망 증명서 떼오라니…" 사별 남편 가슴 찢어놓은 차가운 현실
두 아이 앞에서는 웃고 홀로 아내 사진 꺼내봐…사별 뒤 이어진 명의 변경 절차에 무너진 남편
[KtN 신미희기자] “아내가 사망한 걸 증명해야 한다고 하니까.” 배그부부 남편이 세상을 떠난 아내의 휴대전화 번호를 지키려다 참아온 눈물을 쏟았다.
7월 20일 방송된 MBC ‘오은영 리포트-다시, 사랑 그 후’에서는 ‘당신을 만날 날을 기다리며’ 배그부부 두 번째 이야기가 공개됐다.
아내를 떠나보낸 뒤 남편의 하루는 두 아이를 돌보는 일로 채워졌다. 아침부터 아이들을 차례로 등원시킨 남편은 집으로 돌아온 뒤 휴대전화 사진첩을 열었다. 사진과 영상 속 아내의 모습을 바라보던 남편은 홀로 눈물을 흘렸다.
남편은 “아빠로서 지낸 것 같다. 아이들이랑 같이 있을 때 그나마 멈췄던 제 시간이 흘러가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두 아이 앞에서는 슬픔을 드러내지 않으려 했다. 남편은 “아이들 앞에서 안 울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혼자 있을 때 슬픔이 밀려오면 받아들이고 운다”며 “아이들 앞에서는 아빠니까 웃고 밝고 긍정적으로 좋은 영향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시간에 슬픔을 소비해야 아이들을 다시 봤을 때 눈물을 흘리지 않고 아빠로서 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아이들과 떨어져 있는 짧은 시간이 아내를 그리워하고 감정을 추스르는 유일한 시간이 된 셈이다.
남편은 아내 명의로 남아 있는 휴대전화를 유지하기 위해 통신사와 통화했다. 명의를 변경하지 않으면 회선이 정지될 수 있다는 문자를 받은 뒤였다.
“배우자 명의로 된 휴대전화가 있는데 배우자가 사망해서 명의를 바꾸지 않으면 정지된다는 문자가 왔다”고 설명하자 담당자는 가족관계증명서에 아내의 사망 사실이 기재돼 있는지를 거듭 확인했다.
행정 절차에 필요한 질문이었지만 남편에게는 아내의 죽음을 다시 입 밖으로 꺼내야 하는 순간이었다.
남편은 “사람이 세상을 떠나면 남겨진 사람이 해야 할 일이 많더라”며 “나는 인정을 못 해도 세상이 각인시켜주더라”고 말했다.
아내가 사용하던 번호와 휴대전화에는 생전의 기록이 남아 있었다. 남편은 “아내 명의 휴대폰도 없어진다고 한다. 아내 번호가 잊히는 게 싫어서 명의도 바꾸고 해야 하는데 아내가 사망한 걸 증명해야 한다고 하니까”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두 아이 앞에서 눈물을 삼켜온 남편은 사망 사실을 서류로 증명해야 한다는 말 앞에서 끝내 무너졌다. 휴대전화 번호 하나를 유지하는 일조차 아내의 부재를 인정해야만 가능한 현실이 됐다.
배그부부 남편의 사연은 사별 뒤 남은 가족이 슬픔만 감당하는 것이 아니라 휴대전화 명의와 각종 계약, 서류 정리까지 이어지는 절차를 홀로 처리해야 한다는 현실을 담았다. 고인의 기록을 지키려는 마음과 사망 사실을 증명해야 하는 행정 절차가 맞부딪히면서 남겨진 가족의 애도는 일상 곳곳에서 다시 시작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