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사용 흔적 위에 새 데칼과 안감 추가…오래된 제품보다 ‘편집된 빈티지’에 가까운 복원 전략
[KtN 박채빈기자]붉은색 수트케이스 두 점은 같은 계열의 본체와 가죽 모서리를 갖췄지만 전면 인상은 다르다. 한 제품에는 작은 데칼 몇 개가 흩어져 있고, 다른 제품에는 여행지와 운송 표식을 연상시키는 그래픽이 상단과 중앙에 집중됐다. 긁힘과 변색은 기존 제품에서 남은 흔적이지만 데칼 일부는 복원 과정에서 새로 더해졌다. 실제 이동 기록과 새로 구성한 여행 이미지가 한 제품에 함께 놓였다.
글로브 트로터(Globe-Trotter)의 ‘더 레스토레이션 에디트(The Restoration Edit)’는 오래된 수트케이스의 사용 흔적을 감추지 않는다. 가죽 모서리의 마모와 벌커나이즈드 파이버보드(Vulcanised Fibreboard) 본체의 색 변화, 금속 잠금장치 주변의 긁힘을 남긴 채 내부 안감과 데칼, 키 참, 번호 플라크를 새로 구성했다. 중고 제품의 가격을 낮추던 흔적을 제품마다 다른 외관을 만드는 요소로 전환한 방식이다.
빈티지 제품에서 사용 흔적은 오랫동안 상태 등급과 직결됐다. 긁힘이 적고 변색이 덜하며 원래 부품이 많이 남은 제품일수록 높은 평가를 받았다. 복원 에디션은 같은 기준을 그대로 따르지 않는다. 외관을 새 제품처럼 되돌리기보다 마모와 색 차이를 유지하고, 동일한 제품이 다시 나오기 어렵다는 점을 판매 조건으로 내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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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채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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