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탈 소재에 코팅해 색·광택 구현, 수공 중심 진주제품과 생산구조 달라…오버사이즈·레이어드 진주 유행 속 대량 유통 접점 확대
[KtN 임우경 · 박준식기자]2026년 진주는 한 줄 목걸이의 단정한 이미지에서 크게 벗어났다. 가을·겨울 컬렉션에서는 크기가 큰 진주와 여러 줄을 겹친 스타일이 등장했고, 8월 들어서는 진주에 금속 장식과 안전핀 등을 섞은 이른바 ‘펑크 펄’까지 주목받았다. 보그는 올가을 액세서리 흐름 가운데 진주를 별도로 꼽았고, 엘르는 최근 진주가 크게 만들고 겹쳐 착용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진주의 크기와 수량이 커지면 소재 선택도 넓어진다. 양식진주는 조개 안에서 진주층이 형성되는 시간을 거쳐야 하고 크기·광택·표면·색·형태에 따라 가격 차이가 커진다. 인조 펄은 출발부터 다르다. 보석학에서는 유리나 플라스틱, 조개껍데기 등으로 만든 중심체에 진주층의 무지갯빛을 모사하는 물질을 입힌 제품을 일반적인 모조 진주의 한 유형으로 분류한다. 실제 진주에서 관찰되는 진주층의 미세 구조와는 다른 제조품이다.
따라서 양식진주와 인조 펄의 차이는 ‘진짜와 가짜’라는 표현만으로 설명하기보다 소재와 생산방식, 가격대, 사용 목적이 다른 두 시장으로 나누는 편이 정확하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도 천연진주·양식진주·모조진주를 서로 구분하며, 모조 제품을 판매할 때는 artificial, imitation, simulated 등의 표현으로 소비자가 소재를 알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안내한다.
크리스펄도 양식진주와는 다른 제품군이다. 임효민 대표는 크리스펄의 내부 소재에 크리스탈을 사용하고 표면에 코팅을 더해 색과 광택을 만드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크리스펄이라는 이름 역시 ‘크리스탈 진주’에서 출발했다고 말했다. 임 대표가 함께 운영하는 진주·원석 제품군이 조개에서 자란 양식진주를 사용한다면 크리스펄은 대중적인 액세서리 시장을 겨냥해 별도로 구성한 제품이다.
인조 펄 자체는 새로운 소재가 아니다. GIA가 분석한 대표적인 모조진주도 유리 중심체와 특수한 광택 코팅으로 구성됐다. 최근에는 플라스틱이나 조개껍데기뿐 아니라 면섬유를 사용해 무게를 크게 낮춘 ‘코튼 펄’까지 패션 주얼리에서 사용되고 있다. 진주의 외형을 구현하는 소재가 다양해지면서 크기와 중량, 색, 가격대를 조절할 수 있는 범위도 넓어졌다.
크리스펄이 겨냥하는 곳도 파인주얼리보다 대중 액세서리 쪽이다. 임 대표는 양식진주와 다른 원석을 사용하는 고가 제품군과 크리스펄을 구분하면서 “여기는 대중성과 액세서리 판매하시는 분들 쪽으로 겨냥한다”고 말했다. 몸에 착용하는 장신구라는 점은 같지만 금과 은, 진주와 크리스탈 등 어떤 소재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가격대와 판매 채널이 달라진다는 설명이다.
생산량에서는 차이가 더 커진다. 임 대표가 직접 진주를 깎아 만드는 일부 제품은 기계가 같은 방식으로 처리하기 어렵고 제작시간도 길다. 공장 취재에서는 대량 판매를 염두에 둔 제품을 별도로 자동화하거나 액세서리용 소재로 바꿔 생산하는 과정이 언급됐다. 자동화가 가능한 선과 기본 형태는 기계로 만들고 사람이 필요한 조립은 수공으로 남기는 식이다.
홈쇼핑처럼 한 번에 많은 물량이 필요한 유통에서는 생산방식이 상품 자체를 바꾸기도 한다. 수작업을 많이 사용하는 양식진주 제품을 같은 방식으로 수천 점 생산하기 어려운 경우, 디자인의 특징은 유지하면서 인조 펄과 자동화 가능한 부품을 적용하는 방식으로 전환할 수 있다. 임 대표도 크리스펄 제품을 홈쇼핑 공급과 연결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한다고 설명했고, 바로크 형태를 응용한 제품까지 액세서리 시장에 맞춰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크기와 색을 일정하게 맞추기 쉽다는 점도 대량 유통에서는 다른 경제성을 만든다. 양식진주 목걸이는 여러 알의 크기와 광택, 색을 맞추는 선별 과정이 필요하지만 제조 펄은 규격과 색을 생산 단계에서 설정할 수 있다. 같은 형태를 일정 수량으로 공급하거나 시즌별 색을 적용하는 패션 액세서리에서는 천연 소재의 희소성보다 규격과 납기, 가격, 표면 완성도가 더 중요한 조건이 될 수 있다.
2026년의 진주 유행은 이런 소재 선택을 활용할 수 있는 디자인을 넓히고 있다. 엘르가 분석한 최근 스타일에서는 대형 진주를 여러 줄 겹치거나 벨트와 가방 장식으로 사용하는 방식까지 등장했다. 빈티지 코스튬 주얼리도 스타일링에 적극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모든 대형 진주 장식이 인조 소재인 것은 아니지만, 착용 면적과 수량이 커질수록 소비자는 양식진주부터 유리·크리스탈·코팅 펄까지 서로 다른 가격대의 선택지를 만날 수 있다.
소비 단계에서는 소재 표기가 더 중요해진다. 강한 광택과 균일한 원형만 보고 양식진주와 인조 펄을 판단하기는 어렵다. GIA는 유리·플라스틱·조개껍데기 등에 코팅한 모조진주가 외관상 진주와 비슷하게 제작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양식진주는 진주 종류와 크기, 광택, 표면 상태가 가격의 중심이 되고, 크리스펄 같은 제조 펄에서는 중심 소재와 코팅, 색상 구현, 부품과 조립, 제품 디자인이 가격 구조에 들어간다.
임효민 대표가 진주 중심의 사업에서 크리스펄을 별도의 제품군으로 확대한 배경에는 두 시장을 함께 보려는 판단이 있었다. 기존 양식진주와 원석 제품은 소재 자체의 가치와 가공기술을 중심으로 두고, 크리스펄은 대중성과 생산량을 갖춘 액세서리로 구분했다. 대만 등 해외 생산 파트너와 제품을 만들고 저중량 제품을 유통하는 방식도 함께 사용하고 있다.
오버사이즈와 레이어드, 비정형 진주가 다시 패션의 전면에 나온 2026년에는 진주처럼 보이는 장신구의 소재도 한 종류로 한정되지 않는다. 양식진주는 조개가 만들어낸 진주층과 희소성으로 가격이 형성되고, 인조 펄은 중심 소재와 코팅·가공기술을 통해 색과 광택, 크기와 생산량을 조절한다. 크리스펄 역시 양식진주의 대체재라는 한 문장보다 진주의 시각적 요소를 다른 소재와 생산방식으로 구현해 대량 유통과 패션 액세서리 시장에 연결하는 별도의 상품군으로 접근할 때 산업적 위치가 더 선명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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