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값 37% 상승 속 세계 주얼리 소비량 17% 감소…중량 낮추고 연결구조·내구성 다시 설계, 3㎜ 부위 13차례 수정
[KtN 임우경 · 박준식기자] 두 줄로 구성된 팔찌 한 점의 무게는 3g대다. 금과 원석이 들어가지만 전체 중량을 낮추고 착용에 필요한 구조와 기능은 유지하는 방식으로 제작됐다. 제이아이티앤코(JIT&CO) 임효민 대표가 제품을 설명하면서 가장 먼저 바로잡은 것도 ‘금을 덜 쓰는 제품’이라는 표현이었다. 임 대표는 “금을 덜 넣는 게 아니라 중량을 줄이는 거죠. 중량과 기능성을 동시에 맞추는 겁니다”라고 말했다. 중량을 낮추는 과정은 장식과 연결부를 다시 만드는 개발로 이어졌다.
2026년 금 시장은 제조업체가 제품 무게를 다시 계산할 수밖에 없는 가격 환경에 들어섰다. 올해 2분기 LBMA 금 가격은 온스당 평균 4506.29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37% 높았다. 세계 금 주얼리 소비량은 278.2t으로 17% 감소했지만 소비금액은 400억달러로 14% 증가했다. 소비자들이 높은 가격에 대응해 구매 중량을 줄이면서 경량 제품의 비중도 여러 시장에서 커졌다.
서울 종로의 제조 현장에서 금값 상승은 완제품 가격표보다 원재료를 다시 확보하는 과정에서 먼저 체감된다. 임효민 대표는 공임과 인건비가 원재료 가격과 같은 폭으로 오르는 구조가 아닌 상황에서 금값만 상승하면 제품을 판매한 뒤 다음 생산에 필요한 금을 확보하는 부담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과거에는 하루 동안 벌어 확보할 수 있었던 원재료를 같은 공임으로 더 오래 일해야 마련하는 상황이 생긴다는 얘기다.
제이아이티앤코가 선택한 방식 가운데 하나가 중량을 줄이는 제조다. 임 대표는 두 줄 구조의 팔찌 가운데 3g대 제품을 예로 들면서 중량을 낮출수록 장식과 부품을 계속 개발하게 된다고 말했다. 단순히 속을 비우거나 크기를 작게 만드는 방식만으로는 반복 착용 과정에서 필요한 내구성과 형태를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제품 무게가 줄어드는 만큼 연결부와 잠금장치가 맡아야 할 기능은 오히려 세밀해진다.
임 대표가 제품을 만들 때 먼저 보는 것도 외형만은 아니다. 착용감과 끊어짐 방지, 꺾임 방지를 주요 기준으로 두고 장식 구조를 개발한다. 아이디어를 얻는 곳도 주얼리 매장에 한정되지 않는다. 의류와 가방의 부품, 기계에 들어가는 작은 장치의 작동 구조를 살핀 뒤 주얼리 크기에 맞춰 응용하는 방식을 사용해 왔다.
팔찌 잠금장치 하나를 완성하는 데도 수개월이 들어갔다. 버튼을 위에서 누르는 구조는 사용하기 편하지만 높이가 올라가면 장식이 두꺼워질 수 있다. 탄성을 가진 팔찌 몸체가 틀어지지 않도록 하려면 측면까지 함께 잡아주는 구조도 필요했다. 임 대표는 한 장식을 3~4개월 동안 만들고 버리는 과정을 반복했다고 설명했다. 완성된 부품 하나만 보면 작은 금속 장식이지만 내부에서는 높이와 움직임, 체결 방식이 함께 계산된다.
3㎜를 13번 바꾼 제품도 있다. 임 대표는 팔찌에서 꺾이는 부위를 사람의 관절에 빗대면서 힘이 집중되는 부분을 더 두껍게 잡는 방식을 사용했다고 말했다. 베트남 생산 파트너와 제품을 개발하면서 3㎜ 길이의 한 부위를 13차례 수정했고, 해당 팔찌의 개발에는 약 5년이 걸렸다고 설명했다. 크기가 작은 주얼리에서는 몇 ㎜의 차이가 외관뿐 아니라 움직임과 내구성, 착용감까지 바꿀 수 있다는 제조 경험이 반영된 대목이다.
제품 형태를 만들었다고 곧바로 판매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다른 형상 제품은 기본 구조를 만든 뒤 최종 마감을 잡는 데 3년 이상이 걸렸다는 설명도 나왔다. 잡아당겼다가 놓았을 때 연결 부분이 빠지지 않는지, 반복된 움직임에도 끝부분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는지 등을 수정한 뒤 양산으로 넘어갔다. 임 대표는 마감이 갖춰진 뒤 판매량이 늘었다고 말했다.
생산 공정은 기계와 사람 사이에서 다시 나뉜다. 일정한 선이나 기본 형태는 자동화 설비로 만들 수 있지만 부품을 끼우고 세밀하게 맞추는 공정에는 손작업이 남는다. 임 대표는 생산 방식을 자동화와 수공의 결합으로 설명했다. 대량 유통에 필요한 제품이라면 자동화할 수 있는 부분을 넓혀야 하고, 사람의 손이 반드시 필요한 제품은 생산량과 제작시간을 별도로 계산해야 한다.
제이아이티앤코의 제품 개발은 한 번 완성한 디자인을 그대로 반복 생산하는 방식과도 거리가 있다. 판매처에서 제품을 선보인 뒤 착용한 고객의 반응을 듣고 걸리는 부분이나 느슨한 곳을 다시 다듬는다. 문제가 크면 한 모델 전체를 없앴다가 수정해 다시 생산하기도 했다. 임 대표는 다이아몬드 반지 한 모델을 세 차례 없앴다가 다시 만든 경험도 설명했다. 소비자에게 전달된 이후의 착용 경험이 다음 생산 공정으로 돌아오는 구조다.
AS도 설계 단계에 포함된다. 제이아이티앤코가 자체 개발한 제품은 판매 이후 수리 가능성을 먼저 생각하고 생산한다는 게 임 대표의 설명이다. 수입 제품은 구조나 부품 문제로 국내 수리가 어려울 수 있지만 직접 만든 제품은 소재와 연결 방식을 알고 있어 대응할 수 있다. 거래 기간과 제품 상태에 따라 수리 대신 무상 교환을 적용하기도 한다.
세계 금 주얼리 시장에서는 올해 들어 구매 중량을 줄이는 소비가 이어지고 있다. 세계금협회는 높은 가격이 유지되는 동안 경량 제품의 비중이 계속 높아질 가능성을 제시했다. 한국에서도 올해 1분기 저캐럿 제품으로 이동하는 흐름이 나타났다. 임효민 대표가 만든 3g대 팔찌는 제이아이티앤코 한 업체의 제품이지만 제조 과정에서는 고금가 이후의 변화가 구체적으로 읽힌다. 금 중량을 낮춘 뒤 연결부를 다시 설계하고, 몇 ㎜ 단위로 두께를 바꾸며, 자동화와 수공의 비중을 조절하는 생산이다. 제품의 무게가 가벼워질수록 제조 단계에서 계산해야 할 구조는 더 많아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