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별 지급액 조정에 가려진 의료비·돌봄 부담…건강하게 살 수 있는 소득 보장이 개편의 기준

숨 찰 필요 없다… 걷듯 10분만 천천히 뛰었더니 뇌에 생긴 변화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숨 찰 필요 없다… 걷듯 10분만 천천히 뛰었더니 뇌에 생긴 변화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김 규운기자]정부가 2027년부터 기초연금 수급자를 세 구간으로 나눠 급여를 차등 지급한다. 소득 하위 30%는 월 38만원, 30~45%는 물가를 반영한 35만9000원, 45~70%는 35만원을 받는다. 노인 70%에게 같은 기준연금액을 적용해 온 제도가 소득에 따라 서로 다른 금액을 지급하는 구조로 바뀌는 것이다.

저소득 부부의 감액률을 20%에서 10%로 낮추고, 소득과 재산이 적은 일부 직역연금 수급자와 배우자를 지급 대상에 포함한 조치는 제도의 빈틈을 줄이는 변화다. 한정된 재정을 더 어려운 사람에게 집중하겠다는 방향도 그 자체로 부정하기 어렵다.

그러나 노후의 삶은 소득 순위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같은 소득을 올리는 노인이라도 만성질환과 장애 여부, 주거 형태, 가족관계, 거주 지역에 따라 생활비의 무게가 달라진다. 건강한 노인에게 남는 1만원과 매달 병원에 가야 하는 노인에게 부족한 1만원은 숫자만 같을 뿐 삶에서 지니는 의미가 전혀 다르다.

기초연금을 받는 노인을 소득 하위 30%, 30~45%, 45~70%로 나누는 순간 행정은 명료해진다. 소득인정액을 계산하고 경계선을 정한 뒤 구간마다 금액을 배정하면 된다. 하지만 인간의 삶은 행정 구간처럼 단정하게 나뉘지 않는다. 경계선 바로 위와 아래에 있는 두 노인의 형편이 크게 다르지 않은데도 국가가 지급하는 연금액과 물가연동 여부는 달라진다.

특히 45~70%에 해당하는 약 290만명의 기준연금액을 월 35만원으로 동결하는 방안은 노후소득의 성격을 바꾼다. 식료품비와 병원비, 주거비가 오르는데 연금액이 그대로라면 살 수 있는 재화와 서비스는 해마다 줄어든다. 명목상 35만원을 계속 지급하더라도 생활을 지탱하는 연금의 힘은 약해진다.

노년의 지출은 일반적인 소비와도 다르다. 고령자는 평균 2개가 넘는 만성질환을 앓고 있으며, 65세 이상 노인의 연간 본인부담 의료비는 평균 125만원을 웃돈다. 병원 진료와 약값은 가격이 올랐다고 미루기 어려운 지출이다. 식비를 줄이거나 냉난방을 아끼고, 사람을 만나는 횟수를 줄여 의료비를 마련하는 일이 생긴다. 소득의 감소는 통장 잔액에서 끝나지 않고 건강과 관계, 이동의 축소로 이어진다.

가장 가난한 노인에게 기초연금을 더 지급하는 방안도 현행 복지제도 안에서는 효과가 온전히 전달되지 않는다. 기초연금은 생계급여를 계산할 때 소득으로 반영된다. 2025년 기초연금과 생계급여를 함께 받은 노인 약 78만명 가운데 99% 이상은 기초연금 때문에 생계급여가 줄었다. 월 38만원으로 기초연금을 올려도 생계급여가 그만큼 감소한다면 가처분소득은 기대만큼 늘지 않는다.

이 구조를 그대로 둔 채 하위 30%의 연금액만 높이면 정책의 명분과 노인의 생활 사이에 간극이 생긴다. 국가는 더 지급했다고 기록하지만 당사자의 식탁과 병원비는 달라지지 않을 수 있다. 가난을 구제하는 제도와 노후소득을 보장하는 제도가 서로의 효과를 지우는 모순부터 풀어야 한다.

기초연금은 빈곤한 노인에게 베푸는 시혜가 아니다. 일할 수 있는 시간이 끝난 뒤에도 누구나 인간다운 생활을 이어갈 수 있도록 사회가 공동으로 마련한 소득의 바닥이다. 젊은 시절의 임금과 자산 격차가 노년의 생존 격차로 그대로 굳어지지 않게 하는 장치이기도 하다.

여기서 평등은 모든 사람에게 기계적으로 같은 액수를 지급한다는 뜻에 머물지 않는다. 밥을 먹고, 아프면 치료받고, 필요한 곳으로 이동하며, 타인과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실질적인 능력을 함께 보장하는 데 의미가 있다. 똑같은 35만원을 받더라도 건강과 주거, 돌봄 조건에 따라 한 사람이 누릴 수 있는 삶의 범위는 크게 달라진다.

혼자 사는 노인은 노인 부부가구보다 만성질환이 많고 영양 상태와 주관적 건강 수준은 낮다. 우울 증상을 겪는 비율도 더 높다. 가까운 곳에 병원과 복지시설이 있는 도시의 노인과 장거리 이동이 필요한 농어촌 노인에게 연금의 실질 가치는 같지 않다. 노후소득정책이 건강정책과 돌봄정책, 주거정책을 분리한 채 설계돼서는 안 되는 이유다.

기초연금 재정의 지속 가능성은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이다. 노인 인구가 늘어날수록 필요한 재정도 커진다. 그렇다고 지급액을 세분화하고 일부 수급자의 급여를 동결하는 것만으로 지속 가능성을 확보할 수는 없다. 재정의 지속 가능성이 국가 지출을 견디게 하는 문제라면, 제도의 지속 가능성은 국민이 그 제도를 공정하다고 받아들일 수 있느냐의 문제다.

노인들을 여러 구간으로 나누고 한쪽의 급여를 묶어 다른 쪽의 인상 재원을 마련하는 방식은 수급자 내부의 이해 충돌을 키울 수 있다. 오늘은 상대적으로 형편이 낫다는 이유로 동결 대상이 된 노인도 질병이나 배우자의 사망, 주거비 상승으로 곧 취약계층이 될 수 있다. 노년은 소득과 건강이 지속적으로 약해지는 시기다. 현재의 순위가 미래의 생활 수준을 보장하지 않는다.

정부와 국회는 2027년 시행에 앞서 기초연금과 생계급여의 연계 방식을 함께 손질해야 한다. 물가가 오르더라도 일정한 구매력을 유지할 수 있는 원칙도 지켜야 한다. 소득뿐 아니라 의료비와 주거비, 독거 여부, 돌봄 필요성을 아우르는 노후소득보장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국가가 노인을 몇 개의 소득구간으로 나누는 일은 어렵지 않다. 어려운 것은 서로 다른 조건에서 살아온 사람들이 노년에도 존엄을 잃지 않도록 공통의 생활선을 세우는 일이다. 기초연금의 기준은 예산에 맞춰 나눈 급여표가 아니라 노인이 식사하고 치료받고 이동하며 관계를 이어갈 수 있는 삶이어야 한다. 노후의 존엄은 차등 지급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KtN (K trendy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