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복도·계단·차도·섬으로 이어진 추적의 경로…부감과 수직 구도로 축소된 문재의 존재

[KtN 신미희기자]높은 곳에서 내려다본 도로 위로 자동차 한 대가 움직인다. 골목에 들어선 사람은 건물과 벽 사이에서 작은 점으로 줄어든다. 지상에서는 어디로든 갈 수 있을 것처럼 보이던 길이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순간 이미 정해진 선으로 바뀐다. 넷플릭스 시리즈 ‘들쥐’의 카메라는 인물의 얼굴을 따라가는 데 머물지 않고 문재와 노자, 순용이 놓인 공간 전체를 펼쳐 놓는다.

도로는 이동을 허용하지만 목적지를 선택할 자유까지 보장하지 않는다. 골목은 여러 방향으로 갈라져 있지만 다음 모퉁이 뒤를 가린다. 복도와 계단은 출구를 향해 이어지면서도 인물을 벽과 난간 사이에 붙잡아 둔다. ‘들쥐’에서 길은 탈출과 추적의 수단인 동시에 인물을 이미 설계된 방향으로 몰아넣는 구조다.

문재는 들쥐에게 이름과 얼굴, 금융계좌와 집을 빼앗긴 뒤 세상 밖으로 나온다. 바깥은 자유로운 공간이 아니다. 문재를 진짜라고 인정하지 않는 사회 전체가 더 넓은 감옥으로 바뀐다. 집을 벗어난 문재는 복도와 계단, 도로와 골목, 자동차와 섬을 통과하지만 어느 곳에서도 자기 위치를 완전히 회복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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