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고 거즈에서 착안한 토르소형 톱과 넓은 팬츠의 대비…가슴과 허리는 드러내고 골반 아래에는 부피를 더한 SS27
[KtN 임우경기자]가슴과 허리를 따라 붙는 민소매 톱 아래로 팬츠는 골반 양옆에서 크게 벌어졌다. 상체는 신체의 윤곽을 거의 그대로 드러내지만 하체는 실제 다리의 폭보다 훨씬 넓다. 이세이 미야케(ISSEY MIYAKE) SS27에서 사토시 곤도(Satoshi Kondo)는 몸 전체를 같은 크기로 감싸지 않았다. 몸에 붙이는 부분과 부피를 키우는 부분을 명확하게 갈라 한 사람의 신체 안에서도 서로 다른 비율을 만들었다.
석고 거즈에서 착안한 민소매 톱은 이번 컬렉션의 이런 성격을 가장 직접적으로 보여준다. 가슴과 허리를 감싸는 형태는 넉넉한 플리츠나 드레이프보다 신체의 실제 선에 가깝다. 상체의 폭을 크게 늘리지 않은 채 어깨와 팔을 드러내고, 허리까지 비교적 짧고 단단하게 정리했다.
하의에서는 방향이 달라진다. 팬츠는 허리 아래에서 곧바로 다리를 따라 떨어지지 않고 골반 옆으로 크게 벌어진다. 상체에서 줄였던 부피를 하체에서 다시 키우면서 허리와 골반, 다리의 관계도 달라졌다. 몸을 감추기 위해 크게 입은 옷보다 신체의 일부는 드러내고 일부는 과장하는 방식에 가깝다.
보라색 톱은 장식보다 형태가 먼저 들어온다. 목에서 가슴, 허리로 이어지는 선이 몸에 가깝게 붙고 소매를 없애면서 상체가 작고 간결하게 정리된다. 풍성한 천으로 신체를 감싸는 이세이 미야케의 익숙한 이미지와는 다른 접근이다.
밀착한 상의는 몸을 보정해 새로운 윤곽을 만드는 코르셋과도 차이가 있다. 허리를 극단적으로 조이거나 가슴을 들어 올리는 형태보다 현재의 몸을 따라가는 쪽에 가깝다. 신체를 다른 모양으로 바꾸기보다 실제 상체의 크기를 먼저 드러낸다.
그래서 하의의 부피가 더 커 보인다. 상의까지 넓었다면 전체적으로 여유 있는 옷으로 읽혔겠지만, 작은 상체 아래에 넓은 팬츠를 붙이면서 골반부터 실루엣이 갑자기 달라진다. 허리를 경계로 옷의 크기가 바뀌는 구성이다.
사토시 곤도는 넓은 팬츠를 단순히 와이드 팬츠의 유행으로 풀지 않았다. 다리 두 개의 선을 각각 드러내기보다 하체 전체에 넓은 면을 만들고, 걸음을 옮길 때 천이 벌어지도록 했다. 서 있을 때는 크게 떨어지는 하나의 형태에 가깝지만 움직이면 안쪽의 다리 위치가 드러나면서 부피가 계속 달라진다.
토르소형 톱과 넓은 팬츠를 함께 놓으면 ‘Figure of Ma’가 다루는 신체도 보다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가슴과 허리에서는 천과 몸 사이의 여유를 줄이고, 골반 아래에서는 여유를 크게 늘렸다. 몸과 옷 사이의 간격을 전체적으로 동일하게 두지 않은 것이다.
옅은 노란색으로 바뀌면 같은 밀착형 상의도 인상이 달라진다. 짙은 색보다 몸과 천의 경계가 부드러워지고, 노출된 팔과 상의가 가까운 밝기로 이어진다. 구조는 단순하지만 색이 가벼워지면서 신체를 감싸는 형태도 덜 단단하게 느껴진다.
색이 달라져도 상체의 비율은 유지된다. 어깨에는 별도의 볼륨을 더하지 않고, 소매도 만들지 않았다. 넓은 숄더나 풍성한 드레이프로 상체를 크게 보이게 하는 대신 몸의 실제 폭을 그대로 남긴다.
이런 상의는 팬츠의 형태를 강조하는 역할도 한다. 허리가 작게 정리된 상태에서 하의가 양옆으로 퍼지면 골반의 폭이 실제보다 넓게 느껴진다. 상체와 하체 사이의 크기 차이를 옷으로 크게 만든 셈이다.
반대 방향의 옷도 함께 등장한다. 아우터에서는 어깨와 팔, 몸통까지 크게 부풀려 실제 몸을 넓은 천 안에 넣었다. 토르소형 톱이 신체의 윤곽을 드러냈다면 아우터는 몸의 위치를 넓은 실루엣 안으로 감춘다.
한 시즌 안에서 두 방식이 함께 사용된 점이 중요하다. 사토시 곤도는 몸을 감추는 옷과 드러내는 옷 가운데 하나를 택하지 않았다. 어디까지 몸을 보여주고 어디부터 옷의 형태를 키울지를 착장마다 바꿨다.
몸에 붙는 옷도 편안함과 거리가 먼 구조로만 읽히지 않는다. 소매를 없애 팔의 움직임을 막지 않고, 하의에는 넉넉한 폭을 남겼다. 상체의 밀착과 하체의 여유를 나눠 사용하면서 전체 착장은 움직임을 유지한다.
메시 니트와 플리츠에서도 비슷한 조절이 이어진다. 몸 가까이 붙는 부분이 있어도 소재 자체에 늘어날 여지가 있고, 주름은 걷는 동안 벌어졌다가 다시 모인다. 신체 윤곽을 드러내면서 움직임까지 고정하지 않는 방식이다.
검정 상의와 갈색 하의의 조합에서는 비율 차이가 더 선명하다. 검정 톱이 상체를 하나의 좁은 면으로 정리하고, 그 아래의 갈색 하의는 골반 옆으로 크게 확장된다. 색의 경계와 실루엣의 변화가 허리 부근에서 동시에 나타난다.
상체를 작게 보이게 만드는 것은 옷의 크기만이 아니다. 민소매 형태가 어깨와 팔을 노출하면서 상의가 차지하는 면적 자체를 줄인다. 반면 팬츠는 몸 양옆으로 넓은 면을 확보한다. 옷을 입은 사람의 실제 골격과 별개로 상체와 하체의 비중이 다시 나뉜다.
넓은 하의는 골반선을 그대로 강조하는 타이트한 팬츠와도 다르다. 몸 가까이에서 골반 곡선을 따라가는 대신 골반 주변에 별도의 부피를 붙인다. 실제 신체의 굴곡보다 옷이 만든 폭이 먼저 들어온다.
사토시 곤도가 몸을 바라보는 방식은 ‘체형을 감춘다’는 말로도 설명하기 어렵다. 상체에서는 가슴과 허리를 드러내고, 하체에서는 다리의 폭을 감춘다. 같은 사람의 몸을 부위별로 다른 방식으로 다루기 때문이다.
이세이 미야케가 오랫동안 보여준 넉넉한 옷은 신체를 압박하지 않는 움직임과 연결돼 왔다. SS27에서는 여기에 밀착된 토르소가 들어오면서 몸의 윤곽과 넓은 볼륨 사이의 차이가 더 커졌다. 느슨함만으로 설명되던 실루엣이 한층 복잡해진 이유다.
몸을 따라 붙는 톱은 넓은 아우터와도 대비된다. 같은 컬렉션 안에서 한쪽은 가슴과 허리를 직접 드러내고 다른 한쪽은 머리부터 다리까지 넓은 천으로 감싼다. 밀착과 확장을 멀리 떨어진 두 극단으로 두면서 SS27의 옷은 한 가지 비율에 머물지 않는다.
플리츠 역시 몸에 붙을 때와 벌어질 때의 차이가 크다. 주름이 닫혀 있을 때는 신체에 가까이 붙지만 움직이면 폭이 늘어난다. 고정된 크기의 옷보다 몸의 움직임에 따라 크기가 달라지는 이세이 미야케의 특성이 토르소형 상의와 넓은 팬츠에서도 다른 방식으로 이어진다.
사토시 곤도는 SS27에서 몸을 하나의 덩어리로 다루지 않았다. 가슴과 허리는 좁게 잡고, 골반과 다리에서는 옷을 넓혔다. 다른 착장에서는 반대로 몸 전체를 큰 아우터 안에 넣었다. 신체의 어느 부분을 그대로 남기고 어느 부분을 옷으로 확장할지를 세밀하게 나눴다.
몸에 붙는 상의와 크게 벌어진 하의는 그 차이를 가장 또렷하게 보여준다. 상체가 작을수록 하체는 더 커 보이고, 하의가 넓을수록 몸에 밀착한 토르소의 윤곽도 선명해진다. 서로 반대되는 두 형태가 한 벌 안에서 상대의 특징을 더욱 크게 만든다.
ISSEY MIYAKE SS27에서 몸은 옷 안에 숨겨지지 않았다. 어떤 부분에서는 그대로 드러났고, 다른 부분에서는 실제 체형보다 훨씬 큰 형태로 바뀌었다. 사토시 곤도가 만든 비율은 몸 전체를 넓히거나 좁히는 방식이 아니라 부위마다 옷의 크기를 다르게 잡는 데서 완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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