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정·그레이·올리브·터쿼이즈 팬츠에 작은 LOEWE 태그와 벌어진 웨이스트…Jack McCollough·Lazaro Hernandez가 바지 앞면에 만든 새로운 비율

[KtN 박인경기자]로에베(LOEWE) SS27의 팬츠는 색보다 먼저 허리에서 시선을 멈추게 한다. 일반적인 바지가 허리선을 따라 닫히는 데 비해 일부 팬츠는 플라이 위쪽이 좌우로 벌어지며 몸 밖으로 튀어나온다. 검정과 그레이, 올리브, 터쿼이즈로 색을 달리해도 변화가 시작되는 위치는 비슷하다. 잭 맥컬러(Jack McCollough)와 라자로 에르난데스(Lazaro Hernandez)는 다리 폭을 과장하기보다 바지가 시작되는 지점을 손봤다.

플라이는 보통 지퍼나 버튼을 감추는 기능적인 부분이다. SS27에서는 작은 면적에 머물던 앞여밈이 실루엣의 중심으로 올라왔다. 허리 위로 벌어진 천이 복부 앞쪽에 입체적인 면을 만들고, 팬츠의 실제 허리선과 눈에 보이는 외곽을 분리한다. 바지 한 벌에서 가장 익숙했던 부분을 건드려 전체 비율을 달라 보이게 한 셈이다.

로고의 위치도 같은 곳에 모였다. 작은 LOEWE 태그를 플라이 부근에 배치해 브랜드명을 크게 드러내지 않으면서 시선을 허리 중앙으로 끌어왔다. 로고가 디자인 밖에서 붙는 표식이 아니라 팬츠 구조를 읽게 하는 작은 표시처럼 작동한다.

옅은 옐로 상의 아래 검정 팬츠의 허리 부분이 바깥으로 벌어지며 복부 앞쪽에 새로운 윤곽을 만든다. 상체는 부드럽게 정리하고 허리에서 형태를 크게 바꿔 팬츠의 시작점을 강조했다. 사진=LOEWE·Umberto Fratini/Gorunway.com,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옅은 옐로 상의 아래 검정 팬츠의 허리 부분이 바깥으로 벌어지며 복부 앞쪽에 새로운 윤곽을 만든다. 상체는 부드럽게 정리하고 허리에서 형태를 크게 바꿔 팬츠의 시작점을 강조했다. 사진=LOEWE·Umberto Fratini/Gorunway.com,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옅은 옐로 상의와 검정 팬츠의 조합에서는 허리의 구조가 특히 선명하다. 상의가 몸에 가까이 붙고 장식이 많지 않아 검정 팬츠의 상단이 그대로 드러난다. 허리는 몸을 따라 매끈하게 감싸지 않고 양옆으로 벌어지며 작은 날개처럼 올라온다.

이 변화는 허리를 가늘게 조이는 방식과 다르다. 실제 허리의 둘레를 강조하기보다 그 주변에 별도의 형태를 만들어 팬츠의 폭을 넓힌다. 몸이 끝나는 곳과 바지가 시작되는 곳 사이에 새로운 외곽이 생긴다.

검정도 구조를 또렷하게 만든다. 밝은 상의 아래 짙은 팬츠가 놓이면서 허리선이 한 번에 끊기고, 벌어진 부분의 윤곽도 쉽게 읽힌다. 허벅지 아래로는 비교적 익숙한 팬츠가 떨어지지만 시선은 다시 허리로 돌아온다.

상의와 팬츠의 비율도 달라진다. 허리 위쪽의 천이 올라오면서 하의가 실제보다 높은 위치에서 시작되는 것처럼 느껴진다. 상체의 면적은 줄어들고 다리는 길게 이어진다. 팬츠의 폭을 과도하게 넓히지 않고도 비율을 바꾸는 방법이다.

남성복과 여성복을 가르는 장치로도 사용되지 않는다. 같은 발상은 성별과 상관없이 셔츠와 니트, 재킷 아래에 반복된다. 허리 구조를 장식적인 여성복의 요소로 제한하지 않고 팬츠 자체의 설계로 가져온 점이 SS27의 특징이다.

민트 스트라이프 셔츠와 검정 팬츠가 단정한 색 대비를 이루는 가운데 허리 위쪽의 구조가 바지의 중심을 바꾼다. 넉넉한 셔츠와 팬츠의 입체적인 웨이스트가 서로 다른 부피를 만든다. 사진=LOEWE·Umberto Fratini/Gorunway.com,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민트 스트라이프 셔츠와 검정 팬츠가 단정한 색 대비를 이루는 가운데 허리 위쪽의 구조가 바지의 중심을 바꾼다. 넉넉한 셔츠와 팬츠의 입체적인 웨이스트가 서로 다른 부피를 만든다. 사진=LOEWE·Umberto Fratini/Gorunway.com,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민트 스트라이프 셔츠와 검정 팬츠에서는 조금 다른 효과가 난다. 상의가 몸에 밀착되지 않고 셔츠 자체에도 부피가 있어 팬츠의 허리가 혼자 튀어나오지 않는다. 위쪽의 넉넉한 셔츠와 아래쪽의 벌어진 웨이스트가 서로 다른 크기로 맞물린다.

셔츠의 세로 스트라이프는 상체를 길게 정리하지만 팬츠의 허리에서 그 흐름이 한 번 끊긴다. 다리까지 그대로 내려가는 단순한 세로선 대신 상체와 하체 사이에 가로 방향의 변형이 들어온다. 몸을 길게 보이게 하는 것보다 허리의 위치와 팬츠의 구조를 분명하게 남기는 착장이다.

잭 맥컬러와 라자로 에르난데스는 팬츠 전체를 해체하지 않았다. 무릎과 밑단, 다리의 기본적인 형태는 비교적 익숙하게 남겨두고 허리와 플라이에 변화를 집중했다. 한 부분만 달라져도 바지 전체가 낯설게 보일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이런 접근은 1편에서 보였던 미니스커트의 부피와도 연결된다. 여성복에서는 골반 주변의 천을 접고 부풀렸고, 팬츠에서는 플라이와 웨이스트를 벌렸다. 공통적으로 변화가 집중되는 곳은 허리와 골반이다.

몸의 중심을 바꾸는 방식도 흥미롭다. 일반적인 하이웨이스트 팬츠가 허리를 위로 올려 다리를 길어 보이게 한다면 SS27의 팬츠는 높은 허리선에 입체적인 외곽까지 더한다. 단순히 위로 올라간 바지가 아니라 몸 앞쪽에서 형태가 한 번 더 펼쳐진다.

작은 LOEWE 태그가 플라이 부근에 놓이는 이유도 이 구조와 맞물린다. 로고를 멀리서 알아보게 하기보다 바지 앞면을 자세히 보게 만든다. 태그가 작을수록 팬츠의 선과 색이 먼저 들어오고, 브랜드 표시는 그 다음에 남는다.

팬츠 컬러는 터쿼이즈와 그레이, 레드, 올리브까지 넓어진다. 같은 위치에 작은 로고가 반복돼도 색이 달라지면 바지의 존재감은 크게 달라진다. 검정과 그레이에서는 허리 구조가 먼저 읽히고, 터쿼이즈와 올리브에서는 팬츠 전체가 하나의 색면으로 강하게 들어온다.

올리브 계열의 아우터 아래 선명한 터쿼이즈 팬츠가 넓은 색면을 만든다. 상체와 하체의 색을 뚜렷하게 나누면서 팬츠의 허리와 다리선을 한꺼번에 강조했다. 사진=LOEWE·Umberto Fratini/Gorunway.com,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올리브 계열의 아우터 아래 선명한 터쿼이즈 팬츠가 넓은 색면을 만든다. 상체와 하체의 색을 뚜렷하게 나누면서 팬츠의 허리와 다리선을 한꺼번에 강조했다. 사진=LOEWE·Umberto Fratini/Gorunway.com,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터쿼이즈 팬츠는 검정 팬츠와 다른 방식으로 시선을 끈다. 허리의 세부 구조를 보기 전에 강한 색이 하체 전체를 차지한다. 올리브 아우터와 맞붙으면서 상체와 하체가 서로 다른 색 덩어리로 나뉜다.

색이 강해져도 팬츠의 기본적인 실루엣은 지나치게 복잡하지 않다. 허리부터 아래로 내려가는 다리선은 비교적 곧고, 포켓과 장식도 과도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강한 터쿼이즈가 충분히 많은 역할을 하기 때문에 형태를 더 복잡하게 만들 필요가 없었던 셈이다.

올리브와 터쿼이즈의 조합은 전형적인 뉴트럴 컬러 스타일링에서 벗어나지만 서로 모두 자연을 연상시키는 색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상체는 탁하고 깊은 색, 하체는 훨씬 밝고 선명한 색으로 나뉘면서 시선이 아래로 이동한다.

팬츠에 강한 색을 사용하면 신체 비율도 달라 보인다. 상의를 어둡게 두고 하의를 밝게 만들면 다리의 면적이 크게 느껴지고, 팬츠 자체의 길이도 강조된다. SS27에서 터쿼이즈와 레드, 올리브처럼 바지 색을 적극적으로 바꾼 이유를 실루엣과 따로 볼 수 없는 대목이다.

그레이 팬츠는 가장 현실적인 연결점이다. 강한 컬러 아우터나 니트 아래에서 하체의 색을 낮춰주고, 팬츠의 구조와 길이를 차분하게 남긴다. 옐로와 블루처럼 상체에 강한 색이 들어갈수록 그레이 하의가 전체를 정리하는 역할도 커진다.

선명한 민트 톱과 그레이 팬츠를 연결해 상체에 색을 집중하고 하체는 차분하게 낮췄다. 넓은 팬츠와 짧게 정리된 상의가 허리 위치를 분명하게 만들며 다리의 세로선을 길게 남긴다. 사진=LOEWE·Umberto Fratini/Gorunway.com,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선명한 민트 톱과 그레이 팬츠를 연결해 상체에 색을 집중하고 하체는 차분하게 낮췄다. 넓은 팬츠와 짧게 정리된 상의가 허리 위치를 분명하게 만들며 다리의 세로선을 길게 남긴다. 사진=LOEWE·Umberto Fratini/Gorunway.com,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민트 톱과 그레이 팬츠에서는 앞선 터쿼이즈 착장과 색의 위치가 뒤집힌다. 강한 색이 상체로 올라가고 팬츠는 중간색으로 낮아진다. 하체가 색으로 먼저 튀어나오지 않기 때문에 팬츠의 폭과 허리 위치가 보다 차분하게 읽힌다.

짧게 정리된 상의는 팬츠가 시작되는 지점을 그대로 드러낸다. 셔츠처럼 허리를 덮지 않아 상·하체의 경계가 분명하고, 긴 팬츠가 발끝 가까이까지 이어지며 하체의 세로선도 길어진다.

SS27의 팬츠는 이런 상의와 만날 때 구조가 더욱 선명해진다. 재킷이나 긴 셔츠 아래에서는 웨이스트의 일부가 가려질 수 있지만 짧은 톱과 연결하면 허리와 플라이가 그대로 노출된다. 팬츠의 앞면 자체가 착장의 중심이 된다.

여성복에서 허리를 강조해 온 익숙한 방식과도 차이가 있다. 잘록한 허리를 만들기 위해 벨트로 조이거나 곡선을 따라 절개하기보다 바지의 윗부분을 바깥으로 벌렸다. 신체의 허리를 더 작게 만드는 대신 옷의 허리를 더 크게 만드는 역방향의 접근이다.

몸과 옷 사이의 차이가 커질수록 팬츠의 존재감도 높아진다. 허리 둘레가 실제 몸에 붙어 있는 부분과 바깥으로 펼쳐진 부분이 동시에 보이면서 신체와 의복의 경계가 한곳에 겹친다. 복부를 납작하게 눌러 정리하는 전통적인 팬츠와는 다른 인상이다.

스타일링에서도 허리는 감추지 않았다. 짧은 니트와 셔츠, 재킷을 활용해 팬츠 상단이 드러나는 착장이 많고, 상의가 길더라도 앞부분의 구조를 볼 수 있도록 정리했다. 독특한 웨이스트를 만들고 다시 상의로 덮어버리는 방식이 아니다.

신발은 팬츠의 강도를 조절한다. 터쿼이즈나 올리브처럼 하의의 색이 강할 때는 탄이나 검정처럼 상대적으로 차분한 슈즈를 붙이고, 그레이 팬츠에서는 옐로처럼 강한 발끝을 사용하기도 한다. 팬츠가 컬러의 중심인지, 상체와 신발 사이의 연결부인지에 따라 발끝의 역할도 바뀐다.

새로운 스쿠버 스타일 모카신 역시 팬츠와 긴밀하게 맞물린다. 바짓단 아래에서 두껍게 부피를 만들기보다 낮고 비교적 매끈한 형태로 마무리해 팬츠의 길이와 폭을 그대로 남긴다. 신발까지 복잡해지지 않아 허리에서 시작된 디자인이 발끝까지 흐트러지지 않는다.

작은 로고 역시 같은 절제의 일부다. 팬츠 플라이에 놓인 LOEWE 태그는 멀리서 브랜드를 알리는 크기가 아니다. 오히려 허리 구조를 들여다본 뒤 발견하게 되는 디테일에 가깝다. 로고보다 바지의 모양이 먼저 기억되는 구성이다.

로에베가 이번 시즌 팬츠에서 바꾼 것은 바짓통의 넓이만이 아니다. 허리와 플라이, 상의와 만나는 경계, 색의 위치를 함께 손봤다. 바지의 가장 기능적인 부분을 디자인의 전면으로 끌어내면서 익숙한 팬츠에 새로운 중심을 만들었다.

검정 팬츠에서는 벌어진 허리가 가장 또렷하게 보이고, 터쿼이즈에서는 하체 전체의 색이 먼저 들어온다. 그레이 팬츠는 강한 상의를 받아내며 비율을 정리하고, 올리브는 유틸리티 아우터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형태는 비슷해도 색과 스타일링에 따라 팬츠가 맡는 역할이 달라진다.

잭 맥컬러와 라자로 에르난데스는 로에베 SS27에서 바지를 거대한 조형물로 만들지 않았다. 대신 사람들이 매일 손으로 여닫는 플라이와 허리선을 바꿨다. 가장 익숙하고 기능적인 부분에 작은 변형을 집중해 팬츠 전체를 새롭게 보이게 했다.

LOEWE SS27의 팬츠에서 흥미로운 것은 변화의 크기보다 위치다. 다리 전체를 부풀리거나 길이를 극단적으로 바꾸지 않아도 허리 위 몇 센티미터의 형태가 달라지면 몸의 비율과 상의의 길이, 골반의 윤곽까지 함께 달라진다. 로에베가 이번 시즌 바지에서 건드린 것은 결국 팬츠의 중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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