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한 푸름 속에서 태동하는 생명의 기원
작품명: In the Beginning 4

In the Beginning 4Technique mixed with mineral on canvas 100x80cm. 2021  [갤러리 A]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In the Beginning 4Technique mixed with mineral on canvas 100x80cm. 2021  [갤러리 A]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박준식기자] 한순간, 태초의 흔적이 푸른 심연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물질이 응축되고, 에너지가 분출되며, 보이지 않는 차원의 파동이 미세한 입자로 응결된다. 허은선의 작품 In the Beginning 4는 단순한 회화가 아니라, 창조의 순간을 시각적으로 구현한 시공간적 기록이다. 이 작품은 시작과 끝, 질서와 혼돈,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사이의 경계를 넘나들며 존재의 본질을 탐구한다.

작품 개요

 

작품명: In the Beginning 4

제작 연도: 2021년

재료: 캔버스에 광물 혼합 기법 (Technique mixed with mineral on canvas)

 

창조의 흔적을 따라 – 작품의 영감과 근원적 탐구

허은선 작가는 인간 존재의 본질과 그 기원을 집요하게 탐구하는 예술가다. 작품 세계는 보이는 것 너머 감각할 수 없는 차원의 실재를 시각적으로 드러내려는 시도에서 출발한다.

In the Beginning 4는 ‘In the Beginning’ 연작 중 하나로, 탄생과 창조의 과정을 다룬다. 이 시리즈는 우주적 질서와 생명의 탄생을 상징적으로 담아내며, 원초적인 에너지의 흐름을 표현한다. 작품의 색감, 질감, 구도는 물질이 응축되며 형태를 갖추는 순간을 포착하는 동시에, 그 순간이 지속적으로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는 과정임을 암시한다.

작품에서 허은선은 단순히 생명의 시작을 묘사하는 것이 아니라, 창조 자체의 의미를 탐구한다.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 존재는 어떻게 시작되었으며, 어디로 향하고 있는가?”라는 근원적 질문은 단순한 과학적 탐구를 넘어 철학적, 예술적 영역에서 해석된다. In the Beginning 4는 바로 이 질문을 캔버스 위에서 형상화한 결과물이다.

깊이를 품은 푸른 심연 – 색감과 질감, 구도의 조화

작품에서 가장 먼저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깊고 강렬한 푸른 색조다. 그러나 이 색은 단순한 블루가 아니다. 끝없는 우주, 원시의 바다, 그리고 인간 내면의 심연을 동시에 품고 있다.

▶색감: 코발트 블루를 기반으로 한 색조는 마치 우주의 무한성을 연상케 한다. 이 푸른 색은 생명체가 탄생하는 원시 바다의 기억을 담고 있으며, 광활한 하늘과 연결된 무한한 가능성을 시사한다. 빛의 변화에 따라 미세하게 달라지는 색조는 단일한 정체성을 거부하며, 끊임없이 변화하는 존재의 흐름을 반영한다.

▶질감: 광물 혼합 기법을 사용한 표면은 균일하지 않다. 미세한 입자들이 응결되어 형성된 표면은 마치 물질이 응축되는 과정 자체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듯하다. 캔버스 위의 작은 굴곡과 텍스처는 우주적 먼지에서 생명이 탄생하는 순간을 암시하며, 그 순간의 흔적이 시간의 층위를 따라 남겨진다.

▶구도: 화면 중심부에서 퍼져 나가는 듯한 형태는 폭발과 응축, 팽창과 수축을 반복하며 우주적 흐름과 유기적 운동성을 동시에 지닌다. 형태는 고정되지 않으며, 정지된 한순간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하는 과정을 시각화한다.

이러한 요소들은 단순한 조형적 완성도를 넘어, 물질과 에너지가 얽히는 생성의 순간을 포착하려는 예술적 철학과 맞닿아 있다.

창조와 침묵 – 예술적 접근과 철학

허은선의 작품 세계는 단순한 형상의 재현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것의 실재성을 탐구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대표적인 ‘침묵 시리즈(Silence Series)’에서처럼, 이번 In the Beginning 4 역시 시각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차원을 암시하고 있다. 물질과 비물질의 경계를 허물고, 관객에게 보이지 않는 세계를 감각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허은선의 창작 방향이다.

허은선 작가에게 ‘침묵’은 단순한 정적 상태가 아니다. 그것은 ‘존재를 직관하는 순간’이며, ‘시간이 응축된 흔적’이다. In the Beginning 4에서도 이러한 철학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푸른 심연 속에 스며든 미세한 빛과 질감은 ‘소리 없는 울림’을 만들어 내며, 그 속에서 창조의 순간과 마주하게 된다.

허은선은 "우리가 인식하는 모든 것은 이미 지나간 것이다. 내가 포착하려는 것은 존재의 가장 원초적인 순간, 형성되기 이전의 흔적이다"라고 말한다. 작품은 단순한 추상이 아니라, 형상이 만들어지기 전의 상태, 즉 존재의 태동을 담아내는 시도다.

갤러리A 전시 – 창조적 탐구의 중심

갤러리A 전시는 자연과 인간, 그리고 보이지 않는 실재의 관계를 탐구하는 전시이다. In the Beginning 4는 전시 전체의 흐름 속에서 가장 근원적 질문을 던지는 작품으로 자리한다.

창조의 시작을 상징하며, 관람객들이 존재의 기원을 다시금 사유하게 만든다.

전시된 다른 작품들이 인간과 자연, 시간과 기억을 연결하는 흐름을 형성한다면, In the Beginning 4는 그 시작점으로서 기능한다.

푸른 색조와 물질의 질감은 전시의 테마와 유기적으로 연결되며, 감각적으로도 강렬한 중심축을 형성한다.

허은선 작가의 작품은 단순히 미적 감상을 위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관객이 자신의 존재를 다시금 돌아보게 만드는 촉매제이며, 우리가 어디에서 왔으며, 어디로 향하는지를 질문하는 하나의 장치다.

관객과의 대화 – 시공간을 넘어선 감각적 체험

이 작품을 감상하는 순간, 관객은 시간과 공간을 넘어선 감각적 경험을 하게 된다. 작품의 푸른 심연 속에서 우리는 ‘태초의 기억’을 발견하며, 개인적인 경험과 우주적 차원의 기억을 연결하게 된다.

이 작품은 단순한 색과 형태가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잊고 있던 기원의 기억이며, 우리가 존재하는 공간의 흔적이다. 작품을 마주하는 순간,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흐름 속에서 존재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허은선의 In the Beginning 4는 단순한 회화가 아니다. 그것은 관객과의 대화이며, 우주적 기원과 존재의 의미를 탐구하는 하나의 문이다. 그리고 그 문을 열고 들어가는 것은 오롯이 감상자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