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의 흔적, 푸른 파동으로 남다

 작품명: In the Beginning 11제작 연도: 2021년규격: 100 × 80cm  [갤러리 A]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작품명: In the Beginning 11제작 연도: 2021년규격: 100 × 80cm  [갤러리 A]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박준식기자] 수평으로 가로지르는 푸른 흐름, 그 위로 흩뿌려진 섬세한 입자들이 공간을 가른다. 경계는 있지만 명확하지 않고, 형태는 있지만 고정되지 않는다. 허은선의 In the Beginning 11은 생성과 소멸의 순간을 시각적으로 응축한 작품이다. 그것은 물질과 에너지가 서로 얽혀 하나의 새로운 세계를 이루는 과정, 보이지 않는 힘과 보이는 형상의 미묘한 교차를 담고 있다.

작품을 마주하는 순간, 흐름을 따라가게 된다. 강렬한 푸른 물결은 고요한 백색의 공간을 침범하며 확장된다. 물리적인 것과 비물질적인 것, 질서와 무질서의 경계를 허물며 관람자의 시선을 유도한다. 허은선은 이 작품을 통해 "존재는 흐름 속에 있다"는 철학적 메시지를 제시하며, 생명의 기원을 다시금 묻는다.

작품 개요

 

작품명: In the Beginning 11

제작 연도: 2021년

규격: 100 × 80cm

재료: 캔버스에 금박 혼합 기법 (Technique mixed with gold leaves on canvas)

 

작품의 영감과 철학 – 생성과 해체의 경계에서

허은선의 작업은 형상의 재현이 아닌, 형상이 탄생하기 이전의 상태를 탐구하는 데서 출발한다. In the Beginning 시리즈는 존재가 형성되는 순간, 그 근원적 흐름을 포착하는 시도다.

In the Beginning 11은 물질이 응집되며 생성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운동성을 중심에 둔다. 화면을 가로지르는 푸른 흐름은 단순한 색채가 아니라, 시간과 에너지가 압축된 흔적이다. 그것은 고요함 속에서도 힘을 지닌다.

작품은 창조의 순간을 정지된 이미지로 포착한 것이 아니라, 생성과 해체가 동시에 이루어지는 역동적 상태를 보여준다. 이는 마치 생명의 본질과도 같다. 형태는 만들어지고 해체되며, 질서는 무질서 속에서 형성된다. 허은선은 이러한 유기적 흐름을 통해 존재의 근원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색감과 질감, 구도 – 흐름을 형성하는 요소들

허은선의 작업에서 색과 질감은 단순한 조형적 요소를 넘어, 본질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중요한 매개체다.

▶색감: 푸른 색은 태초의 공간을 상징한다. 그것은 바다이자 하늘이며, 동시에 무한한 가능성을 담고 있는 원시적 공간이다. 그러나 이 푸름은 균질하지 않다. 농도가 짙어지는 부분과 흐려지는 부분이 있으며, 이는 변화하는 에너지를 표현한다.

▶질감: 금박이 혼합된 캔버스 표면은 빛을 반사하며 시시각각 다른 표정을 보인다. 금박의 섬세한 입자는 마치 우주의 먼지처럼 부유하며, 물질과 비물질 사이의 경계를 형성한다.

▶구도: 수평으로 흐르는 푸른 물결은 고정된 형상이 아니라, 계속해서 변형되는 움직임을 담고 있다. 화면을 가로지르는 강한 에너지는 공간을 나누기도 하지만, 동시에 연결하기도 한다.

이러한 요소들은 In the Beginning 11이 단순한 추상 회화가 아니라, 창조적 흐름을 시각적으로 구현한 작품임을 증명한다.

허은선의 창작 철학과 예술적 접근

허은선의 작업은 형상의 재현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흐름과 존재의 형성 과정을 시각적으로 구현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작가는 존재가 "흐름 속에서 형성되는 것"이라는 개념을 중요하게 여긴다. 작품 속 푸른 색은 단순한 물리적 형태가 아니라, 보이지 않는 힘과 관계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흔적이다.

허은선의 예술은 형태를 완성하는 것이 아니라, 형태가 만들어지는 순간의 긴장과 조화를 탐구하는 데 집중한다. 금박을 이용한 질감의 활용 역시 빛과 공간, 물질과 에너지가 상호작용하는 방식을 보여주기 위한 장치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단순한 추상 미술을 넘어, 존재론적 탐구의 차원으로 확장된다. In the Beginning 11은 그 연장선에서, 형태와 비형태 사이에 존재하는 흐름을 감각적으로 재현하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갤러리A 전시 – 태초의 순간을 담은 중심축

갤러리A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는 자연과 인간, 그리고 보이지 않는 실재의 관계를 탐구하는 전시이다. In the Beginning 11은 그 중심에서, 창조의 근원적 순간을 표현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수평으로 확장되는 푸른 흐름은 전시 전체의 흐름과 연결되며, 창조의 기원과 변화를 상징한다.

금박의 사용은 자연적 질서와 인간의 개입, 즉 시간과 물질의 관계를 재조명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작품은 정적인 형태가 아니라, 변화하고 확장하는 흐름을 보여주며, 관객이 직접 그 흐름을 따라가게 만든다.

허은선의 작품은 단순히 한 점의 회화가 아니다. 그것은 공간 속에서 시간과 움직임을 유도하며, 관객이 스스로 존재에 대해 질문하도록 이끄는 철학적 탐구의 일부다.

관객과의 대화 – 시공간을 넘나드는 감각적 경험

이 작품을 마주하는 순간, 관객은 단순한 색과 형상을 보는 것이 아니라, 흐름을 체험하게 된다.

푸른 흐름을 따라가며 우리는 자신이 어디에서 출발했으며,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를 떠올리게 된다. 그것은 물리적인 흐름이기도 하지만, 우리의 사고와 감정, 그리고 삶의 움직임과도 맞닿아 있다.

이 작품은 단순한 회화적 장식이 아니다. 그것은 감상자에게 존재의 흐름을 직관적으로 경험하게 만드는 장치다. 보는 이들은 각자의 기억과 경험 속에서 이 흐름을 해석하며, 존재의 본질을 다시금 사유하게 된다.

허은선 작가의 In the Beginning 11은 단순한 정적 이미지가 아니다. 그것은 끊임없이 생성되고 확장되는 흐름이며,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의 본질을 담아낸 시각적 기록이다. 그리고 그 기록 속에서, 우리는 존재의 의미를 발견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