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 속에서 춤추는 에너지, 그 흔적을 따라가다

Dancing with Silence 6Technique mixed with gold leaves on canvas. 200x240cm. 2019 [갤러리 A]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Dancing with Silence 6Technique mixed with gold leaves on canvas. 200x240cm. 2019 [갤러리 A]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박준식기자] 강렬한 푸른 빛이 화면을 가로지른다. 한순간, 폭발하듯 퍼져나가는 색채가 고요한 공간을 뒤흔든다. 하지만 그 에너지는 자유롭게 흩어지지 않고, 수직으로 흐르는 선들 속에서 조용히 내려앉는다. 허은선의 Dancing with Silence 6은 정지와 운동, 질서와 혼돈 사이의 미묘한 균형을 탐구하며, 침묵과 역동성이 교차하는 지점을 포착한다.

이 작품은 단순한 시각적 표현이 아니다. 물리적 형태를 뛰어넘어, 존재와 부재, 에너지와 공간이 함께 작동하는 순간을 구현한다. 허은선은 "침묵이야말로 가장 역동적인 에너지를 품고 있다"고 말하며, 소리 없는 공간에서 피어나는 힘의 본질을 조형적으로 드러낸다.

작품 개요

작품명: Dancing with Silence 6

제작 연도: 2019년

규격: 200 × 240cm

재료: 캔버스에 금박 혼합 기법 (Technique mixed with gold leaves on canvas)

 

고요 속의 파동 – 작품의 영감과 철학

허은선은 '침묵'을 단순한 정적 상태가 아니라, 내면에서 일어나는 가장 강렬한 움직임으로 해석한다. Dancing with Silence 시리즈는 이러한 작가적 사유에서 출발했으며, 소리 없이 퍼져나가는 에너지의 흔적을 시각적으로 기록한 작품들이다.

Dancing with Silence 6에서는 푸른 색채가 화면의 상단에서부터 하강하며, 중력에 의해 자연스럽게 흘러내리는 듯한 형태를 띤다. 하지만 그 흐름은 결코 무질서하지 않다. 붓의 터치에서 시작된 움직임은 중력과 물질의 성질에 의해 조형적 질서를 갖추며, 마치 자연의 법칙에 의해 통제되는 듯한 모습을 보여준다.

이러한 표현 방식은 존재의 본질과도 연결된다. 허은선은 "모든 것은 보이지 않는 힘에 의해 움직이며, 그 흐름은 곧 존재의 형상이다"라고 말한다. Dancing with Silence 6는 이러한 사유를 반영하며, 보이지 않는 에너지가 어떻게 시각적 형태로 전환되는지를 탐구하는 작품이다.

색감과 질감, 구도 – 역동적 균형의 구조

이 작품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요소는 푸른 색채의 강렬함과 흰 여백의 침묵이 만들어내는 대비다.

▶색감: 화면을 압도하는 깊은 블루는 단순한 색상이 아니라, 물질과 에너지를 상징하는 요소로 작동한다. 색채는 화면을 가득 채우는 것이 아니라, 일정 부분 흰 공간을 남겨둠으로써 균형을 이룬다. 이 대비는 시각적으로는 강한 긴장감을 형성하면서도, 동시에 공간감을 창출한다.

▶질감: 화면을 따라 흘러내리는 듯한 색채는 중력의 개입을 암시하며, 물질이 자연적으로 흘러가는 과정에서 생겨나는 미세한 흔적들이 작품에 생명력을 부여한다. 금박의 사용은 이러한 질감을 더욱 강조하며, 빛의 반사에 따라 변화하는 시각적 경험을 제공한다.

▶구도: 상단에서부터 아래로 떨어지는 푸른 흐름은 작품에 역동성을 부여하지만, 그 흐름이 결코 혼란스럽지 않다. 세로로 길게 늘어진 선들은 리듬감을 형성하며, 질서와 무질서 사이의 긴장을 유지한다.

이러한 요소들은 단순한 조형적 미학을 넘어, 자연의 움직임과 인간의 내면적 흐름을 반영하는 도구로 기능한다.

허은선의 창작 철학과 예술적 접근

허은선은 존재를 단순한 형상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하는 흐름으로 이해한다. 그녀의 작업에서 형태는 완성된 것이 아니라, 형성되는 과정 속에서 존재하며, 이는 곧 시간성과 운동성을 반영한다.

Dancing with Silence 6에서 허은선은 침묵과 움직임의 관계를 탐구한다. 물질이 아래로 흐르는 과정에서 공간을 가득 채우는 동시에, 흰 여백과 조화를 이루며 존재한다. 이러한 표현 방식은 "침묵이 가장 강한 울림을 가질 수 있다"는 작가의 신념과 맞닿아 있다.

또한, 허은선은 물질의 물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금박과 안료를 혼합하는 방식은 단순한 표면 효과를 넘어, 작품이 시점과 빛의 변화에 따라 다르게 보이도록 만든다. 이는 정적인 이미지가 아니라, 감상자의 움직임에 따라 변하는 경험적 요소를 포함하는 것이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단순한 추상 미술을 넘어, 존재론적 탐구의 차원으로 확장된다. Dancing with Silence 6은 형태와 비형태 사이에 존재하는 흐름을 감각적으로 재현하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갤러리A – 침묵과 에너지를 연결하는 축

갤러리A에서는 자연과 인간, 그리고 보이지 않는 실재의 관계를 탐구하는 전시이다. Dancing with Silence 6은 그 중심에서, 침묵과 에너지가 교차하는 순간을 시각적으로 형상화하는 역할을 한다.

푸른 색채의 흐름은 전시의 전체적인 흐름과 맞물리며, 창조와 소멸, 존재와 부재의 개념을 확장한다. 금박의 사용은 물질과 비물질의 경계를 허물며, 자연적 질서와 인간의 개입이 조화를 이루는 방식을 보여준다. 공간을 채우는 동시에 남겨진 여백은, 전시가 던지는 근본적인 질문 – "우리는 어디에 있으며, 무엇을 향해 가는가?" – 를 시각적으로 구현한다.

허은선의 작품은 단순한 회화가 아니다. 그것은 공간 속에서 시간과 움직임을 유도하며, 관객이 스스로 존재에 대해 질문하도록 이끄는 철학적 탐구의 일부다.

관객과의 대화 – 정적 이미지 속에서 흐름을 발견하다

이 작품을 마주하는 순간, 관객은 단순한 색과 형상을 보는 것이 아니라, 흐름을 경험하게 된다.

푸른 색채가 아래로 흘러내리는 모습은 물리적인 중력을 연상시키면서도, 마치 정신적인 깨달음이 흘러가는 듯한 느낌을 준다. 그것은 단순한 물리적 현상이 아니라, 감정과 사고의 흐름, 그리고 시간의 연속성을 시각적으로 구현한 것이다.

이 작품은 단순한 조형적 구성물이 아니다. 그것은 감상자에게 존재의 흐름을 직관적으로 경험하게 만드는 장치다. 보는 이들은 각자의 기억과 경험 속에서 이 흐름을 해석하며, 존재의 본질을 다시금 사유하게 된다.

허은선의 Dancing with Silence 6은 단순한 정적 이미지가 아니다. 그것은 끊임없이 생성되고 확장되는 흐름이며,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의 본질을 담아낸 시각적 기록이다. 그리고 그 기록 속에서, 우리는 존재의 의미를 발견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