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까, 체스판 위에서 펼쳐지는 욕망과 순수의 공존
우리는 같은 판 위에 있지만, 같은 꿈을 꾸고 있을까?

 작품명: 동상이몽  작가: 이자까 (Ejacca)  [갤러리 A]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작품명: 동상이몽  작가: 이자까 (Ejacca)  [갤러리 A]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박준식기자] 화려한 색채와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이 가득한 이자까의 작품 ‘동상이몽’(2025)은 단순한 유희의 장면을 넘어선다. 체스판을 둘러싼 캐릭터들은 모두 같은 공간에 있지만, 각자가 바라보는 세계는 다르다. 이들이 쓰고 있는 안경 속에는 각기 다른 상징들이 반영되어 있으며, 이는 우리가 삶을 바라보는 방식과 사고의 차이를 시각적으로 표현한다. 같은 테이블을 마주한 채 같은 게임을 하고 있지만, 결국 우리는 저마다 다른 목표와 전략을 가지고 있다.

이자까는 작품을 통해 현대 사회의 개별성과 집단성을 동시에 탐구한다. 누구나 하나의 정체성을 고수하는 듯하지만, 실제로는 다양한 모습과 내면적 갈등을 지닌 채 살아간다. 이번 작품은 인간이 선택의 순간마다 내리는 전략적 판단과 개별적 가치관의 충돌을 형상화한 것이며, 이를 통해 삶 속에서 각자가 지닌 이상과 현실이 어떻게 맞물려 돌아가는지를 보여준다.

작품 개요

작품명: 동상이몽

작가: 이자까 (Ejacca)

크기: 72.7 × 90.9 cm

제작 연도: 2025

재료: Acrylic on canvas

 

개인의 욕망과 사회적 관계의 충돌

작품 속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모두 ‘핑(PiggyPing)’이라는 존재로, 이자까의 작품 세계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상징적 존재다. 핑은 순수함과 현실적 욕망을 동시에 품고 있으며, 그 복합적인 감정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매개체다.

각 캐릭터는 슈퍼히어로 의상을 착용하고 있으며, 이는 현대 사회에서 사람들이 내면적으로 지니는 이상과 현실 사이의 괴리를 상징한다. 히어로의 외형을 하고 있지만, 이들이 하는 행동은 단순한 게임에 불과하다. 이는 사회 속에서 개인이 처한 역할과 욕망이 반드시 영웅적이거나 고귀한 것이 아니라, 때로는 평범하고 사소한 선택들 속에서 형성된다는 점을 암시한다.

체스판은 인간 관계의 복잡성을 나타낸다. 보드 위에는 다양한 형태의 체스 말이 놓여 있으며, 이것은 사회 속에서 우리가 마주하는 수많은 관계와 선택의 순간을 상징한다. 체스 게임이 규칙과 전략으로 이루어진 것처럼, 현실 속 인간 관계 또한 일정한 규칙과 계산이 작용한다. 그러나 작품 속 캐릭터들은 각기 다른 시선으로 체스를 바라보며, 같은 게임 속에서도 전혀 다른 목표를 추구하고 있다.

색채와 구성 – 현대 팝아트적 감각의 반영

이자까는 강렬한 색감을 활용해 직관적인 시각적 즐거움을 제공하면서도, 그 속에 복합적인 메시지를 담아낸다. 이번 작품 역시 과감한 원색의 대비와 팝아트적 요소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현대적인 감각을 강조했다.

배경의 방사형 패턴은 동적인 에너지를 형성하며, 캐릭터들이 단순한 정적인 존재가 아니라 끊임없이 움직이고 사고하는 존재임을 암시한다. 이는 현대의 시각 예술에서 점점 강조되고 있는 몰입형 구성 방식과도 연결된다.

최근 미술 시장에서는 팝아트적 감성을 기반으로 한 감각적인 이미지들이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전통적인 팝아트가 대중 문화를 반영했다면, 현대 팝아트는 그보다 더 개인적이고 내면적인 이야기를 시각화하는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자까 역시 이러한 흐름을 반영해, 화려한 색감과 단순한 캐릭터 디자인 속에 개별적인 서사를 담아내는 방식을 취한다.

현대 사회 속 개인의 정체성과 선택

‘동상이몽’은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적 환경을 축소한 듯한 장면을 연출한다. 현대 사회에서 사람들은 같은 공간에 있으면서도 서로 다른 목표를 추구하고 있으며, 같은 사건을 경험하면서도 각기 다른 해석을 내린다. 이 작품은 그러한 개별성과 집단성의 교차점을 표현하며, 인간이 관계 속에서 필연적으로 마주하는 갈등과 다층적 사고를 시각적으로 형상화한다.

작품 속 캐릭터들의 안경에 반영된 이미지들은 각자의 사고방식과 가치관을 나타낸다. 어떤 캐릭터는 돈과 물질적 성공을 바라보지만, 또 다른 캐릭터는 단순한 즐거움이나 이상을 추구한다. 이는 현대 사회에서 개인이 처한 선택의 다양성을 보여주며, 우리는 같은 환경 속에서도 전혀 다른 목표를 가질 수 있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이 작품은 단순한 체스 게임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 속에서 끊임없이 다른 시선을 가지고 살아가는 현실을 반영한 작품이다.

관객과의 연결 – 우리는 같은 판 위에 있지만, 같은 꿈을 꾸고 있는가?

작품은 관객들에게 직접적인 질문을 던진다.

▶나는 지금 어떤 프레임을 통해 세상을 보고 있는가?

▶나의 목표는 타인과 같은 방향을 향하고 있는가?

▶나는 어떤 전략으로 삶을 살아가고 있는가?

체스판 앞에 앉은 캐릭터들은 우리 자신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같은 공간에서 같은 게임을 하고 있지만, 우리는 각기 다른 목표와 선택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같은 판 위에 있지만, 과연 같은 꿈을 꾸고 있을까?

‘동상이몽’은 현실 속에서 끊임없이 다른 가치관을 마주하며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유쾌하게 비틀어 보여준다. 팝아트의 경쾌한 색감과 대중적인 캐릭터 디자인 속에, 사회적 관계와 개인의 정체성에 대한 깊은 통찰을 담아낸다. 관객은 작품을 통해 자신이 속한 사회적 관계를 돌아보며, 각자의 삶에서 어떤 선택을 하고 있는지 생각해보게 된다.

이자까의 작품은 결국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는 시각적 프레임이다. 각자의 시선과 관점이 다르다는 것을 인정할 때, 비로소 우리는 함께 공존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