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슨 배상’ 438억, 국민이 묻는다… 정치권의 공백은 또다시 재벌 면죄의 길을 여는가

글로벌 총수들과 '파리올림픽 선제적 마케팅' 나선 이재용.  사진=2024.07.28 유튜브 영상 갈무리/ 편집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글로벌 총수들과 '파리올림픽 선제적 마케팅' 나선 이재용.  사진=2024.07.28 유튜브 영상 갈무리/ 편집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박준식기자] 2025년 3월 20일, 싱가포르 국제상사법원은 대한민국 정부에 패소를 확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미국계 사모펀드 메이슨이 제기한 ISDS(국가 간 투자자 중재) 소송에서 정부의 불복을 기각하고, 총 3,200만 달러(한화 약 438억 원)와 2015년부터 누적된 연 5% 복리의 지연이자를 배상하라고 명령한 것이다. 하지만 국민의 부담이 현실화된 이 중대한 사안 앞에서 정치권은 침묵하고 있다.

“국제사회는 불법이라 했다”… 문제의 본질은 2015년 삼성 합병

이 사건의 기원은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다. 당시 삼성은 이재용 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구조 개편을 추진했고, 이 과정에서 국민연금이 삼성 측에 유리한 방향으로 의결권을 행사했다.

국내 대법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과 뇌물죄를 유죄로 인정했으며, 문형표 전 복지부 장관,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 등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국제 중재재판소 역시 이 사건을 “정부가 투자자에게 공정한 법적 환경을 제공하지 못한 사례”로 판단하고, 한국 정부의 책임을 명확히 했다.

하지만 국내 형사재판 1·2심에서는 정반대의 판결이 나왔다. 삼성의 합병 행위가 불법적이지 않았고, 분식회계 또한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재용 회장에게 무죄가 선고된 것이다. 이로 인해 국제법과 국내법의 판결이 정면 충돌하는 이례적 상황이 벌어졌다.

정치권은 왜 아무 말이 없는가

문제는 그 이후다. 국민 세금으로 수백억 원이 배상되게 된 상황에서, 정치권은 책임자에 대한 구상권 청구, 정부 대응의 투명성, 사법 판단의 일관성에 대해 아무런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정부는 공식 브리핑에서 “법무부에서 후속 대응을 검토 중”이라는 형식적 언급만 반복했으며, 여야 주요 인사 누구도 이 사안에 대한 입장 표명이나 국회 차원의 질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심지어 합병의 피해를 입은 국민연금조차 손해배상 청구를 사건 발생 9년 후인 2024년에야 제기한 실정이다.

국민 세금으로 이미 두 건의 ISDS 배상 판결(엘리엇·메이슨 합산 약 2,300억 원)이 내려진 상황에서, 이와 관련된 정치적 책임을 묻는 목소리는 정치권 안에서조차 사라졌다.

구상권은 왜 청구되지 않았는가… 정치적 침묵은 면죄부가 된다

이 사건에서 배상의 직접 원인이 된 것은 이재용 회장 측의 경영권 승계 전략과 정부의 부당 개입이다. 대법원 유죄 판결이 존재하고, 국제사법도 정부의 책임을 인정했음에도 정부는 이 회장을 포함한 핵심 책임자들에게 구상권을 청구하지 않고 있다.

이는 단순히 행정 절차의 지연이 아니라, 정치적 침묵이 불러오는 면죄부로 작용하고 있다. 정부가 민간인에게 지출된 국민 세금을 회수할 의지가 없다면, 이는 결국 국가가 개인의 사적 이익을 위해 공적 손해를 감수하는 구조를 방조하는 셈이다.

정치권의 침묵은 이런 구조적 불공정에 사실상 동조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재벌 앞에선 침묵, 국민 앞에선 무관심’이라는 메시지가 지금도 국민에게 전달되고 있다.

책임을 묻지 않는 정치, 무너지는 사법 신뢰

메이슨 ISDS는 단지 외국 자본과의 분쟁이 아니다. 그것은 대한민국 정치와 사법, 행정이 같은 사건을 놓고 얼마나 다른 방식으로 책임을 회피하는지를 보여주는 축도다.

정치권은 구상권 청구 여부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내야 하며, 국회는 즉각 행정부의 대응과 법무부 전략에 대해 점검해야 한다. 사건의 사실은 이미 드러나 있다. 정의가 침묵하는 자리에 다시 누가 면죄부를 가져갈지를 묻는 건, 이제 국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