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을 따를 것인가, 역사에 남을 것인가

 헌법재판소의 침묵, 그것은 판단 유예인가 책임 회피인가  사진=2025 01.21 ytn 영상 갈무리 / 편집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헌법재판소의 침묵, 그것은 판단 유예인가 책임 회피인가  사진=2025 01.21 ytn 영상 갈무리 / 편집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박준식기자] 탄핵은 절차가 아니다. 그것은 국가 질서가 스스로를 되살리는, 법적·정치적 자기 치유의 마지막 장치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은 그 중대한 분기점 앞에 서 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100일이 넘도록 선고를 미루고 있고, 국민은 침묵 속에서 기다리고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법리의 기술이 아니라 역사 앞의 결단이며, 헌재는 더 이상 '헌법의 언어' 뒤에 숨을 수 없다.

선고 지연이 초래한 헌정 위기

2024년 12월 14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헌재에 접수된 지 100일이 넘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아직 선고 일정을 확정하지 않았다. 통상적 절차라고 보기에는 지나치게 긴 시간이다. 이 지연은 단순한 행정 지체가 아니라, 헌정 시스템 전체의 정당성과 통치력에 직접적인 균열을 야기하고 있는 중이다.

국가는 지금 ‘결정이 없는 상태’로 멈춰 서 있다. 대통령은 직무가 정지됐고, 권한대행 체제는 헌법을 위반하고 있으며, 국민은 판단받지 못한 국가를 바라보며 정치적 판단을 유보당하고 있다.

 헌법재판소의 침묵, 그것은 판단 유예인가 책임 회피인가

헌법재판소는 중립성과 신중함을 이유로 결정을 미루고 있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은 단순한 ‘신중함’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헌법은 선고 시한을 명시하지 않지만, 공백이 장기화될 경우 법의 정당성과 민주주의의 작동력 자체가 무력화된다.

특히 이미 공석 상태인 재판관 1인에 더해, 4월 18일에는 두 명의 재판관이 임기를 마친다. 이 시점까지 결정을 미룰 경우, 선고 자체가 무산되거나 재구성된 헌재에 의해 왜곡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헌재의 침묵은 이제 중립이 아니라, ‘책무 방기’로 읽히고 있다.

 파면은 법리 판단이 아니라 국가의 자기정화다

헌재는 법률적 요건만 따지면 된다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그러나 탄핵심판은 단순한 형사재판이 아니다. 그것은 공직자의 헌법 위반을 단죄하는 국가 시스템의 마지막 자정 장치이며, 정치적 책임의 헌법적 환원 방식이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는 계엄령 기획 정황, 국정 마비 상황, 헌법재판소 구성 방해 등 다층적이고 구조적인 헌정질서 훼손을 근거로 하고 있다. 따라서 헌재는 단순히 ‘법리적으로 유죄인가’만이 아니라, ‘이 구조를 통치자로서 수용 가능한가’라는 헌정 판단을 내려야 하는 순간에 직면해 있다.

판결의 유예는 통치의 유예, 그리고 국민 신뢰의 붕괴

탄핵심판의 지연은 헌재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로 인해 국회는 입법 권한을 무력화당하고 있고, 국민은 정치 판단의 기준을 상실했다. 통치는 중단되고, 신뢰는 해체되고 있다. 지금 대한민국은 판결 없는 헌정 상태, 결정 없는 민주주의 속에서 시간만 흘려보내고 있다.

그 공백 속에서 자리를 차지한 것은 혼란과 음모론, 불신의 정치다. 판단이 없으면, 권력은 무책임해지고, 시민은 극단으로 이동하게 된다. 지금 헌재가 침묵을 선택한다면, 그 침묵은 결코 중립이 아니라 공동체를 위험에 빠뜨리는 조용한 내란으로 기록될 것이다.

헌법을 따를 것인가, 역사에 남을 것인가

결국 헌재는 선택해야 한다. 법리만을 좇다 역사의 책무를 회피할 것인가, 아니면 그 결정이 헌법과 국민 모두에게 신뢰를 회복시키는 계기가 될 것인가. 지금의 탄핵심판은 특정 개인을 파면시키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이라는 사실을 다시 선언할 것인가, 아니면 헌정 위기를 방조할 것인가의 문제다.

결정하지 않는 헌재는 역사 앞에서 이미 결정을 내린 셈이다. 헌재가 지금 내릴 수 있는 유일한 결론은 ‘판단’이다. 그것이 파면이든 기각이든, 그 판단은 오직 헌법과 국민을 향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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