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N 박준식기자] 대한민국 정치의 중심축이 다시 헌법재판소로 향하고 있다. 4월 4일, 헌재의 선고를 앞둔 지금, 정치권은 물론 시민사회 전반이 극도의 긴장감 속에서 이 결론을 지켜보고 있다. 그러나 이 선고는 단순한 법적 판결 그 이상이다. 그것은 권력과 헌법의 충돌에 대한 역사적 판단이며, ‘내란 정치’라는 표현까지 등장한 지금의 정치 현실을 성찰하는 마지막 기회이기도 하다.
정치는 때때로 법 위에 군림하려 한다. 그러나 법은 늘 침묵하며 그 위기를 감내해 왔다. 문제는 지금의 침묵이 단순한 중립이 아니라 ‘무기력한 관망’으로 비칠 수 있는 지점에 이르렀다는 데 있다. 헌법재판소는 현재 법리 이전에 헌정의 최후 수호자로서, 그리고 국민의 상식 앞에 선 사법 기관으로서 존재를 증명해야 할 시험대에 서 있다.
‘내란수괴’라는 정치 언어, 그 위험한 진실
정치권에서 ‘내란수괴’라는 언어가 사용된 것은 단순한 선동이 아니다. 이는 헌법과 권력의 경계를 넘나든 극단적 사안이 실제 벌어졌다는 인식의 발현이다. 대통령실이 계엄령을 실제 검토하고, 포고령을 통해 군을 동원하려 했다는 정황은 더 이상 음모론의 영역에 머물지 않는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국회 침탈을 목적으로 한 병력 배치, 취재진을 향한 위협, 그리고 무고한 시민의 연행까지. 헌정질서의 실제 붕괴 가능성을 국민은 실시간으로 목격했다. 야권은 이를 ‘헌정 쿠데타’로 규정하며,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이미 정해진 결론의 확인 절차’로 보고 있다. 민주주의가 법의 이름으로 명백히 도전받았다는 이 인식은 선거 결과와 여론 흐름에도 반영되어 있다.
헌재의 침묵, 중립인가 회피인가
헌법재판소가 이번 사건을 마주하는 방식은 정치보다 더 정치적일 수 있다. 시민의 관점에서 헌재는 법리와 절차 뒤에 머물지 말고, 현실의 무게를 감내하는 정치적 책무를 져야 하는 자리다.
더불어민주당은 “헌재의 결론은 작년 12월 3일 밤에 이미 정해졌다”고 단언한다. 이는 헌재가 법적 판단이 아니라 국민적 정의의 흐름을 따라야 한다는 일종의 정치적 압박이자, 동시에 지금까지의 침묵에 대한 경고다.
그러나 사법기관이 이와 같은 기대를 충족하지 못했을 경우, 남는 것은 공백이다. 그 공백은 사법적 회피를 넘어 민주주의 시스템의 무력화로 이어질 수 있다. 정치가 무너졌을 때 법이 대체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법 역시 공동체의 상식과 정의를 통해 스스로를 증명해야 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헌정정치의 시험대… 유권자는 어디에 있는가
4.2 재보궐선거는 그 자체로 정치권 전체에 던진 ‘헌정 회복’의 신호였다. 유권자는 정당의 이름보다 더 본질적인 질문을 던졌다. 누가 헌법을 존중하는가, 누가 권력의 한계를 인식하는가, 누가 민주주의에 책임지는가.
야권은 이 질문에 “내란 종식”이라는 언어로 응답했다. 그리고 시민은 그에 동의했다. 압승이라는 숫자보다 중요한 것은 그 구조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정치지형의 균열은 단순한 정권심판이 아닌, 헌정 질서의 회복이라는 가치 전환의 반영이다.
헌법재판소가 이 유권자의 목소리를 외면한다면, 법과 국민 사이의 신뢰는 회복 불가능한 틈으로 벌어질 것이다. 그리고 그 틈은 이후 어떤 사법적 결론도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하게 만든다. 판결은 선고로 끝나지 않고, 공동체가 받아들일 수 있을 때 비로소 완성된다.
헌재 이후의 정치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
헌법재판소는 내일, 무엇을 판결할 것인가. 진짜 물음은 그 다음이다. 그 판결 이후, 정치와 권력은 다시 헌법 앞에 설 수 있을 것인가. 정치권은 판결을 정치적으로 소비하려는 유혹에서 벗어나야 하며, 사법기관은 더 이상 중립이라는 명분에 기댄 침묵으로 위기를 회피하지 말아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법의 형식이 아닌 헌정의 본질이다.
정치는 어디까지 헌법에 책임지는가. 그 물음에 대해, 이제는 답해야 할 시간이다.
후원=NH농협 302-1678-6497-21 위대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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