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식구 감싸기’ 구조에 대한 첫 균열과 제도 개선의 긴급성
[KtN 최기형기자] 2025년 4월 2일, 대법원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기소한 윤 모 전 검사에 대해 유죄를 확정하며 선고유예 판결을 내렸다. 공수처가 검사의 범죄행위에 대해 기소하고 유죄를 이끌어낸 것은 출범 4년 만에 처음이다. 이 선고는 단순한 형사사건의 판결을 넘어, 검찰 내부의 기소 불균형 구조에 균열을 낸 첫 신호탄으로 평가된다.
검사 비위 사건, 왜 첫 유죄 확정이 ‘사건’인가
검사의 비위 행위는 그동안 사법 시스템 내부에서 지속적으로 은폐되거나, 내부 징계로만 처리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특히 ‘검사는 기소되지 않는다’는 현실은 사실상 오랜 시간 비공식적인 원칙처럼 작동해왔다.
윤 전 검사의 혐의는 고소장을 분실한 뒤 이를 무마하기 위해 공문서를 위조한 사건이다. 법치주의 원칙에 비춰볼 때 명백한 중대 비위에 해당하지만, 과거 같았으면 기소조차 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이번 판결은 공수처가 그러한 관행을 처음으로 법정에서 깨뜨린 상징적 장면이다.
이 사건의 의미는 판결의 ‘형량’이 아니라, ‘기소 주체’와 ‘법적 책임의 인정’에 있다. 선고유예라는 형식은 가볍지만, 법원이 유죄를 인정했다는 점에서 공수처의 존재 가치가 실질적으로 작동했음을 보여준다.
공수처는 무엇을 견제해야 하는가
공수처의 출범 목적은 고위공직자, 특히 검찰 권력에 대한 실질적 견제였다. 그러나 출범 이후 공수처는 정치적 편향 논란과 수사력 부족, 인력 문제에 직면하며 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한다는 비판에 시달려왔다.
그럼에도 이번 유죄 확정은 공수처가 ‘검찰은 스스로를 수사하지 않는다’는 오래된 전제를 뚫어낸 첫 사례라는 점에서 제도적 전환점으로 기능한다. 공수처는 앞으로 이 흐름을 단발적 사건에 머물지 않게 해야 하며, ‘검사 불기소’라는 구조적 특혜를 반복하지 않도록 검찰권 견제라는 본연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
제도적 한계는 여전히 뚜렷하다
문제는 공수처가 단 한 번의 유죄 확정으로 제도적 안정성을 획득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공수처법은 여전히 불완전하다. 수사권과 기소권이 분리되어 있고, 수사 가능한 범죄의 범위도 지나치게 제한적이다.
이는 공수처가 실질적으로는 검찰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임을 의미한다. 검사 비위 사건이 반복되더라도, 수사 범위가 협소하거나 인력이 부족하다면 공수처는 다시 무력화될 수 있다. 결국 공수처의 독립성과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선 법 개정이 선행되어야 한다.
국회의 역할, 그리고 남은 과제
공수처가 단발성 사건으로 기능하는 것이 아니라, 권력 감시기구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제도적 기반이 보완되어야 한다. 인력 확충, 독립 청사 확보, 수사권 기소권의 정합성 회복 등이 필요하다. 특히 공수처법 개정을 통해 수사대상 범위를 확대하고, 수사의 자율성을 높이는 방향의 입법이 시급하다.
국회가 공수처의 역할을 입으로만 지지하면서 실질적인 법 개정에는 침묵한다면, 이번 판결 역시 ‘우연한 사례’로 끝날 수밖에 없다. 검찰 견제를 위한 구조는 정치권의 책임과 결단 없이는 완성되지 않는다.
진짜 싸움은 지금부터다
검사의 유죄 확정은 상징적 출발일 뿐이다. 그 출발이 지속 가능한 견제로 이어지기 위해선, 공수처의 법적 기반과 운영 시스템이 새롭게 재편되어야 한다.
한국 사법 시스템은 오랜 시간 ‘위로 갈수록 책임지지 않는다’는 인식을 방치해 왔다. 이번 판결은 그러한 인식에 작지만 중요한 금을 낸 사건이다. 그러나 균열은 저절로 구조를 무너뜨리지 않는다. 그것을 허물고 재건하는 책임은 공수처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 제도 설계자인 국회와 감시자인 시민사회 모두에게 나뉘어져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첫 사례의 기념이 아니라, 다음 사례의 준비다. 유죄 확정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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