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정치와 공직선거법 위반의 구조적 반복

공직선거법 위반, 지역정치의 관행인가 위반인가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공직선거법 위반, 지역정치의 관행인가 위반인가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최기형기자] 4월 3일, 대법원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홍남표 창원시장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확정하면서, 홍 시장은 현직에서 물러나게 됐다. 이번 판결은 단순한 공직 상실을 넘어, 지방 정치의 구조적 병리와 공천 시스템에서 반복되는 ‘자리 거래’ 문제를 재조명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공직선거법 위반, 지역정치의 관행인가 위반인가

홍남표 전 시장은 2022년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내 경선 과정에서 경쟁 후보인 B 씨에게 불출마를 조건으로 경제특보 자리를 제안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에서는 증거 불충분으로 무죄가 선고됐지만, 항소심은 이를 뒤집고 “사전 공모가 있었다”고 판단하며 유죄를 선고했고, 대법원은 이 판단을 그대로 확정했다.

이번 사건에서 주목해야 할 지점은 이 혐의가 지역 정치에서 얼마나 자주 반복되어 온 ‘관행’의 성격을 띠고 있었는가 하는 점이다. 특정 후보의 불출마를 유도하기 위한 보직 제안이나 인사 약속은 법적으로는 명백한 위법이지만, 정치적으로는 암묵적으로 용인되는 회색지대에 놓여 있었다.

공직선거법은 이를 명확히 금지하고 있음에도, 이러한 관행이 법적 처벌로 이어지는 사례는 극히 드물었다는 점에서 이번 확정판결은 전환점이 된다.

경선 공모와 ‘자리’의 사유화… 정당 공천 시스템의 구조적 취약성

정당의 공천은 민주주의 시스템의 핵심 과정이지만, 지역 정당 조직 내에서의 경쟁은 종종 정책 중심의 경쟁보다는 인사권과 보직 약속을 매개로 한 협상과 거래로 전락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홍 전 시장 사건은 이러한 공천 경쟁 과정이 구조적으로 얼마나 취약한지를 드러낸 사례다.

정당 내부의 공정한 룰이 부재한 상태에서 후보 간 담합, 불출마 조건, 보직 제안 등은 일종의 ‘선거전략’으로 위장되며 제도적 사각지대를 만든다. 결국 유권자의 선택권은 정당 내부의 권력 거래에 의해 사전에 왜곡되고, 공천은 민주적 절차가 아닌 정치적 거래로 축소된다.

이번 판결은 공직선거법 위반이라는 사법적 판단을 넘어, 정당 공천의 폐쇄성과 비투명성이 야기한 구조적 리스크를 정면으로 드러낸다.

대법원의 판단, 사법 시스템의 경고

대법원은 이번 사건에 대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한 잘못이 없으며, 공직선거법 위반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 오해도 없다”고 판시하며 상고를 기각했다. 이는 대법원이 지역 정치의 관행이라 불리는 ‘인사 제안형 담합’에 대해 법리적으로도 명확한 선을 긋겠다는 사법적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단순한 개인의 일탈을 처벌한 판결이 아니라, 한국 정치 전반에 여전히 남아 있는 공직의 사유화, 자리를 매개로 한 정치적 거래에 대한 경고로 읽힌다.

지방정치의 제도적 재설계가 필요하다

홍 시장의 시장직 상실은 지역 정치의 새로운 인물을 만들어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것이 반복되는 인물 교체로만 귀결된다면, 제도적 개혁 없이 사건은 또다시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 이번 사건은 지방정치가 인사 거래와 권력 분배의 논리에서 벗어나지 못할 경우, 유권자의 민주적 선택은 언제든지 무력화될 수 있다는 점을 환기한다.

정당 공천 과정의 투명성 확보, 경선 과정에 대한 독립적 감시, 지방선거법 위반에 대한 신속한 사법적 대응 체계 마련 등은 더 이상 유보할 수 없는 과제가 되었다. 이제는 유권자의 표심 이전에, 정당 내부의 공정성과 정치인 개인의 법적 책임성을 제도적으로 재정비하는 일이 선행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