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방어, 법적 리스크, 언론 플레이까지…‘공익’의 언어로 감춰진 권력의 수학
'얼마를 기부했는가'보다 '어떤 구조로, 누구를 위해 기부했는가'
김범수의 전략적 침묵과 카카오의 책임 회피 구조

카카오 김범수 주식이라는 방패: 기부와 경영권의 이중 함수.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카카오 김범수 주식이라는 방패: 기부와 경영권의 이중 함수.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최기형기자] 2021년,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는 총 5조 원 규모의 사재를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기부 약속을 내걸며 시대정신을 상징하는 듯한 행보를 보였다. 그러나 2025년 현재까지 이행된 금액은 1,010억 원, 약속의 2%에 불과하다. 단순한 지연으로 보기 어려운 이 상황은 자산구조, 기업 전략, 법적 리스크, 이미지 메이킹이라는 네 겹의 보호막 아래 놓여 있다. 이는 기부라는 행위가 언제든 '지연 가능한 전략'이 될 수 있음을 드러낸다.

주식이라는 방패: 기부와 경영권의 이중 함수

김범수 위원장의 재산 대부분은 카카오 주식에 집중되어 있다. 주식 기부는 단기 유동성보다는 장기적 통제력을 유지하는 데 유리한 방식이다. 그가 설립한 공익법인 '브라이언임팩트'는 주식을 기부받으면서도 실제 지배권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 구조로 운영되고 있다. 카카오 측은 "단기간 대량 처분 시 주가와 경영권에 부정적 영향이 있다"는 점을 들어 기부 속도를 조절 중이라고 밝혔으나, 이는 결국 기업 통제와 투자자 신뢰 사이에서 기부가 후순위로 밀릴 수밖에 없음을 방증한다.

카카오의 물적분할 상장 과정도 이와 무관치 않다. 주주 권리가 희석되는 구조 속에서 주요 주주는 차익을 실현했지만, 개인 투자자들은 손실을 입었다. 이는 기업의 전략적 가치 극대화가 공익과 언제든 충돌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미지 메이킹의 명과 암: 선행은 언제부터 브랜드가 되었는가

2021년 기부 약속은 당시 불거졌던 카카오의 독과점 논란, 골목상권 침해, 플랫폼 횡포에 대한 여론을 무마하는 데 사용되었다. ‘사익보다 공익을 택한 창업자’라는 서사는 곧 브랜드 내러티브로 치환되었고, 언론은 이를 확대 재생산했다. 최근에도 “누적 기부 1,010억 돌파”라는 보도가 이어졌지만, 약속액 대비 이행률이 2%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좀처럼 강조되지 않는다.

특히 김범수 위원장이 현재 주가 조작 혐의로 재판 중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같은 ‘선행 중심 보도’는 전략적 방어막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기부는 법적 리스크를 상쇄하고, 브랜드 신뢰를 복원하는 수단으로 기능하고 있는 셈이다.

글로벌 기준과의 간극: ‘진정성’ 없는 시스템적 기부

빌 게이츠나 워런 버핏은 자신의 재산 상당 부분을 오랜 시간에 걸쳐 꾸준히, 투명하게 사회에 환원하고 있다. 이에 비해 김범수 위원장의 기부는 주식 위주의 단발성 방식으로, 현금 기부를 통한 사회적 재분배보다는 세제 혜택과 경영권 유지에 중점을 둔 설계로 보인다.

이는 기부의 구조가 단순한 ‘좋은 일’이 아니라, 자산 이전과 기업 통제에 대한 설계의 문제임을 시사한다. 공익법인을 통해 경영권을 유지하면서도 세제 혜택을 누리는 방식은, 결국 공익이 사익을 위장하는 틀로 악용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기부는 유예될 수 있는가: 법과 시간의 경계에서

기부 이행 지연의 또 다른 축은 법적 리스크다. 김범수 위원장은 주가 조작 혐의 재판 중이며, 이는 자산의 유동화에 제약을 줄 수 있다. 또한 주가가 2021년 이후 59% 하락한 상황에서 대량 매각은 자산가치 손실뿐 아니라 추가 주가 하락을 야기할 수 있어 현실적인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결국 이행 시점은 무기한 연기될 수 있으며, 언론의 관심이 줄어들거나 여론이 전환되는 순간 '기부 약속'은 다시 조용히 사라질 위험에 놓여 있다.

‘기부의 전략화’ 시대, 우리는 무엇을 물어야 하는가

김범수 위원장의 5조 원 기부 약속은 단순한 도덕적 문제를 넘어, 자본과 기업, 언론, 공익의 경계가 어떻게 유동적으로 설계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다. 약속의 진정성이 입증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조치가 필요하다.

▶구체적 이행 로드맵 공개: 기부 완료 시점을 명확히 하고, 실행 계획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자산 다변화 활용: 주식 외 현금성 자산을 포함한 다양한 수단을 통해 이행 의지를 입증할 필요가 있다.

▶사회적 책임 시스템화: 개인의 약속에 기대는 방식이 아닌, 기업 차원의 사회적 책임 전략을 제도화해야 한다.

▶언론의 감시 기능 회복: 기부의 미화보다 이행률과 구조적 의미를 짚는 보도가 필요하다.

기부는 단순한 선의의 표현이 아니라, 사회적 신뢰를 회복하는 약속이다. 그 약속이 유예되고, 전략화될 수 있는 시대. 우리는 '얼마를 기부했는가'보다 '어떤 구조로, 누구를 위해 기부했는가'를 물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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