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이후 첫 정부의 정치적 위상과 헌정질서 복원의 과제

 

[KtN 최기형기자] 2025년 6월 4일, 이재명 대통령이 제21대 대통령으로 공식 취임했다. 이날 여의도 국회의사당 중앙홀에서 열린 취임식은 대통령 교체라는 절차를 넘어, ‘헌정 복원’이라는 정치적 의식을 동반한 이례적 장면으로 기록되었다. 전날 실시된 조기 대선에서 1,728만 7,513표, 49.42%의 득표율로 당선된 이재명 대통령은 “국민이 임명한 대통령”이라는 문장으로 취임사를 시작했다. 이 문장은 헌정 파괴 사태를 겪은 사회에서 통치의 의미가 어떻게 재정의되어야 하는지를 압축한다.

‘선출’이 아닌 ‘임명’ – 헌정위기 이후 정치의 언어가 달라졌다

취임식이 ‘대통령의 잔치’가 아닌 ‘국민의 임명식’으로 전환된 것은 단순한 형식의 변화가 아니다. 이는 내란을 경험한 공동체가 권력을 바라보는 방식, 리더십의 정당성을 구성하는 언어, 통치에 요구되는 윤리적 조건이 변화하고 있음을 상징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국가 리더가 아니라 ‘시민의 위임을 받은 책임자’로 자신을 규정했다. 이 장면은 한국 민주주의가 단순한 정권 교체 주기를 넘어, 체제의 작동방식을 어떻게 다시 설계할 것인가를 묻는 정치적 전환점에 서 있음을 보여준다. 민주주의는 절차가 아니라 구성이다. 이번 취임은 바로 그 ‘구성’에 대한 새로운 실험이다.

내란 이후 정부의 위상 – 정치적 권한보다 체제적 책임이 앞선다

이재명 대통령은 역대 어떤 대통령보다 강력한 입법 기반을 갖고 출범했다.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범야권이 국회의 과반을 점유하고 있으며, 대통령 지지율 또한 60%를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번 정부의 권한은 정당성과 안정성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오히려 구조적 위기를 수습하라는 ‘정치적 책무’로 주어진 위임에 가깝다.

2024년 12월, 전직 대통령의 비상계엄 검토 문건이 공개되고 군과 검찰, 정보기관의 일부가 내란에 가담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헌정질서는 전면적으로 흔들렸다. 이후 국회의 탄핵과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은 형식상 헌법적 수복이었으나, 사회적 신뢰의 붕괴는 아직 회복되지 않았다. 이재명 정부는 헌정 파괴 이후 처음 구성된 정부로서 ‘헌정 복원의 주체’라는 역사적 과제를 떠안고 있다.

따라서 이 정부는 정치적 권력을 어떻게 행사하느냐보다, 제도적 신뢰를 어떻게 회복하느냐로 평가받게 된다. 민주주의는 표로 시작되지만, 신뢰로 유지된다.

권력은 집중됐으나 통치는 분산되어야 한다

지금의 정치구조는 여대야소, 단점정부다. 그러나 권력의 집중은 곧바로 통치의 효율성을 보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런 조건에서는 ‘정치적 오만’이 사회적 반작용을 불러올 위험이 더 크다.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작은 차이를 넘어 서로를 존중하겠다”고 선언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포용은 정치적 수사가 아니라, 구조적 조건에서 비롯되어야 한다.

이재명 정부는 협치와 포용을 제도화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해야 한다. 국무총리 추천권의 공유, 시민참여형 국정 운영, 국회 중심의 입법 조정 시스템 등 정치적 긴장을 제어할 수 있는 장치들이 없다면, 아무리 강력한 정부라도 구조적 피로감에 직면하게 된다. ‘국민 통합’을 실현하려면 권력의 배분 구조부터 재설계해야 한다.

정권이 아닌 체제의 회복이 시험받는 5년

이재명 정부는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헌정 위기 이후 다시 작동할 수 있는지를 시험받는 체제적 시기다. 이 정부의 성패는 정권의 유지 여부가 아니라, 체제의 신뢰 회복 여부에 달려 있다. 한국 민주주의는 지금, 제도만 복원된 것이 아니라 정치의 언어, 권력의 구조, 시민의 위임 방식을 포함해 다시 쓰여야 하는 시간에 들어섰다.

이재명 대통령은 단지 선출된 권력이 아니라, 정치의 복원력을 입증해야 하는 책임 주체다. 이 책임은 통치가 아니라 응답이다. 국민이 정치에 무엇을 명령할 수 있는가를 시험하는 이 실험은 이제 막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