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현대차·SK 만난 이재명 “원팀 정신으로 위기 넘자” 사진=2025 06.12  이재명 대통령 페이스북 갈무리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삼성·현대차·SK 만난 이재명 “원팀 정신으로 위기 넘자” 사진=2025 06.12  이재명 대통령 페이스북 갈무리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최기형기자] 6월, 한국의 통상 전략은 ‘실용’이라는 이름 아래 급격한 방향 전환을 맞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6월 13일, 경제 6단체장과 5대 그룹 총수들과의 간담회에서 “실용적이고 유연한 통상 정책”을 공식화했다. 이 선언은 단순한 정책 조율 차원을 넘어, 보호무역 질서 속 산업구조 전반의 재편을 동반하는 통상 체계 재구축 신호로 읽힌다. ‘원팀 경제’를 강조하는 대통령의 기조 아래, 산업계와 정부의 관계 설정 방식 또한 근본적인 재조정을 요구받고 있다.

글로벌 통상질서의 균열, 정책 유연성의 필요조건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2025년 들어 다시 단행한 관세 강화 조치는 한국 수출산업의 핵심 축인 반도체, 배터리, 철강에 직격탄을 가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6월 6일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양국이 모두 만족할 수 있는 합의 도출”을 언급하며 실무 협의의 가속화를 예고했다.

그러나 근본적인 문제는 양자 협상력이 아니라 통상 체계 전반의 불확실성이다. 세계무역기구(WTO)는 2024년 연례보고서에서 “글로벌 통상정책의 73%가 보호주의 성격을 띠고 있다”고 밝혔다. 다자 무역질서의 해체, 공급망의 지역화, 지정학적 리스크의 상시화는 전통적인 통상 전략의 기반을 무력화시키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강조한 ‘실용성’은 단기 협상의 기민함을 의미하는 동시에, 제도 유연성과 산업 전략의 총체적 재조정을 의미한다.

간담회와 ‘원팀 구상’, 경제 패러다임의 정치화

6월 13일 대통령실에서 열린 경제인 간담회는 단순한 정례 협의가 아니었다. 이재명 대통령이 대면한 인물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국내 산업의 지배적 행위자들이었다. 동시에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 윤진식 한국무역협회 회장 등 제도적 파트너들도 모두 참여해 통상 문제에 대한 공동 대응 기조를 천명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정부와 기업이 함께 뛰는 ‘원팀 정신’”을 강조하며, 단순한 지원이 아닌 전략적 파트너십을 강조했다. 이는 정책 설계 방식이 더 이상 상명하달식이 아니라, 산업계와의 실질적 교섭 구조를 전제로 한 조정형 모델로 이동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예정된 국내 투자와 고용 이행을 명확히 밝혔고, 통상 압박에 대한 공동 대응 필요성을 인정했다. 기업 단독으로는 더 이상 통상 환경 변화에 대응할 수 없다는 구조적 인식을 반영한 발언이었다.

실용 통상 구상의 구조적 함의: 제도, 산업, 외교의 결합

이재명 대통령이 강조한 ‘실용 통상 정책’은 산업별 맞춤형 외교 전략과 제도 개선을 포함하는 총체적 접근이다. 2025년 1분기 기준 한국 산업부는 디지털 무역, ESG 기준, 기술 규제 등 확장형 통상 의제를 통합해 새롭게 ‘복합 통상 전략 지도’를 마련 중이다. 여기에 더해 대통령실 정책실과 외교부는 미국, EU, 인도, 중동 등 핵심 파트너 국가별 통상 레짐 분석과 협상 전략을 병행하고 있다.

McKinsey & Company는 2025년 보고서 『The fractured future of trade』에서 “공급망 재편과 기술 규범의 지역화는 통상 마찰보다 더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산업 영향력을 갖는다”고 분석했다. 실용 통상은 곧 국가 산업구조 재구성의 프레임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이는 단지 수출입 관리가 아니라 산업 전반의 구조 설계로 연결된다.

산업계의 재배치, 중소기업과 지역경제의 이중 과제

대기업 중심의 글로벌 투자·생산 거점 다변화 전략은 이미 진행 중이다. 삼성전자와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내 신규 공장을 확보하며 ‘로컬-포-로컬(Local-for-Local)’ 모델로 전환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미국과 동남아를 연결하는 다중 거점 체계를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전략은 중소기업 및 부품 공급망 기업에 동일하게 적용되지 않는다. 한국무역협회는 2025년 2월 중소 수출기업 대상 조사에서 “응답 기업의 81%가 관세 상승과 현지 규제 강화로 수출 차질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대기업과의 연결성을 기반으로 생존해온 하부 공급망 구조는 통상 재편의 최대 희생 지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산업부는 지역 기반 산업 단지의 디지털화 및 ESG 인증 체계를 확대하는 ‘중소형 글로벌 적응력 강화 정책’을 검토 중이다. 지역경제는 이제 통상 정책의 말단 수혜자가 아니라, 산업구조의 기초 단위로 다시 설계되고 있다.

실용 외교와 산업 설계의 통합 필요

실용 통상 전략은 정치 외교의 문제 이전에 산업 설계의 문제다. 산업부, 기재부, 외교부 간 유기적 협업 체계 없이 실용 외교는 구호에 그칠 수 있다. 한국은 통상 전략 전담 기획조직의 독립성과 산업별 정책 대응력 강화를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

대기업과 정부 중심의 원팀 구상이 실제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중소기업과 부품·소재 산업까지를 포함한 다층적 파트너십 구조가 필수적이다. 정부는 산업 생태계 전반의 수평적 연계를 기반으로 정책을 설계해야 하며, 하청구조 개선과 기술 협력 체계 개편이 수반되어야 한다.

통상 정책의 미래는 디지털 무역, 탄소 국경 조정, 데이터 규범 등 신통상 이슈에 있다. 한국은 단순한 수출 확대나 관세 협상에 그치지 않고, 국제 규범 형성과 기술 표준화 협상에서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는 외교 전략을 병행해야 한다.

KtN 리포트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적 통상’ 구상은 단순한 수사적 변화가 아니라, 구조 전환기 산업정책의 핵심 전제 조건으로 기능하고 있다. 보호무역주의와 공급망 분절이라는 현실 속에서, 한국은 기존의 수출 주도형 성장 모델을 유연하게 재조정할 필요에 직면해 있다. 실용 외교가 작동하기 위해서는 산업 설계, 제도 재편, 지역경제 전략이 통합된 복합 정책체계가 반드시 뒷받침되어야 한다. 산업 전환의 동력이 다시 외교의 테이블로 이동하고 있는 지금, 실용이라는 이름 아래 놓인 ‘구조적 전략’의 명확한 방향 설정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