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치의 형식 속 질서 설계의 신호

[KtN 최기형기자]22일, 이재명 대통령은 서울 용산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여야 지도부를 초청해 오찬 회동을 가졌다. 자리를 함께한 인사는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 국민의힘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과 송언석 원내대표였다. 대통령실에서는 강훈식 비서실장과 우상호 정무수석이 배석했다. 형식상 민생 현안과 G7 정상회의 결과 공유가 주목적이었지만, 회동의 정치적 본질은 대통령이 꺼낸 구조 개편의 언어에 있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회동 초반 “정치가 바뀌어야 국민의 삶이 바뀐다”고 발언했다. 이어 “국민의 권한을 되돌려줘야 한다”는 표현을 반복하며, 단순한 국정 협조나 대화의 필요를 넘는 구조적 문제 인식을 드러냈다. 대통령의 시선은 구체적인 정책 조정이 아니라 정치 시스템 자체에 놓여 있었으며, 발언은 전반적으로 '질서 재설계'의 성격을 내포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구조가 잘못되면 아무리 유능한 사람도 성과를 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는 권력 행위의 실패를 개인의 역량이나 의지의 한계로 돌리지 않고, 정치제도의 설계 그 자체에 원인을 두는 구조주의적 접근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언급한 ‘국민 권한의 회복’이라는 화두는, 정치의 책임 주체를 다시 설정하겠다는 명확한 시그널이기도 하다.

실제 회동에서 대통령은 공천 시스템, 국회 권한 분산, 청문회 제도 개편 등의 필요성을 간접적으로 시사했다. 직접적인 정책 제안은 없었지만, “정당이 스스로 국민 권한을 위임받는 구조를 설계해야 한다”는 발언은 제도적 재구성 의지를 암시하는 부분이다. 협치 담론 속에서 드러난 이 발언은 국정운영의 조율자라기보다 정치질서의 설계자로서의 대통령 인식을 반영한다.

야당 지도부는 “민생이 먼저”라는 입장을 밝혔고, 여당은 “책임 있는 협력”을 강조했지만, 정치 구조 개편이라는 의제 자체에 대한 가시적 논의는 없었다. 정치권 전반이 회동을 협치의 장으로 해석한 반면, 이재명 대통령의 언어는 제도 설계 차원의 개입으로 분석될 수 있다.

대통령제 하에서 정당 정치의 기능과 입법 구조의 설계 문제는 통상적으로 국회 주도하에 다뤄져 왔지만, 이재명 대통령은 국가 시스템 자체에 대한 행정 수반의 설계 권한을 주장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분권과 책임, 공천과 국민 참여 사이의 새로운 균형 설정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이 회동이 당장 정치 개편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대통령의 발언은 구조 개편 논의를 제도권 안으로 진입시킨 계기가 됐다. 제도 설계를 통치의 언어로 끌어올리는 방식은 기존 정부들과 차별화된 전략이며, 향후 구체적 정책이나 제도 입법으로 확장될 경우, 정치 질서 전반에 실질적 파급력을 가질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화’보다는 ‘구조’, ‘합의’보다는 ‘설계’를 앞세우는 방식으로 정치권에 메시지를 던졌다. 협치의 언어를 차용했지만, 내용은 체제 전환의 입구를 여는 설계자의 언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