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말한 ‘국민의 정당’ 구상의 정치학
[KtN 최기형기자] 이재명 대통령은 6월 22일 여야 지도부와의 오찬 회동에서 “국민의 권한이 정당에 위임됐는데, 지금 정당은 누구의 것이냐”고 발언했다. 짧고 단호한 이 언급은 한국 정치에서 오랫동안 회피돼온 정당 구조의 본질을 정면으로 문제 삼은 것이었다. 대통령이 국정 현안을 논의하는 자리에 ‘정당 구조 개편’이라는 언어를 꺼낸 것은, 협치나 협상의 문법이 아니라 통치 체제의 작동방식 자체를 바꾸겠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정당은 대의의 주체인가, 권한의 독점자인가
대한민국 헌법 제8조는 정당의 자유와 역할을 보장하고 있지만, 정당법은 정치참여의 문을 좁게 설계해왔다. 국민은 선거를 통해 정당을 선택하지만, 정당 운영과 의사결정 구조에는 실질적으로 참여하지 못한다. 당 대표 선출, 공천, 정책 결정은 당내 권력집단 혹은 최고위원회의의 전유물로 기능해왔고, 이는 정당이 ‘국민의 대리인’이 아니라 ‘정치 권력의 보호막’으로 전환되는 구조를 고착시켰다.
이재명 대통령의 정당 개혁 구상은 이러한 비대칭적 위임구조를 문제 삼는다. 대통령은 “국민이 정당의 실질적 주인”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정당법 개정과 국민 직접 참여 제도 도입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특히 공천 과정에 국민 참여를 제도화하고, 당비 납부자의 의사 결정권을 확대하며, 당 운영의 주요 결정 과정을 디지털화하겠다는 방향은 기존의 중앙집권적 정당운영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접근이다.
민주주의의 ‘기반 구조’에 대한 문제 제기
이재명 대통령은 정치개혁을 특정 제도의 미세 조정이 아닌, 민주주의의 기반 구조를 재편하는 문제로 접근하고 있다. ‘정당이 누구의 것인가’라는 질문은 결국 “국민이 어떤 방식으로 권한을 정치에 행사할 수 있는가”라는 본질로 귀결된다.
이 발언은 한국 현대 정치사에서 반복돼온 ‘당권 투쟁’과 ‘공천 갈등’의 구조적 한계를 지적하는 것이며, 이를 타개하지 않으면 정치시스템 전체가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없다는 진단에 가깝다. 대통령이 정당의 존재 방식 자체를 문제 삼은 것은, 통치 철학의 변화이자 민주주의 체계 전반의 정비를 요구하는 정치적 선언으로 해석된다.
‘정당개혁’은 집권 여당 비판인가, 초당적 구조 비판인가
일각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의 정당 비판이 여당 내부의 문제를 우회적으로 언급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그러나 회동 당시 참석자들이 초당적으로 구성된 점, 발언의 구조가 ‘정당 일반’을 향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이는 특정 정당을 겨냥한 메시지라기보다는 구조 비판으로 읽히는 것이 타당하다.
이재명 대통령은 “정당이 국민 권한을 스스로 대표한다고 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제기하며, 정당이라는 제도가 국민의 이름을 사용하면서도 실제로는 국민의 의사와 무관하게 운영되는 현실을 직시했다. 대통령의 정당 인식은 특정 정당의 개혁이나 쇄신을 넘어서, 정당이라는 제도의 설계 자체를 바꾸어야 한다는 판단에 서 있다.
정당 개혁의 제도화 과제
정당 개혁은 현실 정치에서 가장 저항이 큰 분야다. 정치인, 당 지도부, 국회 운영자 모두가 정당 구조의 수혜자이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구상이 제도적 실현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국민 참여 기반의 정당법 개정, 공직후보 추천 제도 개편, 정당 재정 투명성 확보 등의 실질적 입법 과제가 필요하다.
하지만 대통령은 구체적 로드맵을 제시하기보다는 철학적 방향을 분명히 하는 방식으로 개혁의 정당성을 먼저 축적하고 있다. 이는 제도화 이전에 정당 개혁을 ‘국민의 명령’으로 위치시키고, 정치권이 이에 대응할 수밖에 없는 압력을 조성하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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